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중엽 조선의 민간 풍류 음악과 금론을 모아 편찬한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 계열 거문고 악보집
17세기 중엽 조선의 지식인이 연주한 민간의 풍류 음악의 거문고 선율과 고금 및 거문고의 금론 등을 모아서 편찬한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 계열 거문고 악보집이다.
현재 원본은 강전섭(姜銓爕)이 소장하고 있다. 영인본은 1985년에 국립국악원에서 『한국음악학자료총서』(18)의 일부로 간행되었다.
○ 체재 및 규격
필사본 1책 19장. 세로 29.0cm×가로 18.5cm
○ 소장처
강전섭 개인 소장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책의 앞표지 겉면에 악보명 ‘남훈유보(南薰遺譜)’가 보인다.
편찬연도와 편찬자는 미상이지만, 17세기 중엽 조선의 민간 악보 중 하나인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宋氏二水三山齋本琴譜)』(1651) 계열 금보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내용연대는 17세기 중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해제에서 고종대로 추정된 바 있다.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는 민속학자인 석남(石南) 송석하(宋錫夏, 1904∼1948)가 1943년 일본어 논문 「현존조선악보(現存朝鮮樂譜)」에서 처음 소개했다가 송석하 사후 실전한 것으로 알려진 거문고 악보집이다. 원 악보명은 ‘금보(琴譜)’이지만 송석하가 그의 논문에 그의 성씨와 서재명을 따서 ‘송씨이수삼산재본(宋氏二水三山齋本)금보’라 가칭하였다. 송석하는 이 금보의 뒷면에 ‘신묘년 정월 모일에 마치다(終于辛卯正月日)’란 기록을 통해서 금보의 편찬 연대로 추정되는 신묘년을 1651년으로 해석하였다.
이 금보와 대동소이한 내용을 실은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 계열 금보로 국립국악원에서 펴낸 『한국음악학자료총서』에 〈보례 1〉과 같은 5종의 악보가 영인되어 있다. 이들은 흔히 이수계 금보로 총칭된다. 국립국악원 소장 『금보(琴譜)』가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 계열 금보 중 가장 원본에 근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례 1〉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 계열 금보
국립국악원 소장 『금보』(『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권)
박기환(朴淇煥) 소장 『금보단(單)』(『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17권)
『남훈유보(南薰遺譜)』(『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18권)
경북대학교 소장 『금보』(『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18권)
『인수금보(仁壽琴譜)』(『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19권)
『남훈유보』는 이수계 금보들 중 경북대학교 소장 『금보』 및 『인수금보』와 전사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학교 소장 『금보』의 ‘금아부(琴雅部)’에 앞서 기록된 ‘오음고(五音攷)’ 끝부분에는 금아부의 마지막 구절 “대현(大絃)은 임금이 되고, 소현(小絃)은 신하가 되며 문왕과 무왕이 각각 한 줄씩을 더하였다. 이것을 7현이라고 한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 기록은 문맥상 잘못된 위치에 적힌 것이다. 경북대학교 소장 『금보』의 이 기록을 『남훈유보』 및 『인수금보』가 같은 위치에서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 악보가 서로 전사관계에 있음을 알게 한다.
○ 구성 및 내용
이 악보집의 전반부에는 현금지도(玄琴之圖) 평조산형(平調散形)ㆍ우조산형(羽調散形)ㆍ십삼휘법(十三徽法)ㆍ현론(絃論)ㆍ칠현고(七絃攷)ㆍ오음고(五音攷)ㆍ금아부(琴雅部)ㆍ학금수지(學琴須知)ㆍ탄금수지(彈琴須知)ㆍ오불탄(五不彈)ㆍ타량법(打量法)ㆍ합자법(合字法)ㆍ집시법(執匙法)ㆍ조현법(調絃法)ㆍ안현법(按絃法)ㆍ오음정조(五音正調)가 나온다. 이것은 『양금신보』 및 이수계 금보인 국립국악원 소장 『금보』의 것과 거의 동일하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거문고 악보가 나온다.
〈조음 평조(調音 平調) 속칭 다ᄉᆞ림〉ㆍ〈다ᄉᆞ림 下篇 長〉ㆍ〈우조(羽調)〉ㆍ〈만대엽(慢大葉) 낙시조(樂時調)〉ㆍ〈영산회상(靈山會上) 우조계면조(羽調界面調)〉(“靈山會上佛後身”)ㆍ〈감군은(感君恩) 평조 사편(平調 四篇)〉ㆍ〈중대엽(中大葉) 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ㆍ〈만대엽(慢大葉) 조성보(趙晟譜)〉ㆍ〈보허자(步虛子)〉(“碧烟籠曉海波閑”)ㆍ〈평조(平調) 삭엽(數葉)〉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만대엽 낙시조〉ㆍ〈감군은〉ㆍ〈중대엽〉은 『양금신보』를 전사한 것이고, 〈영산회상〉ㆍ〈만대엽 조성보〉ㆍ〈보허자〉는 이수계 『금보』와 같다. 전체적으로 이 악보집은 같은 이수계 금보인 『인수금보』와 같다. 다만 『양금신보』의 〈조음〉 4행 이하를 ‘長’고 ‘羽調’로 표기한 이 악보집의 〈조음(다ᄉᆞ림)〉은 『인수금보』보다 경북대 소장 『금보』에 더 가깝다.
가장 끝에 수록된 〈평조 삭엽〉은 새로운 악곡으로 1ㆍ2ㆍ3ㆍ여(餘)ㆍ4ㆍ5ㆍ여(餘)로 분장되어 있으며, 1행 6대강 악보에 거문고 합자보와 한글 육보로 음의 높이와 연주법이 기보되어 있다.
[악보 차례]
현금지도(玄琴之圖) 평조산형(平調散形)ㆍ우조산형(羽調散形)
십삼휘법(十三徽法)
현론(絃論)
칠현고(七絃攷)
오음고(五音攷)
금아부(琴雅部)
학금수지(學琴須知)
탄금수지(彈琴須知)
오불탄(五不彈)
타량법(打量法)
합자법(合字法)
집시법(執匙法)
조현법(調絃法)
안현법(按絃法)
오음정조(五音正調)
조음 평조(調音 平調) 속칭 다ᄉᆞ림
다ᄉᆞ림 하편 장(下篇 長)ㆍ우조(羽調)
만대엽(慢大葉) 낙시조(樂時調)
영산회상(靈山會上) 우조계면조(羽調界面調)(“靈山會上佛後身”)
감군은(感君恩) 평조 사편(平調 四篇)
중대엽(中大葉) 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
만대엽(慢大葉) 조성보(趙晟譜)
보허자(步虛子)(“碧烟籠曉海波閑”)
평조(平調) 삭엽(數葉)
『남훈금보』는 실전된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 계열 금보로, 17세기 중엽 조선의 지식인을 중심으로 향유되었던 거문고 음악과 금론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 악보는 『양금신보』를 충실히 전사하여 17세기 중엽 민간 음악계에 미친 『양금신보』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수록된 〈평조 삭엽〉은 현행 가곡의 고형에 속하는 악곡이라 주목된다. 궁극적으로 이 악보는 17세기 중반의 민간 음악계에서 중국의 금론을 수용하여 거문고 이론 및 거문고 연주에 활용하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의 거문고와 중국의 고금을 중심으로 한 17세기 동아시아의 금(琴)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현재 『남훈유보』의 영인본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연구/자료-학술연구-영인ㆍ번역’ 섹션에서 원문 DB 서비스로 제공된다.
경북대학교 소장 『금보』 국립국악원 소장 『금보』 『남훈유보』 박기환 소장 『금보단』 『양금신보』 『인수금보』
강명관 외 역, 『역주 고악보』 1, 민속원, 2021. 김세중, 「‘송씨이수삼산재본’계 거문고보 淺見錄」, 『한국전통음악학』 6, 한국전통음악학회, 2005. 송석하, 「현존조선악보(現存朝鮮樂譜)」, 『다나베선생환력기념동아음악논총(田邊先生還曆記念東亞音樂論叢)』, 동경; 山一書房, 1943; 「현존한국악보」, 『韓國民俗考』, 일신사, 1960 재수록. 이동복, 「2. 남훈유보(南薰遺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18, 국립국악원, 1985. 이동복, 『한국고악보연구』, 민속원, 2009. 이혜구,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국악원논문집』 1, 국립국악원, 1989: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한국음악논고』,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5 재수록. 최선아, 「조선후기 금론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조선후기 금론연구』, 민속원, 2017 재수록.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