1780년(정조 4) 왕명을 받아 서명응이 저술한 악률서
조선후기 영ㆍ정조대의 대학자 보만재(保晩齋) 서명응(徐命膺, )이 정조 4년(1780) 왕명을 받아 저술한 악률에 관한 이론서이다. 항목은 악제원류, 악률본원, 악현법상, 악기도수, 악경합선, 악경균조, 악가의보, 악주의보, 악무의보, 도량형보 등 10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명응(徐命膺, 1716~1787)은 소론 계열이며 북학파(北學派)의 비조로 일컬어지며 그의 아들 서호수(徐浩修)와 이용후생학파 손자 서유구(徐有榘)로 가학이 이어졌다. 서명응은 정조의 스승으로서 악률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해 왔던 것을 정조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조가 『시악화성』을 간행하게 한 목적은 정조대 간행 또는 필사된 국가편찬 각종 서적의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군서표기(群書標記)」(『홍재전서』179권)에 나와 있다.
○ 편찬정보
『시악화성』은 1780년 발간된 10권 3책(天ㆍ地ㆍ人)의 필사본이다. 책의 크기는 가로 34.3cm 세로 22.4cm이다. 원본은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서명응은 사상가이자 대학자로서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후손들이 서명응의 저술을 모아 그의 호 보만재를 딴 4대 총서로 『保晚齋集』, 『保晚齋四集』, 『保晚齋叢書』, 『保晚齋剩簡』 등을 간행했다. 서명응 방대한 저술 중에서 음악 관계 저술서만 해도 11종이 있는데, 대악원류(大樂源流, 1752), 대악전보(大樂前譜, 1759), 대악후보(大樂後譜, 1759), 국조악장(國朝樂章, 1765),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1770), 종률전서(鍾律全書, 1779), 아악도서(雅樂圖書, 1780), 원음약(元音鑰, 미상), 시악화성(詩樂和聲, 1780), 국조시악(國祖詩樂, 1781), 시악묘계(詩樂妙契, 1783) 등이 그것이다. 이 저술 들을 비교해 보면, 『동국문헌비고』의 「악고」는 서명응의 악률인식의 초기적 형태로 보이고 『종률전서』로 좀 더 구체화되고 명확해졌으며 『원음약』에서 이론이 확고해지고 체계화되었으며 『시악화성』는 그동안 명쾌하지 않았던 부분을 보완하여 가장 완성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 구성 및 세부내용
『시악화성』에는 전체 서문이 따로 있지 않으나 권1의 「악제원류」를 들어가면서 서문과 같이 서술한 문장에서 책의 제목을 ‘시악화성’이라고 이름 붙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악화성은 시악의 성음과 절주를 분별하는 것인데, 시악(詩樂)이라는 것은 『시경詩經』의 음악을 가리키는 것이고 화성이란 성음의 조화에 따라 성음을 분별하는 것이므로 변성(辨聲)이라고 하지 않고 화성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 하였다.
3책 구분 | 권 | 권별항목 | 세부항목 | |
---|---|---|---|---|
天 | 권1 | 악제원류 | 태조조악 정종조악 세종조악 세조조악 성종조악 명종조악 중종조악 선조조악 인조조악 효종조악 현종조악 숙종조악 영종조악 | |
권2 | 악률본원 | 정율요결 서척진수 면멱적실 후기특영 제조법식 음률경위 아속자보 합선정의 | ||
권3 | 악현법상 | 신법헌현 구법헌현 | ||
地 | 권4 | 악기도수 | 금음특종 금음편종 석음특경 석음편경 사음삼금 사음금슬 죽음배소 죽음삼관 죽음삼약 죽음횡적 죽음자지 포음생우 토음자훈 혁음박부 혁음진고 혁음고도 목음축강 목음어진 | |
권5 | 악경합선 | 사천영신 제지영신 향묘영신 관헌합성 | ||
권6 | 악경균조 | 국풍각조 소아치조 대아궁조 주송우조 | ||
人 | 권7 | 악가의보 | 풍운뇌우등가 사직등가 우사등가 산천등가 선농선잠등가 종묘등가 원묘등가 문묘등가 | |
권8 | 악주의보 | 풍운뇌우하주 사직하주 종묘하주 원묘하주 | ||
권9 | 악무의보 | 이무관복 이무기용 이무위서 이무철조 영신문무 초헌문무 종헌문무 | ||
권10 | 도량형보 | 오도수법 역대척도 율악본시 가량준칙 오권수법 오권고금 |
『시악화성』은 위와 같이 10개의 항목으로 나누어서 서술하고 있는데, 각 항목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권1 악제원류는 태조부터 영조에 이르는 14대에 걸친 음악에 관한 주요 음악정책론을 시대순으로 고증하면서 시비여부를 가리었다. 이 중에서 특히 세종조에
권2 악률본원은 율관의 제정, 율관의 척도로써 서척, 율의 계산법, 율의 수치, 기본음, 율의 음고 등을 다루고 있다.
권3 악현법상은 악현이 당상악(堂上樂)과 당하악(堂下樂)으로 나누어 배치되는 악기배치법에 대한 제도에 대한 이유와 당상에 금슬과 노래 위주, 당하게 포죽, 즉 관악기가 위주로 되는지에 대해서, 당하에서 궁현, 헌현, 관현, 특현으로 나뉘는 이유에 대해서이다.
권4 악기도수는 개별적인 악기마다의 규격, 제도, 연주법, 악기에서 나오는 음률 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팔음구분법에 의해 악기를 구분했으며 개별악기는 악률본원에서 기준으로 삼은 평균율 이론을 악기에 적용하는 문제를 다로구 있다. 삼금, 삼슬, 삼관, 삼약 등은 악기 배율, 정율, 반율, 악기 제작에 관한 용어이다. 또한 악기의 개별적 특성, 소리가 나는 구조 등과 역사성 사상성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권5 악경합선과 권6 악경균조에서의 ‘악경’이란 경과 악을 합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시경』의 시에 율을 붙여 놓은 것으로 주재육의 『율려정의』에 실려 있는 악보의 악곡 선율을 옮긴 것이다. 이 곡조는 『주례』에서 제시하고 있는 당상에서 음려, 당하에서 양률의 6합 원칙을 지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권7 악가의보 권8 악주의보 권9 악무의보는 모두 의보인데, 악가는 노래와 금ㆍ슬이 중심이 되는 당상악을 가리키고 악주는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가 중심이 되는 당하악을 가리킨다. 악에는 춤이 반드시 수반되는 일무를 문(文)ㆍ무(武)로 대별하여 모든 절차, 대열, 무구, 관복 등을 설명하고 있다.
권10 도량형보는 단위의 길이와 용량, 무게 등에 대해서 역대의 도척과 현재와의 차이에 대해서 논의한 것이다. 이로써 율도량형 4가지를 일치시는 것이 치정자의 중요한 몫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악화성』은 정조의 명에 의하여 발간한 책이기 때문에 정조의 서문을 보면, 이 책을 만든 목적이 ‘소중화’적 관점에서 ‘고악회복’을 위한 것이라 아악에 집중되어 있었고 속악은 주제로 삼지 않았다. 18세기 조선사회에서 이상향으로 여긴 음악이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1자 1음식의 아악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시악화성의 악보는 결국 시행되지 않았다. 악률론적인 관점에서만 보자면, 『시악화성』은 중국에서 고대부터 내려왔던 악률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론으로서 송대 채원정의 ‘변율론’과 명대 주제육의 ‘평균율’론을 수용하였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김수현, 「『시악화성』의 악률론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논문, 2011. 김수현, 『조선후기 악률론과 시악화성』, 민속원, 2012. 이종진, 「시악화성의 성기지원에 관한 미학적 고찰」, 『동양고전연구』 56, 동양고전학회, 2014. 이종진, 「시악화성의 평균율의 의의에 관한 미학적 탐구」, 『동양고전연구』 62, 동양고전학회, 2016.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