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에 민간 가곡을 모아 편찬한 양금 악보집
1884년(고종 21)에 필사한 양금 악보집으로, 민간에서 조선의 지식인층이 연주하던 가곡의 양금 선율이 한자식 육보로 기보되어 있다.
국립국악원 원장을 역임한 이주환(李珠煥, 1909∼1972)이 입수하여 국립국악원에 기증하였다.
현재 이 책의 원본은 ‘西琴歌曲’이라는 서명으로 국립국악원에 소장되어 있으며, 영인본은 1980년에 국립국악원에서 『한국음악학자료총서』(2)의 일부로 간행되었다.
○ 체재 및 규격
필사본 1책 52장. 세로 19.2cm×가로 19.1cm
○ 소장처 및 소장품번호
국립국악원. 소장품번호: 유물 000215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책의 앞표지 겉면과 첫 장에 악보명 ‘서금가곡(西琴歌曲)’이 보인다. ‘서금’ 즉 양금으로 연주하는 가곡 악보라는 의미이다.
편찬연대는 미상이지만, 이 악보에 수록된 〈장삭대엽(長數大葉)〉(현행 〈이삭대엽〉에 해당)에 이어서 〈중거(中擧)〉ㆍ〈평거(平擧)〉ㆍ〈두거(頭擧)〉가 나오고, 〈언편(言編)〉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들 4곡이 처음 보이는 『가곡원류』(1876) 이후인 조선 말기에 편찬된 악보로 추정되었다.
한편 표지 안에 ‘開國 五百一年(개국오백일년)’이라는 기록에 근거하여 이 악보의 편찬연도를 조선 개국 501년에 해당하는 1892년(고종 29)으로 추정된 바 있다. 또한 표지 끝의 ‘甲申 正月 日(갑신정월일)’이란 기록을 통해서 악보의 편찬연도 갑신년을 1884년으로 추정된 바도 있다.
이상의 편찬연대 추정의 근거와 이 악보가 『역양아운(嶧陽雅韻)』(1886년 경)에 수록된 「서금가곡」과 서로 필사 관계에 있는 악보라는 점에서 편찬연대를 1884년으로 추정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 구성 및 내용
먼저 양금으로 연주하는 가곡 한바탕이 나오고 끝부분에 계면과 우조의 〈조음〉이 나온다.
〈우조 초삭대엽(羽調初數大葉)〉ㆍ〈장삭대엽〉ㆍ〈중거(즁허리)〉ㆍ〈평거(막것)〉ㆍ〈두거(드러것)〉ㆍ〈단삭대엽(短數大葉)〉ㆍ〈삼삭대엽(三數大葉)〉ㆍ〈소용(搔聳)〉ㆍ〈반엽 율당(返葉栗糖)〉ㆍ〈계면 초삭대엽(界面初數大葉)〉ㆍ〈장삭대엽〉ㆍ〈중거〉ㆍ〈평거)〉ㆍ〈두거〉ㆍ〈단삭대엽〉ㆍ〈삼삭대엽〉ㆍ〈농(弄)〉ㆍ〈우락(羽樂)〉ㆍ〈계락(界樂)〉ㆍ〈편락(編樂)〉ㆍ〈편(編)〉ㆍ〈언편〉ㆍ〈언락(言樂)〉ㆍ〈언롱(言弄)〉ㆍ〈환계락 여창(還界樂 女唱)〉ㆍ〈계면 조음(繼面調音)〉ㆍ〈우 조음(羽調音)〉 총 27곡이 수록돼 있다.
모든 악곡에서는 한글 구음인 ‘덩’이 포함된 한자식 양금 육보로 음의 높이를 기보한다. 장고 장단은 〈우조 초삭대엽(羽調初數大葉)〉 초장에만 표시되어 있어서 가곡 전체의 시가 해석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한자식 양금 육보 옆에 병기된 연주 부호 삼조표(三條標)는 음악의 시가를 해석하는데 약간의 도움을 준다. 이 악보의 삼조표는 19세기 초반 『유예지(遊藝志)』, 『구라철사금자보(歐邏鐵絲琴字譜)』 이후의 비교적 이른 시기의 것이다.
이 악보집의 〈단삭대엽〉은 〈이삭대엽〉와 〈삼삭대엽〉 사이에 나오는데, 〈단삭대엽〉은 『역양아운』, 『원객유운(園客遺韻)』, 『일사금보(一簑琴譜)』에서도 확인되는 악곡이지만 현재는 가창되지 않는다. 〈환계락 여창〉은 곡명에 붙은 여창 표기로 인해 여창으로만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일부 가곡은 노랫말 일부가 병기되어 있는데 〈농〉은 18편, 〈언롱〉은 16편, 〈우락〉은 7편, 〈편〉은 6편의 노랫말 앞부분이 각(刻) 수와 함께 기록되어 있다. 가곡의 노랫말에 각을 표시한 이유는 늘어난 노랫말의 글자 수를 소화하기 위한 음악적 방편이다. 노랫말 옆에 각을 표시한 양금 악보는 이 악보가 처음이다.
이 악보집의 끝부분에는 매화점장단이 기록되어 있다. 매화점장단은 일반적으로 가곡의 반 장단을 표시하는 장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악보는 가곡 외 〈회상〉(현행 〈상영산〉에 해당)ㆍ〈도드리〉ㆍ〈타령〉의 장단에도 매화점장단이 활용되었음을 알게 해주는 기록이 있어 주목된다. 풍류 음악에 사용되는 매화점장단은 『아양금보(峨洋琴譜)』(1880), 『역양아운』(1886)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이 악보집은 『역양아운』에서 「서금가곡」과 같이 《영산회상》을 포함하는 민간 풍류 음악과 가곡 등을 수록한 악보집에서 서금가곡 부분만이 별도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악보 차례]
우조 초삭대엽(羽調初數大葉)
장삭대엽(長數大葉)
중거(中擧) 즁허리)
평거(平擧) 막 것
두거(頭擧) 드러 것
단삭대엽(短數大葉)
삼삭대엽(三數大葉)
소용(搔聳)
반엽 율당(返葉 栗糖)
계면 초삭대엽(界面 初數大葉)
장삭대엽(長數大葉)
중거(中擧)
평거(平擧)
두거(頭擧)
단삭대엽(短數大葉)
삼삭대엽(三數大葉)
농(弄)
우락(羽樂)
계락(界樂)
편락(編樂)
편(編)
언편(言編)
언락(言樂)
언롱(言弄)
환계락 여창(還界樂 女唱)
계면 조음(繼面調音)
우 조음(羽調音)
『서금가곡』은 『역양아운』의 「서금가곡」과 필사 관계에 있는 1884년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악보로 19세기 후반 민간 풍류방에서 양금으로 연주하는 가곡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특히 현재 가창되지 않는 〈단삭대엽〉과 비교적 초기에 속하는 〈환계락 여창〉이 수록되어 있어 가곡의 파생 관계 및 여창 가곡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가곡은 노랫말과 각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서 노랫말 붙임새와 각선율의 관련성을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당시 농, 낙, 편에 얹어서 불렸던 장형시조의 수가 현행에 비해 많은데, 향후 연구를 통해서 다양한 노랫말로 불리는 가곡 농, 낙, 편의 복원 연주 및 가창이 가능하다.
이 악보의 삼조표는 19세기 초반 『유예지(遊藝志)』, 『구라철사금자보(歐邏鐵絲琴字譜)』 이후의 비교적 이른 시기의 것으로 삼조표 연구에 초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매화점장단’은 가곡과 풍류 음악의 장단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현재 『서금보』의 영인본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연구/자료-학술연구-영인ㆍ번역’ 섹션에서 원문 DB 서비스로 제공된다.
『구라철사금자보』 『아양금보』 『역양아운』 『원객유운』 『유예지』 『일사금보』
김영운, 「고악보의 기보법에 관한 연구: 『협율대성』 양금보의 시가기보법을 중심으로」, 『한국음악연구』, 한국국악학회 15ㆍ16 합병호, 1986.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김영운, 「매화점식 장단기보법 연구」, 『한국음악연구』 50, 2011. 김화복, 「가곡 편(編)계통 악곡의 ‘각(刻)’선율 연구」, 『국악원논문집』 41, 2020. 신혜선, 「『삼죽금보』 각(脚)을 통해 본 가곡 농ㆍ낙의 특징」,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9. 이동복, 「《역양아운》에 관한 연구」, 『경대논문집』 48, 1988. 이동희, 「환계락 대여음의 가변성」, 『한국음악연구』 64, 한국국악학회, 2018. 이혜구,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국악원논문집』 1, 1989: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한국음악논고』, 1995 재수록. 장사훈, 「7. 서금가곡(西琴歌曲)」, 『한국음악학자료총서』 2, 1980.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