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궁삼대사 강신악조(三宮三大祀 降神樂調)
『주례(周禮)』에 기록된 천신 지신 인신의 제사에 쓴 음악의 악조
강신악은 중국 주나라의 의례인 주례에 기록된 삼대사(三大祀)에 쓴 음악이고 강신악조는 그 음악의 악조이다. 삼대사란 천신(天神)에 지내는 사(祀), 지기(地祇: 지신)에 지내는 제(祭), 그리고 인신(人神)을 위한 종묘(宗廟)에서 지내는 향(享)을 말한다. 강신악조에 대한 소개는 『악학궤범』(樂學軌範 1493)의 권 1의 ‘삼궁삼대사’ 항목에서이다.
강신악조는 『악학궤범』 권1의 ‘삼궁(三宮’) 항목과 ‘삼대사(三大祀)’ 항목에 소개되어 있는데, 이는 『주례(周禮)』의 기록과 『송사(宋史)』의 기록이 어떻게 다른지와 『악학궤범』 편찬 당시이며 조선에서의 그 쓰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강신악(降神樂)이란 천신(天神)ㆍ지기(地祇)ㆍ인귀(人鬼)에 대한 제사 즉 삼대사(三大祀)에서 쓰는 음악이고 강신악조란 그 음악의 악조를 말한다. 『악학궤범』권1의 <삼대사 강신악조>의 ‘祀天神’부분에서는 『주례』 「대사악」에의 내용을 인용하여 천신제 지기제 인귀제에 따른 악조명과 제사를 지내는 곳 쓰는 악기, 사용되는 춤 등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주례』 「춘관(春官)」 <大司樂>에 이렇게 쓰여 있다.
(인용문)
대개 원종위궁(圜鍾爲宮)ㆍ황종위각(黃鍾爲角)ㆍ태주위치(太簇爲徵)ㆍ고선위우(姑洗爲羽)의 음악과 뇌고 뇌도 고죽지관(孤竹之管)과 운화(雲和)의 금슬과 운문(雲門)의 춤을 동지에 원구에서 연주하여 악을 여섯 번 변주하면 천신이 모두 내려와 예를 올릴 수 있다.
대개 악기 함종위궁(函鍾爲宮)ㆍ태주위각(太簇爲角)ㆍ고선위치(姑洗爲徵)ㆍ남려위우(南呂爲羽)의 음악과 영고 영도 손죽지관(孫竹之管)과 공상(空桑)의 금슬과 함지(咸池)의 춤을 못 가운데의 네모난 언덕에서 연주하는데 악을 여덟 번 변주하면 지기(地祇)가 모두 내려와 예를 올릴 수 있다.
대개 황종위궁(黃鍾爲宮)ㆍ대려위각(大呂爲角)ㆍ태주위치(太簇爲徵)ㆍ응종위우(應鍾爲羽)의 음악과 음죽지관(陰竹之管)과 용문(龍門)의 금슬과 구덕(九德)의 노래와 구경(九磬)의 춤을 종묘 가운데서 연주하는데 악을 아홉 번 변주하면 인귀의 예를 올릴 수 있다.
이렇게 『주례』의 천지인 제사인 삼궁의 악조와 연주 위치, 변주, 악기, 춤과 노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제사 | 음악 | 연주장소 | 변 | 악기 | 춤과 노래 |
---|---|---|---|---|---|
천신(天神) |
圜鍾爲宮(원종위궁) 黃鍾爲角(황종위각) 太簇爲徵(태주위치) 姑洗爲羽(고선위우) |
圜丘(원구) | 6變 |
雷鼓 雷鼗(뇌고 뇌도) 孤竹之管(고죽지관) 雲和之琴瑟(운화지금슬) |
雲門之舞 (운문지무) |
지기(地祇) |
函鍾爲宮(함종위궁) 太簇爲角(태주위각) 姑洗爲徵(고선위치) 南呂爲羽(남려위우) |
澤中之方丘 (택중지방구) |
8變 |
靈鼓 靈鼗(영고 영도) 槂竹之管(손죽지관) 空桑之琴瑟(공상지 금슬) |
咸池之舞 (함지지무) |
인귀(人鬼) |
黃鍾爲宮(황종위궁) 大呂爲角(대려위각) 太簇爲徵(태주위치) 應鍾爲羽(응종위우) |
宗廟之中 (종묘지중) |
9變 |
路鼓 路鼗(노고 노도) 陰竹之管(음죽지관) 龍門之琴瑟(용문지금슬) |
九德之歌 (구덕지가) 九磬之舞 (구덕지무) |
여기에서 악조는 천, 지, 인의 각 제사에서 궁조, 각조, 치조, 우조의 4개씩 악조를 적어 놓았는데, 이는 일종의 악조명을 적은 것인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음계는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서 원종(圜鍾)은 협종을 말하며 함종(函鍾)은 임종을 말한다. 『주례』에 기록대로 위조식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제사 | 강신악조 | 음계 | |||||||
위조식 | 지조식 | 宮 | 商 | 角 | 變徵 | 徵 | 羽 | 變宮 | |
천신(天神) | 圜鍾爲宮 | 夾鍾之宮 | 夾 | 仲 | 林 | 南 | 無 | 黃 | 太 |
黃鍾爲角 | 夷則之角 | 夷 | 無 | 黃 | 太 | 夾 | 仲 | 林 | |
太簇爲徵 | 林鍾之徵 | 林 | 南 | 應 | 大 | 太 | 姑 | 蕤 | |
姑洗爲羽 | 林鍾之羽 | 林 | 南 | 應 | 大 | 太 | 姑 | 蕤 | |
지기(地祇) | 函鍾爲宮 | 林鍾之宮 | 林 | 南 | 應 | 大 | 太 | 姑 | 蕤 |
太簇爲角 | 無射之角 | 無 | 黃 | 太 | 姑 | 仲 | 林 | 南 | |
姑洗爲徵 | 南呂之徵 | 南 | 應 | 大 | 夾 | 姑 | 蕤 | 夷 | |
南呂爲羽 | 黃鍾之羽 | 黃 | 太 | 姑 | 蕤 | 林 | 南 | 應 | |
인귀(人鬼) | 黃鍾爲宮 | 黃鍾之宮 | 黃 | 太 | 姑 | 蕤 | 林 | 南 | 應 |
大呂爲角 | 南呂之角 | 南 | 應 | 大 | 夾 | 姑 | 蕤 | 夷 | |
太簇爲徵 | 林鍾之徵 | 林 | 南 | 應 | 大 | 太 | 姑 | 蕤 | |
應鍾爲羽 | 太簇之羽 | 太 | 姑 | 蕤 | 夷 | 南 | 應 | 大 |
『송사』에서는 『주례』의 강신악조를 爲를 之로 바꾸어 지조식으로 해석하였다. 그 결과, 궁조는 위조식이나 지조식이나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이지만 각조, 치조, 우조의 음계는 다음과 같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제사 | 강신악조 | 음계 | |||||||
지조식 | 실제 | 宮 | 商 | 角 | 變徵 | 徵 | 羽 | 變宮 | |
천신(天神) | 圜鍾之宮 | 夾 | 仲 | 林 | 南 | 無 | 黃 | 太 | |
黃鍾之角 | 姑洗爲角 | 黃 | 太 | 姑 | 蕤 | 林 | 南 | 應 | |
太簇之徵 | 南呂爲徵 | 太 | 姑 | 蕤 | 夷 | 南 | 應 | 大 | |
姑洗之羽 | 大呂爲羽 | 姑 | 蕤 | 夷 | 無 | 應 | 大 | 夾 | |
지기(地祇) | 函鍾之宮 | 林 | 南 | 應 | 大 | 太 | 姑 | 蕤 | |
太簇之角 | 蕤賓爲角 | 太 | 姑 | 蕤 | 夷 | 南 | 應 | 大 | |
姑洗之徵 | 應鍾爲徵 | 姑 | 蕤 | 夷 | 無 | 應 | 大 | 夾 | |
南呂之羽 | 蕤賓爲羽 | 南 | 應 | 大 | 太 | 姑 | 蕤 | 夷 | |
인귀(人鬼) | 黃鍾之宮 | 黃 | 太 | 姑 | 蕤 | 林 | 南 | 應 | |
大呂之角 | 仲呂爲角 | 大 | 夾 | 仲 | 林 | 夷 | 無 | 黃 | |
太簇之徵 | 南呂爲徵 | 太 | 姑 | 蕤 | 夷 | 南 | 應 | 大 | |
應鍾之羽 | 夷則爲羽 | 應 | 大 | 夾 | 仲 | 蕤 | 夷 | 無 |
그런데 『악학궤범』의 강신악조에서 더욱 혼동스럽게 하는 것은 사천신(祀天神)의 시용(時用)부분이다. 현재 쓰고 있는 ‘하늘제사 음악’이라는 것인데 그러니까 그 당시인 성종 때 쓴 천신악(天神樂)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時用에서는 위의 『송사』의 『대성악보』를 지조식으로 해석한 음계에서 주음, 즉 기조필곡하는 율을 다시 궁으로 삼아 궁으로 기조필곡(起調畢曲) 하는 궁조로 바꾸어 놓았다.
제사 | 강신악조 | 음계 | |||||||
실제 | 宮 | 商 | 角 | 變徵 | 徵 | 羽 | 變宮 | ||
천신(天神) | 圜鍾爲宮 | 夾 | 仲 | 林 | 南 | 無 | 黃 | 太 | |
黃鍾爲角 | 姑洗爲宮 | 姑 | 蕤 | 夷 | 無 | 應 | 大 | 夾 | |
太簇爲徵 | 南呂爲宮 | 南 | 應 | 大 | 夾 | 姑 | 蕤 | 夷 | |
姑洗爲羽 | 大呂爲宮 | 大 | 夾 | 仲 | 林 | 夷 | 無 | 黃 | |
지기(地祇) | 函鍾爲宮 | 林 | 南 | 應 | 大 | 太 | 姑 | 蕤 | |
太簇爲角 | 蕤賓爲宮 | 蕤 | 夷 | 無 | 黃 | 大 | 夾 | 仲 | |
姑洗爲徵 | 應鍾爲宮 | 應 | 大 | 夾 | 仲 | 蕤 | 夷 | 無 | |
南呂爲羽 | 蕤賓爲宮 | 蕤 | 夷 | 無 | 黃 | 大 | 夾 | 仲 | |
인귀(人鬼) | 黃鍾爲宮 | 黃 | 太 | 姑 | 蕤 | 林 | 南 | 應 | |
大呂爲角 | 仲呂爲宮 | 仲 | 林 | 南 | 應 | 黃 | 太 | 姑 | |
太簇爲徵 | 南呂爲宮 | 太 | 姑 | 蕤 | 夷 | 南 | 應 | 大 | |
應鍾爲羽 | 夷則爲宮 | 應 | 大 | 夾 | 仲 | 蕤 | 夷 | 無 |
『악학궤범』에서는 『주례』의 위조식 해석에 따른 음계와, 『송사』의 지조식 해석의 음계, 그리고 4개의 조를 모두 궁조화 한 시용 음계를 모두 서술하여 어떤 변화가정을 겪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사례는 천신제만 제시하였으므로 『주례』에 지기제아 인귀제에도 있는 강신악조를 포함하여 어떤 변화가 이러났는지를 하나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제사 ↓ | 『주례』 | 『송사』 | 『악학궤범』 시용 | |||
위조식 | 지조식 | 지조식 | 실제 | 실제 | ||
천신(天神) | 圜鍾爲宮 | 夾鍾之宮 | 圜鍾之宮 | 圜鍾爲宮 | ||
黃鍾爲角 | 夷則之角 | 黃鍾之角 | 姑洗爲角 | 黃鍾爲角 | 姑洗爲宮 | |
太簇爲徵 | 林鍾之徵 | 太簇之徵 | 南呂爲徵 | 太簇爲徵 | 南呂爲宮 | |
姑洗爲羽 | 林鍾之羽 | 姑洗之羽 | 大呂爲羽 | 姑洗爲羽 | 大呂爲宮 | |
지기(地祇) | 函鍾爲宮 | 林鍾之宮 | 函鍾之宮 | 函鍾爲宮 | ||
太簇爲角 | 無射之角 | 太簇之角 | 蕤賓爲角 | 太簇爲角 | 蕤賓爲宮 | |
姑洗爲徵 | 南呂之徵 | 姑洗之徵 | 應鍾爲徵 | 姑洗爲徵 | 應鍾爲宮 | |
南呂爲羽 | 黃鍾之羽 | 南呂之羽 | 蕤賓爲羽 | 南呂爲羽 | 蕤賓爲宮 | |
인귀(人鬼) | 黃鍾爲宮 | 黃鍾之宮 | 黃鍾之宮 | 黃鍾爲宮 | ||
大呂爲角 | 南呂之角 | 大呂之角 | 仲呂爲角 | 大呂爲角 | 仲呂爲宮 | |
太簇爲徵 | 林鍾之徵 | 太簇之徵 | 南呂爲徵 | 太簇爲徵 | 南呂爲宮 | |
應鍾爲羽 | 太簇之羽 | 應鍾之羽 | 夷則爲羽 | 應鍾爲羽 | 夷則爲宮 | |
해석 → | 위조식으로 해석했을 때 지조식 조명 | 주례의 조명 위를 지로 바꿔 지조식으로 해석 | 송사의 지조식 해석을 토대로 4조를 모두 궁조화 |
강신악조는 중국 문헌 『주례』에 기록된 오랜 악조명으로서 고대부터 악조명이 존재했다는 것은 체계적인 음악발달과 음악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서 의미를 가진다. 유교적 예악관에 비추어 볼 때, 강신악조는 제례의식을 기본적으로 구분하는 천신제, 지기제, 인귀제에 해당하는 악곡이 있었을 뿐 아니라 그 음악의 악조까지도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는데 있어서 이를 해석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되어 왔다. 그러나 『주례』에서는 악조명만을 말했지 그 음계가 무엇인지를 일일이 적어 놓은 것이 아니라서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관계로 『송사』에서는 이를 지조식으로 해석하여 궁조를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음계를 산출하였다. 이를 『악학궤범』에서는 오류로 보기보다는 해석의 하나로 보고 어떤 음계가 나오는지를 확실히 제시하였다. 게다가 조선에서는 『송사』의 지조식 해석으로 나온 음계를 가지고 각각의 조에 해당하는 주음을 궁으로 삼아 모두 궁조로 바꾼 시용강신악조까지 그 관계에 대해 밝혀놓은 것이다.
『증보문헌비고』 90권 「악고(樂考)」 1 <율려제조> 중 ‘주관 3궁’ 김종수 역, 『증보문헌비고』 「악고-상」, 국립국악원, 1994. 김병훈, 「삼대사(三大祀) 강신악조(降神樂調)에 관한 연구」, 『음악연구』 15, 한국음악학회, 1997. 김수현, 「『악학궤범』권1에 나타난 중국음악이론의 주체적 수용 양상에 대한 고찰-시용을 중심으로」, 『유교문화사상연구』47, 한국유교학회, 2012.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