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악에서 사용하는 7개의 궁(key)
칠지는 향악에서 사용하는 7개의 궁[중심음]으로 일지ㆍ이지ㆍ삼지ㆍ사지(횡지)ㆍ오지(우조)ㆍ육지(팔조)ㆍ칠지(막조)를 말한다.
칠지는 향악에서 사용하는 7개의 궁(key)이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악학궤범(樂學軌範)』 권1의 「악조총의(樂調總義)」와 권2의 「향부악기도설」에 전한다. 여기에서 아악은 12궁을 사용하고, 속악[향악]은 칠조(七調)만 사용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향악칠조의 7개 조명이 일지ㆍ이지ㆍ삼지ㆍ사지(횡지)ㆍ오지(우조)ㆍ육지(팔조)ㆍ칠지(막조)임을 설명하면서 조명별 궁음(중심음)을 율명(律名)으로 기록하였다. 향악칠조에 대한 기록은 『악학궤범』에서 「악조총의」 뿐만이 아니라 「십이율배속호(十二律配俗呼)」와 현금ㆍ대금ㆍ향비파ㆍ가야금의 조현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세종실록(世宗實錄)』에도 관련된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향악칠조는 이후 점차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양금신보(梁琴新譜)』(1610) 시기에는 일지와 사지(횡지)가 빠져 오조(五調)로 축소되었고,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19세기 중반) 시기인 조선 후기에는 청황종궁 하나만 남아 현재까지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칠지는 『악학궤범』의 「향부악기도설」에 현금ㆍ가야금ㆍ비파의 조현법과 대금의 안공법 설명에 일지에서 칠지까지의 7종의 중심음(key)을 소개하며 사용한 용어이다. 즉 칠지는 일곱 종의 중심음으로 가장 낮은 일지부터 이지, 삼지로 점차 높아져 칠지의 중심음이 가장 높다. 「악조총의」에서는 칠지를 설명하면서 칠조(七調)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악학궤범』의 칠지 관련 기록을 궁(중심음)과 함께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칠지의 명칭 | 「십이율배속호」ㆍ 가야금ㆍ향비파 |
「악조총의」ㆍ현금ㆍ대금 | |
낙시조 (樂時調) |
일지(一指) | 고선궁 | 협종궁ㆍ고선궁 |
이지(二指) | 중려궁 | 중려궁ㆍ유빈궁 | |
삼지(三指) | 임종궁 | 임종궁 | |
사지(四指) : 횡지(橫指) | 남려궁 | 이칙궁ㆍ남려궁 | |
우조 (羽調) |
사지(四指) : 횡지(橫指) | 남려궁 | 이칙궁ㆍ남려궁 |
오지(五指) : 우조(羽調) | 응종궁 | 무역궁ㆍ응종궁 | |
육지(六指) : 팔조(八調) | 청황종궁 | 청황종궁 | |
칠지(七指) : 막조(邈調) | 청태주궁 | 청대려궁ㆍ청태주궁 |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칠지는 일지에서 칠지로 갈수록 궁음(중심음)이 낮은 율부터 점차 높아지는데, 크게 구분하면 낮은 조라는 의미의 낙시조와 높은 조[웃조, 윗조]라는 의미의 우조로 구분된다. 또한 조별 궁음(중심음)의 율이 『세종실록』ㆍ「십이율배속호」ㆍ가야금ㆍ향비파에서는 한 율씩 배치되지만, 「악조총의」ㆍ현금ㆍ대금에서는 한 율 혹은 두 율씩 배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칠지의 궁(중심음)이 한 율인지 아니면 두 율인지에 대한 한국음악학계의 연구 성과를 종합해보면, 두 율씩 설명한 것은 칠지의 성립 근거를 공척보[한 글자에 두 율이 배치되기도 한다]로 표기된 「당속악이십팔조」의 칠균(均)에 두었기 때문이며, 실제로 향악의 연주에서는 궁(중심음)이 한 율씩만 배치되었다고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오지의 궁(중심음)은 응종궁으로 연주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세종실록』의 기록에 따라 무역궁일 것이다.
칠지의 7개 조는 이후 점차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양금신보(梁琴新譜)』(1610) 시기에는 일지와 사지(횡지)가 빠져 오조(五調)로 축소되었고,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19세기 중반) 시기인 조선 후기에는 청황종궁 하나만 남아 현재까지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칠지는 대금에서 먼저 발달되어 가장 오래 가장 널리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용우 젓대 시나위청에 팔팔조ㆍ단오관ㆍ중할림ㆍ할림ㆍ바닥청 등의 오조가 있고 서용석 젓대 청에도 여섯 가지가 있는 것을 보면, 악기도 명칭도 달라지긴 했지만 『악학궤범』 칠지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칠지는 「당속악이십팔조」의 칠균을 근거로 했지만 우리 음악에 맞는 독자적인 이론으로 체계화시킨 노력의 결과이며, 『악학궤범』의 음악사료적 가치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악학궤범』 남상숙, 『악학궤범 악론 연구』, 민속원, 2009. 송방송, 『증보 한국음악통사』, 민속원, 2014.
남상숙(南相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