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琴譜』)
1610년에 김두남이 양덕수가 선별하여 정리한 대엽류 가곡과 노래를 모아 편찬한 거문고 악보집
통문관(通文館) 이겸로(李謙魯)가 소장했던 악보로 영인본이 가장 먼저 1952년 통문관에서 『양금신보』로 간행되었다. 현재 악보의 목판본과 필사본은 전국적으로 여러 권 발견되는데,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도 목판본이 소장되어 있다. 규장각한국연구원 소장 악보의 영인본은 1984년에 국립국악원에서 『한국음악학자료총서』(14)의 일부로 간행되었다.
○ 체재 및 규격
목판본 1책 29장. 세로 26.8cm×가로 20.45cm
○ 소장처 및 청구기호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청구기호: 가람古貴780.951-Y17y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책의 앞표지 겉면에 악보명 ‘금보(琴譜)’가 보인다.
악보명은 장악원 악사 양덕수(梁德壽)가 새로 만든 거문고 악보라는 의미에서 양금신보(梁琴新譜)라 지어진 이름이고, 이 명칭이 악보명으로 정착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
편찬연도는 김두남이 쓴 이 악보의 발문에 나오는 ‘萬曆 庚戌’이라는 필사기로 인해 1610년으로 추정되었다.
편저자를 추정하기에 앞서 임실 현감 김두남이 쓴 이 악보의 발문과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집(於于集)』의 「양금신보발(梁琴新譜跋)」에 근거해서 『양금신보』 편찬 경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김두남은 임실 현감 시절 임진왜란을 피해 이웃 남원에 있는 양덕수를 임실로 데려와 며칠을 머무르게 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옛 악보를 바탕으로 『태평유보(太平遺譜)』를 만들도록 권유하였는데, 바로 목판본 『양금신보』가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목판본 『양금신보』의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지만, 임실현의 재력이 달려서 옛 악보에 있는 모든 음악을 다 실을 수 없었다. 『태평유보』에는 옛 악보에 있는 곡 중 7~8곡만을 선택하여 수록하였는데, 이것은 양덕수 악사의 의견을 따라 빠른 곡이 아니라 느린 곡 위주로 선택하였다. 이렇게 해서 『양금신보』의 거문고 선율은 양덕수 악사가 선택한 옛 악보의 거문고 선율을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양금신보』는 옛 문헌에서 전하는 중국의 금(琴)의 기원과 상징에 관한 「금아부(琴雅部)」로 시작되는데, 중국 문헌을 출처로 한 여러 기록을 모아서 기록한 것이다. 이어서 『삼국사기』의 거문고의 유래와 〈정과정(鄭瓜亭)〉 삼기곡(三機曲)과 만(慢)ㆍ중(仲)ㆍ삭대엽(數大葉)의 관계를 기록한 「현금향부(玄琴鄕部)」가 나온다. 「금아부」ㆍ「현금향부」 체제는 음악을 애호한 문인 지식인인 김두남이 악보에 도입한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나 확증할 길은 없다. 이어지는 거문고의 평조산형 이하 기록은 거문고 연주자인 양덕수가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악보인 편저자인 김두남은 『양금신보』를 목판본으로 간행하여 음악 애호가들과 소통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악보가 간행된 이듬해 바로 유몽인이 다스리는 이웃 남원을 찾아가 『양금신보』 한 권을 주었고, 이로 인해 향악인 거문고 음악에 대한 유몽인의 부정적인 선입견이 변화되었다. 『양금신보』는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어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의 손에까지 들어갔고, 그에게 거문고 입문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외에도 조선 시대 금보 중 『양금신보』를 저본으로 하여 만들어진 금보의 수가 가장 많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양금신보』가 다량 유통되었음이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1652) 계열 금보인 국립국악원 소장 『금보』, 박기환 소장 『금보단』, 『경대금보』, 『인수금보』, 『남훈유보』, 『증보고금보』 등은 전반부에 『양금신보』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다.
○ 구성 및 내용
『양금신보』의 전반부에는 「금아부」와 「현금향부」가 나오고 이어서 거문고[玄琴]의 평조산형(平調散形)ㆍ우조산형(羽調散形)ㆍ집시법(執是法)ㆍ조현법(調絃法)ㆍ안현법(按絃法)ㆍ타량법(打量法)ㆍ합자(合字)가 나온다.
거문고 산형은 거문고에서 6현과 16괘 부분만 따로 떼어 확대해 놓고 그 위에 율명(律名)과 공척보(工尺譜), 오음약보(五音略譜)와 시용궁상각치우(時用宮商角徵羽), 오조(五調) 내 궁상각치우 등 다양한 기보법을 전부 또는 일부만 사용하여 현과 괘 위에 풀어 놓아서 거문고의 연주 및 기보 방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양금신보』의 거문고 산형은 시용궁상각치우로 기록되어 있다.
거문고의 집시법은 술대 잡는 방법뿐만 아니라 술대의 재료, 크기, 모양, 사용법까지 설명되어 있다.
거문고의 조현법은 현을 가볍게 짚고 음을 맞추어 고르는 법이 설명되어 있다.
거문고의 안현법은 왼손으로 현을 누르는 방법에 관한 내용으로, 『양금신보』의 안현법에서는 거문고 3괘법을 연주할 때 왼손으로 현을 누르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특히 ‘청(淸)’ 소리를 낼 때의 손가락의 위치를 상세히 알려준다.
거문고의 타량법은 기보에서 빠르기와 관련된 설명이다.
거문고의 합자는 조선 전기 성현(成俔, 1439~1504)에 의해서 창안된 거문고의 연주 방법을 알려주는 부호이다. 거문고 합자는 현 이름, 괘 순서, 왼손가락 이름, 오른손 술대 사용법을 나타내는 한자(漢字)의 약자와 기호를 하나로 모아놓은 형태로 음악을 기보하는데 사용된다. 『양금신보』에는 거문고에 사용되는 합자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어서 거문고 악보가 나온다.
〈만대엽(慢大葉) 낙시조(樂時調)〉ㆍ〈북전(北殿)〉(“흐리누거”)ㆍ〈북전 우(又)〉(“白雪이”)ㆍ〈중대엽(中大葉) 평조(平調) 속칭 심방곡(心方曲)〉(“오ᄂᆞ리”)ㆍ〈중대엽 평조 우(又)〉(“이 몸이”)ㆍ〈중대엽 우조(羽調)〉ㆍ〈중대엽 우조계면조(羽調界面調)〉ㆍ〈중대엽 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ㆍ〈조음(調音) 평조〉ㆍ〈조음 우조〉ㆍ〈감군은(感君恩) 평조 사편(平調 四篇)〉 총 11곡이 수록돼 있다.
이 악보집의 〈중대엽〉은 최초의 악보이며, 당시에 이 곡은 평조ㆍ우조ㆍ평조계면조ㆍ우조계면조로 모두 연주하였다. 〈만대엽 낙시조〉과 〈조음〉은 반행 단위로 기록되었고, 〈북전〉은 1행 8정간 3대강의 정간보(井間譜)에 기록되었다. 나머지 악곡은 모두 1행 (8정간이 내재된)무정간 3대강에 기보되었다. 음의 높이와 연주법은 노랫말과 함께 오음약보, 합자보, 한글육보, 시용궁상각치우 등으로 기보되었다.
끝부분에 악보의 편저자 김두남의 발문이 실렸다. 발문에는 양덕수 악사의 이름이 새겨졌고, 『양금신보』가 다량으로 유통되면서 양덕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러나 편저자인 김두남의 이름은 거문고 음악 애호가들에게조차 언급되지 않았는데, 이것은 ‘임실 현감 김두남 서(任實縣監 金斗南序)’가 기록된 『양금신보』의 마지막 면이 인쇄와 전사과정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악보 차례]
금아부(琴雅部)
현금향부(玄琴鄕部)
현금 평조산형(玄琴 平調散形)ㆍ우조산형(羽調散形)
집시법(執是法)ㆍ조현법(調絃法)ㆍ안현법(按絃法)ㆍ타량법(打量法)ㆍ합자(合字)
만대엽(慢大葉) 낙시조(樂時調)
북전(北殿)(“흐리누거”)ㆍ우(又)(“白雪이”)
중대엽(中大葉) 평조(平調) 속칭 심방곡(心方曲)(“오ᄂᆞ리”)ㆍ우(又)〉(“이 몸이”)
중대엽 우조(羽調)
중대엽 우조계면조(羽調界面調)
중대엽 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
조음(調音) 俗稱다ᄉᆞ림ㆍ우조
감군은(感君恩) 평조 사편(四篇)
김두남(金斗南) 발문
『양금신보』는 임진왜란으로 거문고 음악의 단절을 염려하여 제작된 거문고 악보집으로 임진왜란 이전의 거문고 음악을 기록한다. 이 악보는 목판본으로 만들어졌기에 제작할 때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고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보관상의 어려움은 있지만, 다량으로 인쇄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목판만 온전하다면 무한정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조선 후기 거문고 악보 중 『양금신보』를 저본으로 한 거문고 악보의 수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양금신보』의 유행은 수록된 거문고 이론[금론]에 정형성과 보편성이라는 위상을 부여하였다.
현재 『양금신보』 목판본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원문 DB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이 목판본의 영인본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연구/자료-학술연구-영인ㆍ번역’ 섹션에서 원문 DB 서비스로 제공된다.
『경대금보』 『금합자보』 『남훈유보』 박기환 소장 『금보단』 『악학궤범』 『이수삼산재본금보』 『인수금보』 『증보고금보』
강명관 외, 『역주 고악보』 1, 민속원, 2021. 김성혜, 「『양금신보』 목판본 10건 연구」, 『한국음악사학보』 71, 한국음악사학회, 2023. 송석하, 「현존조선악보(現存朝鮮樂譜)」, 『다나베선생환력기념동아음악논총(田邊先生還曆記念東亞音樂論叢)』, 동경: 山一書房, 1943; 「현존한국악보」, 『韓國民俗考』, 일신사, 1960 재수록. 이혜구,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국악원논문집』 1, 국립국악원, 1989;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한국음악논고』,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5 재수록. 이혜구, 「2. 양금신보(梁琴新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14, 국립국악원, 1984. 최선아, 「파강(巴江) 김두남(金斗南)과 『양금신보』」, 『한국음악사학보』 47, 한국음악사학회, 2011; 『지음을 기다리며』, 민속원, 2021에 일부 내용을 수정하여 수록함. 최선아, 「조선후기 금론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조선후기 금론연구』, 민속원, 2017 재수록.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