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 이후에 궁중 음악을 관장하는 기관인 장악원에서 편찬한 7권 5책의 관찬 악보집
조선시대 장악원에 소장된 악보로, 현재 원본은 국립국악원에 소장되어 있다. 영인본은 1983년에 국립국악원에서 『한국음악학자료총서』(11)로 간행되었다.
○ 체재 및 규격
사본 7권 5책. 각 책은 인(仁)ㆍ의(儀)ㆍ예(禮)ㆍ지(智)ㆍ신(信)으로 구성. 세로 41.5cm×가로 32.5cm
○ 소장처 및 소장품번호
국립국악원. 소장품번호: 유물 000206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책의 앞표지에 악보명 ‘속악원보(俗樂源譜)’가 보인다.
편찬연대는 미상이지만, 수록된 곡에 1776년(정조 즉위년)에 제정된 《경모궁제례악(景慕宮祭禮樂)》과 1781년(정조 5)에 논의되기 시작하여 1786년 처음 연주된 《무안왕묘제악(武安王廟祭樂)》이 나온다는 점에서 조선 정조 이후에 편찬된 악보로 추정되었다. 이 악보는 5책의 인ㆍ의ㆍ예ㆍ지ㆍ신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책의 말미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광서십팔년임진삼월일중수(光緖十八年壬辰三月日重修)’라는 기록에 근거하여 이 악보가 1892년(고종29) 3월에 중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악보의 편찬 작업은 궁중음악을 관장하는 기관인 장악원(掌樂院)에서 이루어졌다.
○ 구성 및 내용
『속악원보』의 7권에서는 다양한 기보법으로 음악을 기보한다. 권1∼4, 권6에서는 1행 3ㆍ2ㆍ3ㆍ3ㆍ2ㆍ3의 16정간 6대강의 정간보로 음의 시가를 기보하고, 권3의 《경모궁제례악》의 일부와 권5에서는 1행 4ㆍ2ㆍ4ㆍ4ㆍ2ㆍ4의 20정간 6대강의 정간보로 음의 시가를 기보한다. 음의 높낮이는 율자보(律字譜)와 오음약보(五音略譜)로 기보한다. 권7은 방향보로, 1행 9칸에 율자보로 기보한다.
『속악원보』의 7권 5책의 구성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권1 인편
종묘(宗廟)와 영녕전(永寧殿)의 제례악인 《보태평(保太平)》ㆍ《정대업(定大業)》이 실려 있다.
《보태평》은 〈영신 희문(迎神熙文)〉ㆍ〈전폐 희문(尊幣熙文)〉ㆍ〈진찬 풍안지악(進饌 豊安之樂)〉ㆍ〈초헌 희문(初獻 熙文)〉ㆍ〈기명(基命)〉ㆍ〈귀인(歸仁)〉ㆍ〈형가(亨嘉)〉ㆍ〈집녕(輯寧)〉ㆍ〈융화(隆化)〉ㆍ〈현미(顯美)〉ㆍ〈용광정명(龍光貞明)〉ㆍ〈중광(重光)〉ㆍ〈대유(大猷)〉ㆍ〈역성(繹成)〉으로 구성되고, 《정대업》은 〈아헌 소무(亞獻 昭武)〉ㆍ〈독경(篤慶)〉ㆍ〈탁정(濯征)〉ㆍ〈선위(宣威)〉ㆍ〈신정(神定)〉ㆍ〈분웅(奮雄)〉ㆍ〈순응(順應)〉ㆍ〈총유(寵綏)〉ㆍ〈정세(靖世)〉ㆍ〈혁정(赫整)〉ㆍ〈영관(永觀)〉ㆍ〈철변두 옹안지악(徹籩豆 雍安之樂)〉ㆍ〈송신 흥안지악(送神 興安之樂)〉으로 구성된다.
권1의 《보태평》ㆍ《정대업》은 『대악후보』 권2에 수록된 「시용보태평보(時用保太平譜)」ㆍ「시용정대업보(時用定大業譜)」와 완전히 일치된다. 다만 《보태평》 중 〈용광〉과 〈정명〉을 합하여 1장으로 하고, 〈중광〉을 〈정명〉 다음에 첨가한 것만 달라졌다.
② 권2 의편
관운장을 모신 사당인 관왕묘(關王廟)의 제악인 《무안왕묘제악》이 실려 있다.
《무안왕묘제악》은 〈영신 왕재곡(迎神 王在曲)〉ㆍ〈전폐 힐향곡(奠幣 肹蠁曲)〉ㆍ〈철변두 석하곡(撤籩豆 錫蝦曲)〉ㆍ〈송신(送神)〉으로 구성된다.
《무안왕묘제악》은 《종묘제례악》 중 《정대업》의 악곡을 발췌하여 만들었다.
③ 권3 의편
《경모궁제례악》인 《계희운(啓熙運)》ㆍ《보융은(報隆恩)》이 실려 있다.
《계희운》은 〈영신 어휴곡(迎神 於休曲)〉ㆍ〈전폐 제명곡(奠幣 齊明曲)〉ㆍ〈진찬 혁우곡(進饌 赫佑曲)〉ㆍ〈초헌 제권곡(初獻 帝眷曲)〉ㆍ〈진색곡(震索曲)〉ㆍ〈유길곡(維吉曲)〉으로 구성되고, 《보융은》은 〈아헌 독경곡(亞獻 篤慶曲)〉ㆍ〈휴운곡(休運曲)〉ㆍ〈휘유곡(徽柔曲)〉ㆍ〈철변두 유분곡(徹籩豆 有芬曲)〉ㆍ〈송신 아례곡(送神 我禮曲)〉으로 구성된다.
《계희운》과 《보융은》은 각각 《종묘제례악》 중 《보태평》과 《정대업》의 악곡을 발췌하여 만들었다.
④ 권4 예편
〈여민락만(與民樂慢)〉ㆍ〈낙양춘(洛陽春)〉이 실려 있다.
〈여민락만〉은 1행 32정간보로 된 『세종실록악보(世宗實錄樂譜)』의 〈여민락〉과 기보법이 다르지만 출현음과 시가가 완전하게 같은 악곡이다. 〈낙양춘〉은 이 악보가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악보이다.
⑤ 권5 지편
〈여민락 관보(管譜)〉10장ㆍ〈보허자〉와 《영산회상(靈山會相)》과 〈여민락 현보(絃譜)〉7장ㆍ〈보허자〉가 실려 있다.
기록 위치상 〈여민락 관보〉 뒤의 〈보허자〉는 관보로, 〈여민락 현보〉 뒤의 〈보허자〉는 현보로 보이는데, 관보와 현보로 구분된 〈여민락〉과 〈보허자〉의 악보는 이전 시기에 없었던 처음 보이는 형태이고, 1행 20정간으로 된 〈여민락〉과 〈보허자〉도 처음 나온다. 기록된 위치로 봤을 때 관보로 추정되는 《영산회상》은 1행 20정간으로 되어 있는데 1행 20정간으로 된 《영산회상》은 『대악후보(大樂後譜)』에서도 보인다.
⑥ 권6 신편
현금ㆍ가야금ㆍ비파의 연주법인 ‘각현격도지법(各絃擊挑之法)’이 부기된 《종묘제례악》과 《경모궁제례악》, 〈낙양춘(洛陽春)〉과 〈만(慢)〉5장이 실려 있다.
《종묘제례악》은 〈희문〉ㆍ〈기명〉ㆍ〈귀인〉ㆍ〈형가〉ㆍ〈집녕〉ㆍ〈융화〉ㆍ〈현미〉ㆍ〈용광정명〉ㆍ〈대유〉ㆍ〈역성〉ㆍ〈진찬〉ㆍ〈소무〉ㆍ〈독경〉ㆍ〈탁정〉ㆍ〈선위〉ㆍ〈신정〉ㆍ〈분웅〉ㆍ〈순응〉ㆍ〈총유〉ㆍ〈정세〉ㆍ〈혁정〉ㆍ〈영관〉으로 구성된다. 《경모궁제례악》은 〈어휴곡〉ㆍ〈진색곡〉ㆍ〈유길곡〉ㆍ〈혁우곡〉ㆍ〈독경곡〉ㆍ〈휴운곡〉ㆍ〈휘유곡〉만으로 구성된다.
권6 신편의 악곡은 이미 앞에 수록된 바 있지만 여기에 기록된 음악은 모두 그 전통적 시가를 잃어버린 것으로 1음1박의 리듬을 갖는다.
⑦ 권7 신편
방향보로 된 〈영(令)〉5장과 〈방향 보허자〉가 실려 있다.
방향보로 된 〈영〉은 〈여민락령〉이다. 권7 신편의 악곡도 모두 1음1박의 거의 현전 악곡과 동일한 리듬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상 『속악원보』는 특유의 불규칙한 리듬을 18세기까지 간직하고 있던 《종묘제례악》의 변화된 모습을 처음 보여 주며 1음1박으로 변한 궁중음악의 변화의 근거를 제시해 주는 중요한 악보로 주목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러운 변화인지 의도적인 변화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어 소개한다.
『속악원보』의 편찬이 우리음악의 1음1박화를 정당한 변화로 위장하여 우리 고유의 음악을 영원히 사라지게 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1음1박의 음악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속악원보』 신편의 악보는 음의 길이가 표시되지 않은 선율만 기록된 『악장요람』(1809년경)의 악보를 정간보에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 각 음이 가지는 길이가 균등하게 1박으로 고정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러한 작업의 철저한 위장을 위해 18세기 관찬악보 『대악후보』의 4ㆍ2ㆍ4 정간보를 사용하여 《영산회상》을 탄생시켰다고 주장한다. 『속악원보』 이전의 모든 정간보가 3ㆍ2ㆍ3의 구조를 갖는 반면에 『속악원보』의 지편은 모두 4ㆍ2ㆍ4 정간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18세기까지 궁중음악이 향악의 고유한 리듬을 유지하다가 『속악원보』에 와서 1음1박으로 변화한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아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악보 차례]
인편 권(1仁編 卷之一)
종묘 영녕전 제악 보태평보(宗廟 永寧殿 祭樂 保太平譜)
영신 희문(迎神熙文)
전폐 희문(尊幣熙文)
진찬 풍안지악(進饌 豊安之樂)
초헌 희문(初獻 熙文)
기명(基命)
귀인(歸仁)
형가(亨嘉)
집녕(輯寧)
융화(隆化)
현미(顯美)
용광정명(龍光貞明)
중광(重光)
대유(大猷)
역성(繹成)
정대업보(定大業譜)
아헌 소무(亞獻 昭武)
독경(篤慶)
탁정(濯征)
선위(宣威)
신정(神定)
분웅(奮雄)
순응(順應)
총유(寵綏)
정세(靖世)
혁정(赫整)
영관(永觀)
철변두 옹안지악(徹籩豆 雍安之樂)
송신 흥안지악(送神 興安之樂)
의편 권2(義編 卷之二)
무안왕묘 제악보(武安王廟 祭樂譜)
영신 왕재곡(迎神 王在曲)
전폐 힐향곡(奠幣 肹蠁曲)
철변두 석하곡(撤籩豆 錫蝦曲)
송신(送神)
의편 권3(義編 卷之三)
경모궁 제악 계희운보(景慕宮 祭樂 啓熙運譜)
영신 어휴곡(迎神 於休曲)
전폐 제명곡(奠幣 齊明曲)
진찬 혁우곡(進饌 赫佑曲)
초헌 제권곡(初獻 帝眷曲)
진색곡(震索曲)
유길곡(維吉曲)
보융은보(報隆恩譜)
아헌 독경곡(亞獻 篤慶曲)
휴운곡(休運曲)
휘유곡(徽柔曲)
철변두 유분곡(徹籩豆 有芬曲)
송신 아례곡(送神 我禮曲)
예편 권4(禮篇 卷之四)
여민락만(與民樂慢)
낙양춘(洛陽春)
지편 권5(智篇 卷之五)
여민락관보(與民樂管譜)
보허자(步虛子)
영산회상(靈山會相)
여민락현보(與民樂絃譜)
보허자(步虛子)
신편 권6(信篇 卷之六)
거문고 가야금 비파 각현격도지법(玄琴 伽倻琴 琵琶 各絃擊挑之法)
희문(熙文)
기명(基命)
귀인(歸仁)
형가(亨嘉)
집녕(輯寧)
융화(隆化)
현미(顯美)
용광정명(龍光貞明)
대유(大猷)
역성(繹成)
진찬(進饌)
소무(昭武)
독경(篤慶)
탁정(濯征)
선위(宣威)
신정(神定)
분웅(奮雄)
순응(順應)
총유(寵綏)
정세(靖世)
혁정(赫整)
영관(永觀)
어휴곡(於休曲)
진색곡(震索曲)
유길곡(維吉曲)
혁우곡(赫佑曲)
독경곡(篤慶曲)
휴운곡(休運曲)
휘유곡(徽柔曲)
낙양춘(洛陽春)
만(慢)
신편 권7(信篇 卷之七)
방향보 영(方響譜 令)
방향 보허자(方響步虛子)
『속악원보』는 『대악후보』와 현행 한국전통음악을 연결하며 음악의 다양한 변모 양상을 보여주어 중요한 문헌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악보는 정조 즉위년인 1776년에 제정된 《경모궁제례악》부터 정조 5년(1781)부터 논의되기 시작하여 정조 10년(1786)에 처음 연주된 《무안왕묘제악》까지, 정조대 음악 정책의 일환으로 새롭게 제작된 음악이 수록되어 있어 특히 주목되었다. 또한 현재 《종묘제례악》에 편성되지 않는 거문고ㆍ가야금ㆍ비파 등의 악보도 존재하여 주목된다.
현재 『속악원보』의 영인본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연구/자료-학술연구-영인ㆍ번역’ 섹션에서 원문 DB 서비스로 제공된다.
『대악후보』 『세종실록악보』 『속악원보』
김재영, 「『속악원보』 신편의 격도법 연구: 정대업ㆍ보태평을 중심으로」, 『한국음악사학보』 23, 한국음악사학회, 1999. 남상숙, 「『속악원보』의 편찬체계와 수록곡 분석」, 『종묘제례악의 전승』, 국립국악원, 2004. 성경린, 「한국악보해제」, 『한국예술총람 자료편』, 대한민국 예술원, 1965; 「한국의 악보」, 『한국음악논고』, 동화출판공사, 1976 재수록. 송석하, 「현존조선악보(現存朝鮮樂譜)」, 『다나베선생환력기념동아음악논총(田邊先生還曆記念東亞音樂論叢)』, 동경: 山一書房, 1943: 「현존한국악보」, 『韓國民俗考』, 일신사, 1960 재수록. 이혜구, 「여민락고」, 『한국음악연구』, 국민음악연구회, 1957. 이혜구, 「한국의 음악」, 『한국사』 23, 국사편찬위원회, 1978. 장사훈, 「보허자논고」, 『국악논고』, 서울대학교 출판부, 1966. 장사훈, 「속악원보해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11, 국립국악원, 1983. 장사훈, 「종묘제례악의 음악적 고찰」, 『국악논고』, 서울대학교 출판부, 1966. 황준연, 「『속악원보』의 영산회상」, 『영산회상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9.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