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법(按法), 왼손연주법, 좌수안현법, 왼손수법
악학궤범에는 거문고와 가야금 외에도 당비파, 대쟁, 월금, 금 등의 현악기에도 안현법이 설명되었는데, 해금에서는 안현법이 설명되지 않았다. 안현법의 변화와 엄격함이 가장 심한 것은 거문고의 경우이다.
조선전기 악학궤범(1493)의 거문고 도형에서 경안법을 기준으로 산형을 그려 설명하고 있어, 당시에는 경안법이 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숙달된 연주자에 한하여 역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양금신보(1610) 이후 현재까지 역안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대현 2괘의 황종 연주와 괘상청의 일부 연주에만 경안법이 드물게 사용되고 있다.
무명지는 유현에만, 장지는 대현에만 사용하고, 식지와 모지는 유현과 대현에 통용하는 안현법은 악학궤범의 경안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악학궤법의 가야금에서 안현법은 왼손 식지 장지 무명지를 구부려 줄을 감싸고 모지와 소지로 줄을 잡는 법을 그림과 글로 소개하고 있다. 이 방법은 오늘날 사용되지 않는다.
거문고는 왼손가락으로 괘에서 가까운 바깥쪽을 짚는다. 줄이 괘에 닿도록 가볍게 눌러 짚는 경안법(輕按法)과 경안한 상태에서 줄을 힘있게 밀어 짚는 역안법(力按法)이 있는데, 오늘날에는 역안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왼손 무명지는 유현에 고정되어 있고, 장지는 대현에 고정되어 있으며, 식지와 모지는 유현과 대현 모두를 짚을 수 있다. 무명지와 장지가 안현법의 기준이 되며, 두 손가락의 하나 윗 괘는 식지로 짚고, 그 다음의 괘들은 모지로 짚는다.
이 때 기준이 되는 무명지와 장지 두 손가락이 4괘를 짚으면 4괘법, 7괘를 짚으면 7괘법이라 부른다. 정악에서는 4괘법, 5괘법, 7괘법, 8괘법, 대현 2괘법, 대현 3괘법이 쓰이고, 산조의 우조에서는 4괘법과 8괘법을, 평조에서는 4괘법과 7괘법을, 계면조에서는 2괘법과 5괘법 그리고 8괘법을 주로 사용한다. 넓은 의미로 보면 농현법과 자출법도 안현법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가야금은 왼손의 식지와 장지로 연주하는 줄을 받치고 있는 안족의 바깥쪽(왼쪽) 약 10cm 부분을 가볍게 짚는다. 정해진 줄의 음보다 한 두 음 높은 음을 낼 때는 식지 장지 두 손가락으로 줄을 눌러 음을 만든다. 높은 음역에서는 모지로 줄을 눌러 해당 음을 만든다. 줄을 흔드는 농현(弄絃), 눌러 소리낸 줄의 음을 흘리는 퇴성(退聲), 소리낸 줄을 눌러 음을 끌어 올리는 추성(推聲) 등을 연주한다.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11. 『양금신보』,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14집, 1984. 김우진, 『거문고산조』, 민속원, 2013. 김정자, 『정악가야금보』, 민속원, 2007. 문재숙, 『가야금의 첫걸음』, 현대음악출판사, 1992.
김우진(金宇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