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전서』(『琴譜全書』)
1916년 서울 방산동에 사는 한우석이 필사한 악보로, 1959년 국립국악원 전시회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현재 원본은 김승식(金昇植)의 외손 홍종진(洪鍾鎭)이 소장하고 있다. 영인본은 1984년에 국립국악원에서 『한국음악학자료총서』(14)의 일부로 간행되었다.
○ 체재 및 규격
필사본 1책 99장. 세로 25.2cm×가로 19.0cm
○ 소장처
홍종진 개인 소장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책의 앞표지 겉면에 악보명 ‘금보전(琴譜全)’이 보인다.
이 악보는 1916년(丙辰) 서울 방산동(芳山洞)에 사는 한우석이 편찬한 악보로 아우인 이강협(李康協)에게 주기 위하여 원본에서 옮겨 적은 악보이다. 따라서 이 악보의 편찬연도는 1916년이라 하겠다.
악보명은 편저자인 한우석의 거주지와 성을 따서 『방산한씨금보』라 지어진 이름이고, 이 명칭이 악보명으로 정착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
한우석은 조선정악전습소(朝鮮正樂傳習所)의 고악정리장(古樂整理長)이었던 거문고의 대가 김경남(金景南)의 제자이다. 그가 등서(謄書)한 이 악보에는 스승인 김경남의 거문고 가락이 전한다. 김경남은 거문고 삼절(三絶)의 한 사람으로 가곡 반주에 뛰어났다고 한다. 그는 1912년 조선정악전습소의 거문고 교사로 활약하였고, 정3품의 품계를 받았다.
○ 구성 및 내용
『방산한씨금보』는 수록된 내용을 기준으로 다섯 단락으로 나뉜다.
① 첫 번째 단락
첫 번째 단락은 칠현금ㆍ거문고ㆍ양금ㆍ가야금ㆍ생황의 유래 및 연주 규범, 연주법, 기보법 등을 기록하고 이어서 〈보허사(步虛詞) 7장〉ㆍ〈여민락(與民樂) 7장〉ㆍ〈하성 세환입(下聲 細還入)〉을 수록한다.
먼저 양금 그림이 나오는데 양금의 괘 위 현에 한자식 양금 구음을 적어놓아 양금 악보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어서 악보 편찬연대(1916년) 및 편저자(한우석)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중국의 칠현금에 관한 금론(琴論)이 나온다. 7현금(七絃琴)ㆍ6기(六忌)ㆍ7불탄(七不彈)ㆍ8절(八絶)은 칠현금의 유래와 연주 규범 등에 관한 내용이다. 개별 금론은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1651) 계열 금보에 실린 유사한 것에 비해 양적으로 증가하였다. 자호(字號)ㆍ수세(手勢)ㆍ자보(字譜)ㆍ탄금계몽(彈琴啟蒙)ㆍ오음정조자보(五音正操字譜) 역시 칠현금에 관한 내용이며 『유예지』의 「당금자보(唐琴字譜)」의 것과 같다.
뒤이어 우리나라 삼국ㆍ통일신라ㆍ고려의 당악ㆍ속악 등이 나온다. 가무(歌舞) 및 여민락(與民樂)의 유래와 『악학궤범』에 전하는 8음(八音)ㆍ3조음(調音)ㆍ4청성(四淸聲)ㆍ5음(五音)ㆍ6율(六律)ㆍ6려(六呂)도 나온다. 3품표(三品標)ㆍ서금(西琴) 범례(凡例)ㆍ평조 하성(平調 下聲)ㆍ평조 거성(去聲) 등의 양금 관련 내용도 나오고, 『악학궤범』에 있는 것보다 상세한 생황(笙簧) 그림과 연주법도 소개된다. 이어서 현금 현성(玄琴 絃聲)ㆍ양금 현명(洋琴絃名), 왼손가락 이름(指名)과 거문고 현의 이름을 기호로 나타내는 현표(絃票)와 왼손 안현법, 오른손 술대 사용법과 부호가 간략하게 설명된다.
범례에서 설명한 거문고와 양금 기보법으로 기보된 〈보허사(步虛詞) 7장〉ㆍ〈여민락(與民樂) 7장〉ㆍ〈하성 세환입(下聲 細還入)〉의 악보가 나온다.
모든 악곡에서는 장구의 장단 부호와 함께 〈보허사〉ㆍ〈여민락〉은 1행 20정간, 〈하성 세환입〉은 반행짜리 12정간으로 된 정간보에 음의 시가를 기보하고, 율자보와 거문고 한글 육보 옆에 현명과 괘차를 병기하여 음의 높이와 연주법을 기보한다. 〈여민락〉 제2장 이하 〈하성 세환입〉까지에 양금의 현명을 병기한다.
② 두 번째 단락
두 번째 단락은 남창과 여창 가곡의 가창 순서와 일부 악곡의 장단에 노랫말을 배자하는 방법 등을 기록하고
우조와 계면조, 반우반계에 해당하는 남창과 여창 가곡 악보를 수록한다.
가장 먼저 〔남창 명목차서(男唱名目次序)〕와 〔여창 명목차서(女唱名目次序)〕 즉 남창 가곡과 여창 가곡의 가창 순서에 대한 목차가 나온 후 남창 우조 〈초삭대엽〉과 〈이삭대엽〉의 장단에 노랫말을 배자한 〔장단착자음도(長短着字音圖)〕가 나온다.
이어서 가곡이 나온다.
우조 곡은 〈초삭대엽(初數大葉)〉ㆍ〈이삭대엽〉ㆍ〈거중성(擧中聲)〉ㆍ〈평성(平聲)〉ㆍ〈소삭대엽(小數大葉)〉ㆍ〈삼삭대엽〉ㆍ〈쇠셋치〉ㆍ〈소용이(騷聳伊)〉ㆍ〈우롱(羽弄)〉ㆍ〈우락(羽樂)〉ㆍ〈쇠ᄂᆞᆫ우락〉ㆍ〈얼락(孼樂)〉ㆍ〈우편(羽編)〉 총 13곡이 수록돼 있다.
각 악곡은 장구의 장단 부호와 함께 〈우조 초삭대엽〉부터 〈쇠셋치〉까지 1행 32정간(2정간이 현행 1정간에 해당함), 〈소용이〉부터 〈얼락〉까지는 1행 16정간, 〈우편〉은 1행 10정간으로 된 정간보에 음의 시가가 기보되어 있고, 거문고 한글 육보에 현명과 괘차를 병기하여 음의 높이와 연주법을 표기하고 있다. 양금 현명도 병기되어 있다.
이 악보는 가곡이 3대강 시작 음악이라는 의미로 〈우조 초삭대엽〉의 초장은 제11정간부터 시작된다. 이것은 1행 16정간 6대강의 제3대강(제6정간)에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현행처럼 제1정간에서 시작하는 『삼죽금보』의 〈삭대엽〉보다 이 악보가 오히려 고형이라 할 수 있다. 또 〈우조 삼삭대엽〉의 “다루둥”으로 시작하는 종지구가 〈초삭대엽〉ㆍ〈이삭대엽〉에서처럼 4괘를 짚고 탄다는 점에서 『희유(羲遺)』와 같고, 그 종지구를 8괘를 짚고 타는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보다는 고형이라 하겠다. 이 악보의 필사연대는 『현금오음통론』보다 후이지만, 가곡에 한해서 내용연대는 오히려 먼저라 하겠다.
중간에 여창 우조와 계면 〈이삭대엽〉의 장단에 노랫말을 배자한 〔장단착자음도〕와 남창 계면 〈초삭대엽〉과 〈평성〉의 장단에 노랫말을 배자한 〔장단착자음도〕가 나온다.
이어지는 계면조 악곡은 〈초삭대엽〉ㆍ〈이삭대엽〉ㆍ〈거중성〉ㆍ〈평성〉ㆍ〈소삭대엽〉ㆍ〈삼삭대엽〉ㆍ〈쇠난셋재치〉ㆍ〈소용이〉ㆍ〈언롱(言弄)〉ㆍ〈만횡(蔓橫)〉ㆍ〈계롱(界弄)〉ㆍ〈계락(界樂)〉ㆍ〈계편(界編)〉ㆍ〈태평가(太平歌)〉 총 14곡이 수록돼 있다.
우조와 마찬가지로 계면조 각 악곡은 장구의 장단 부호와 함께 〈계면 초삭대엽〉부터 〈쇠셋치〉까지는 1행 32정간, 〈소용이〉부터 〈계락〉까지는 1행 16정간, 〈계편〉은 1행 10정간으로 된 정간보에 음의 시가를 기보하고, 거문고 한글 육보에 현명과 괘차를 병기하여 음의 높이와 연주법을 기보한다. 양금 현명도 병기되어 있다. 단 마지막 곡 〈태평가〉는 악보 없이 청대여음이 〈소삭대엽〉 초장의 붉은 글자에 해당한다는 설명만 나온다.
한편 기녀와 고인(鼓人)이 어울려 놀면서 이른 아침에 부르는 노래가 《사관자진한잎》이라고 한 기록이 이어져 주목된다. 《사관자진한잎》은 가곡의 〈우조 소삭대엽〉ㆍ〈반엽〉ㆍ〈계면 소삭대엽〉ㆍ〈계롱〉ㆍ〈계락〉ㆍ〈계면〉 6곡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끝부분에 현재 반우반계라 불리는 〈반엽대엽(半葉大葉)〉ㆍ〈환계락(還界樂)〉ㆍ〈편락(編樂)〉(“鳳凰臺上”)ㆍ(“솔아래”)ㆍ(“나무도 바이”)ㆍ〈언편(言編)〉ㆍ〈남창 반엽(半葉)〉(“흐리나 말그나”) 총 7곡이 수록돼 있다.
각 악곡에서는 장구의 장단 부호와 함께 〈반엽대엽〉의 제3장은 1행 16정간, 중염(中念)은 1행 32정간, 〈환계락〉은 1행 16정간, 〈편락〉과 〈언편〉은 1행 10정간에 음의 시가를 기보하고, 거문고의 한글 육보에 현명과 괘차를 병기하여 음의 높이와 연주법을 기보한다. 양금 현명도 병기한다. 마지막 곡 〈남창 반엽〉(“흐리나 말그나”)은 제3장까지 1행 16정간, 중엽 이하 1행 32정간으로 된 정간보에 음의 시가를 기보한다. 이 곡은 양금 현명을 병기하지 않는다.
③ 세 번째 단락
세 번째 단락은 《영산회상》 계통 음악을 수록한다.
〈영산회상(靈山會像)〉ㆍ〈중영산(中靈山)〉ㆍ〈세영산(細靈山)〉ㆍ〈가락제지(加樂除指)〉ㆍ〈상현환입(上絃還入) 삼현(三絃)〉ㆍ〈세환입(細還入) 상성(上聲)〉ㆍ〈하현환입(下絃還入)〉ㆍ〈염불(念佛)〉ㆍ〈타령(打鈴)〉ㆍ〈군악(軍樂)〉ㆍ〈계면가락제지(界面加樂除只)〉ㆍ〈문해양청환입(文蟹兩淸還入)〉ㆍ〈우조가락제지(羽調加樂除只)〉ㆍ〈취타(吹打)〉 총 14곡이 수록돼 있다.
각 악곡에서는 장구의 장단 부호와 함께 〈영산회상〉부터 〈가락제지〉 제3장 제4각까지 1행 20정간으로 된 정간보, 〈가락제지〉 제3장 제5각부터 〈염불〉까지 반행 12정간으로 된 정간보, 〈타령〉부터 〈계면가락제지〉까지와 〈우조가락제지〉는 반행 4정간으로 된 정간보, 〈문해양청환입〉은 2정간으로 된 정간보, 〈취타〉는 1행 12정간으로 된 정간보에 음의 시가를 기보하고, 거문고 한글 육보에 현명과 괘차를 병기하여 음의 높이와 연주법을 기보한다. 양금 현명도 병기한다.
④ 네 번째 단락
네 번째 단락은 먼저 가야금의 한자식 구음[伽倻琴絃名]과 양금의 괘 바꾸는 방법(遞掛法), 그리고 가야금 왼손 연주법을 기록하고, 이어서 양금으로 연주하는 〈조음〉과 《영산회상》 계통 악보를 수록한다.
〈우조 조음(調音)〉ㆍ〈계면 조음〉ㆍ〈본영산(本靈山)〉ㆍ〈중영산〉ㆍ〈세영산〉ㆍ〈가락제지(加樂除只)〉ㆍ〈삼현환입(三絃還入)〉ㆍ〈상성 세환입〉ㆍ〈하현〉ㆍ〈염불〉ㆍ〈타령〉ㆍ〈군악〉ㆍ〈계면가락제지〉ㆍ〈문해양청환입〉ㆍ〈우조〉ㆍ〈우조가락제지〉 총 16곡이 수록돼 있다.
각 악곡에 보이는 장구의 장단 부호와 정간 사용은 세 번째 단락에 기록된 거문고 악보와 동일하다. 이들 악곡에서는 ‘당’, ‘둥’의 한글 구음을 포함한 양금 한자식 육보로 음의 높이를 기보한다. 다만 〈본영산〉은 거문고의 한글 구음인 ‘살’, ‘’ 등이 나온다.
〈본영산〉부터 〈우조가락제지〉까지의 회상시간(會像時間)을 각 악곡별로 제시하고 합하여 1시간 풍류라 기록한다.
⑤ 다섯 번째 단락
다섯 번째 단락은 매화점장단에 시조 노랫말을 배자하고 양금으로 연주하는 〈시절가(시조)〉를 수록한다.
〈시절가(時節歌)〉(“泰山이”)는 매화점장단과 함께 정간에 양금 한자식 육보로 기보된다. 매화점장단에 “낙동강상(洛東江上)”의 노랫말이 배자돼 있고, 〈계면 조음〉에 이어 “연당(蓮堂)의”, 〈얼청(孼請)〉에 “삿갓네”, 평조에 “문왕자(文王子)”가 한자식 양금 육보와 현명으로 기보된다.
[악보 차례]
보허사(步虛詞)
여민락(與民樂)
하성 세환입(下聲 細還入)
우조 초삭대엽(初數大葉)
이삭대엽
거중성(擧中聲)
평성(平聲)
소삭대엽(小數大葉)
삼삭대엽
쇠셋치
소용이(騷聳伊)
우롱(羽弄)
우락(羽樂)
쇠ᄂᆞᆫ우락
얼락(孼樂)
우편(羽編)
계면 초삭대엽
이삭대엽
거중성
평성
소삭대엽
삼삭대엽
쇠난셋재치
소용이
언롱(言弄)
만횡(蔓橫)
계롱(界弄)
계락(界樂)
계편(界編)
태평가(太平歌)〉
영산회상(靈山會像)
중영산(中靈山)
세영산(細靈山)
가락제지(加樂除指)
상현환입(上絃還入) 삼현(三絃)
세환입(細還入) 상성(上聲)
하현환입(下絃還入)
염불(念佛)
타령(打鈴)
군악(軍樂)
계면가락제지(界面加樂除只)
문해양청환입(文蟹兩淸還入)
우조가락제지(羽調加樂除只)
취타(吹打)
우조 조음(調音)
계면 조음
본영산(本靈山)
중영산
세영산
가락제지(加樂除只)
삼현환입(三絃還入)
상성 세환입
하현
염불
타령
군악
계면가락제지
문해양청환입
우조
우조가락제지
시절가(時節歌)(“泰山이”)ㆍ(“洛東江上”)
계면 조음ㆍ(“蓮堂의”)
얼청(孼請)(“삿갓네”)
평조(“文王子”)
『방산한씨금보』는 필사된 연도가 비교적 정확한 악보로 다른 고악보의 연대 해석의 기준을 된다. 이 악보는 20세기 초반 조선정악전습소를 중심으로 연주된 거문고와 양금의 음악, 그리고 거문고ㆍ칠현금ㆍ생황ㆍ양금ㆍ가야금의 유래와 연주법 등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악보의 이론과 악보의 편성 체제는 이전 시기의 음악 및 악기 이론을 포함하는 조선 후기 금보의 전통을 잇고 있다. 이 악보의 가곡과 《영산회상》 계통 악곡 및 〈보허사〉ㆍ〈여민락〉 등의 악곡은 현행 음악과 직접 연결되기에 현행 음악을 이해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특히 이 악보의 《영산회상》 연주는 〈본영산〉에서 〈우조가락제지〉까지 1시간짜리 편성으로, 《별곡》 중 《가진회상》의 형태를 보인다.
현재 『방한산씨금보』의 영인본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연구/자료-학술연구-영인ㆍ번역’ 섹션에서 원문 DB 서비스로 제공된다.
『삼죽금보』 『악학궤범』 『유예지』 『현금오음통론』 『희유』
강명관 외, 『역주 고악보』 2, 민속원, 2021. 이혜구,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국악원논문집』 1, 1989: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한국음악논고』, 1995 재수록. 장사훈, 「고악보 해제」, 『국악논고』, 서울대학교출판부, 1966. 장사훈, 「6.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14, 1984. 최선아, 「조선후기 금론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조선후기 금론연구』, 민속원, 2017 재수록.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