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묘 제례의 전정(殿庭)에 설치된 악대 또는 조정의례 및 예연(禮宴)의 전정에 설치된 악대
조선에서 아악기로만 편성된 헌가와 구분하여 속악기가 편성되어 전정에 설치되는 악대를 전정악로 지칭하였다.
제례에서 전정악은 문소전(文昭殿)이나 연은전(延恩殿) 등 원묘(原廟) 제례 때 전 뜰에 설치되는 악대를 의미한다. 『악학궤범』권2 소재 ‘문소전친행전정악(文昭殿親行殿庭樂)’을 보면 해금ㆍ향비파ㆍ당비파ㆍ가야금ㆍ현금ㆍ피리ㆍ대금ㆍ관ㆍ당적ㆍ퉁소ㆍ방향ㆍ장고ㆍ교방고ㆍ가공 등 향ㆍ당악기로 편성되었는데, 앞의 세 줄은 향악기 중심으로, 뒤의 세 줄은 당악기 중심으로 배치되었다. 이 악대는 아헌 절차에서 향악 〈풍입송(風入松)〉 선율을 사용한 〈유황곡(維皇曲)〉과 〈유천곡(維天曲)〉을 연주하였다. 그리고 종헌 절차에서 향악 〈서경별곡(西京別曲)〉 선율을 사용한 〈정동방곡(正東方曲)〉의 선율을 향당교주(鄕唐交奏)로 연주하였다.
조정의례 및 예연에서 전정악은 정전(正殿)의 뜰에 설치되는 악대로, 『악학궤범』에서는 전정헌가(殿庭軒架)와 전정고취(殿庭鼓吹)를 전정악으로 통칭하였다. 전정헌가와 전정고취는 모두 전의 뜰에 설치되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례에는 전정헌가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거나 일상적인 의례에는 전정고취가 설치되었다. 전정헌가와 전정고취는 모두 향ㆍ당악기 중심으로 편성되었는데, 전정헌가에는 전정고취에 없는 편종ㆍ편경ㆍ축ㆍ어ㆍ건고ㆍ응고ㆍ삭고 등의 아악기가 편성되어 전정고취와 위격을 달리하였다.
전정악은 당하(堂下)에 해당하는 전 뜰에 설치되므로 당하악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조선의 전정악은 속악기를 편성하여 향ㆍ당악을 연주하였다는 점에서 조선의 시의성을 반영하여 출현한 악대라고 할 수 있다.
『악학궤범』
임미선, 『조선조 궁중의례와 음악의 사적 전개』, 민속원, 2011. 임미선, 「朝鮮朝 殿庭軒架의 文獻的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7. 임영선, 「조선 초기 〈정동방곡〉과 향ㆍ당악의 혼재」, 『국악원논문집』 42, 국립국악원, 2020.
임영선(林映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