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조선가요집 제일집
콜럼비아 유성기 음반의 노랫말을 모아 별책으로 엮어 1931년 조선가요연구사에서 출판한 소책자
『정선조선가요집(精選朝鮮歌謠集)』은 일본 콜럼비아사에서 발매된 유성기 음반의 노랫말을 별도로 엮어서 1931년 11월 조선가요연구사(朝鮮歌謠硏究社)에서 출판한 소책자이다. 전통음악이 76쪽이며, 별도의 부록으로 유행가요 악보와 노랫말 30쪽이 실려 있다. 수록곡은 전통음악 54곡, 유행가요 30곡, 총 84곡이다. 목차 다음에는 36명의 명창과 9명의 유행가수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 콜럼비아 유성기 음반에 취입한 이들이며, 그 가운데는 유일한 사진도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유성기 음반의 노랫말 해독에 좋은 참고가 된다. 표제 아래에 ‘제일집’이라고 했으나 속간되지 않았다.
유성기 음반은 녹음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취입되었을 뿐 아니라 사운드박스(Sound Box)의 재생음도 해상력이 낮아서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많다. 새로운 유행가는 노랫말이 낯설었고, 전통악곡은 어려운 한자어가 많아서 대중들이 이해가 어려웠다. 1925년 이후 음반회사에서는 음반에 노랫말을 인쇄한 가사지(歌詞紙)를 곁들이기 시작했는데, 이런 가사지를 엮어서 별도의 책자로 출판하기도 했다. 『정선조선가요집』은 콜럼비아 유성기 음반 가사지를 재구성해서 별책으로 엮은 것이다. 여러 음반의 사설을 종합하여 재정리한 것이므로 음반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각 사설 끝에는 관련 음반의 번호를 첨부해 놓았다. 노랫말 책은 음반의 이해를 돕고 판매를 촉진하는 기능을 했다.
○ 체재 및 규격 표제 『精選(정선) 朝鮮歌謠集(조선가요집) 第壹輯(제일집) (附錄 樂譜附流行名曲選集(부록 악보부 유행명곡선집)』, 1책 총142쪽. 13cm×18.8cm, 정가 50전. 본문은 전통음악 76쪽, 유행음악 30쪽을 각각 별도의 쪽수로 표시했고, 서문과 목차, 광고 등에는 별도의 쪽수 표기가 없다. 발행일은 1931년 11월 30일, 발행처는 조선가요연구사(朝鮮歌謠硏究社), 편집 겸 발행인은 D. J. 핸드포드(Handford)이다. ○ 소장처 이화여자대학교, 배연형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정선조선가요집』의 편집 겸 발행인은 D. J. 핸드포드(Handford)이다. 그는 1928년부터 1936년까지 콜럼비아 레코드 조선지점 지점장을 지낸 인물로, 형식적인 편집인이기는 해도 실제로 이 책을 엮을 능력은 없었다. 이 책의 실제 편집자는 벽오(碧吾)라는 분이다. 그는 이 책의 서문을 썼고, 이 책에 수록된 〈패수의 애상곡〉을 작사했으나 본명은 미상이다. 그는 전통음악과 유행가요에 상당한 식견이 있으며 콜럼비아 레코드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로 추정된다. 당시 콜럼비아 조선지점에 근무한 직원은 이원배(李源培)와 강윤석(姜潤錫)이 알려져 있으나 벽오와 동일인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발행처 정선가요연구사(精選歌謠硏究社)는 이 책에서만 나타난다.
○ 구성 및 내용
표지 : 精選(정선) 朝鮮歌謠集(조선가요집) 第壹輯(제일집) (附錄 樂譜附流行名曲選集(부록 악보부 유행명곡선집)
속표지 1-2쪽 : 朝鮮歌謠硏究社編(조선가요연구사편), 精選 朝鮮歌謠集 第壹輯(정선 조선가요집 제일집)
서찬(序讚) 3-4쪽 : (제목 없음) 音律(음률)갓치 조흔 것
서문(序文) 5-6쪽 : 朝鮮歌謠選集(조선가요선집), 碧吾(벽오)
범례 7-8쪽 : 凡例(범례)
목차 9-14쪽 : 朝鮮歌謠選集順序(조선가요선집순서)
歌詞ㆍ編ㆍ詩
一, 竹枝詞(죽지사) 二, 黃鷄詞(황계사) 三, 白鷗詞(백구사) 四, 漁父詞(어부사) 五, 相思別曲(상사별곡) 六, 春眠曲(츈면곡) 七, 襄陽歌(양양가) 八, 首陽歌(수양가) 九, 處士歌(처사가) 一○, 花編(화편) 一一, 玉篇(옥편) 一二, 待人難編(대인난편) 一三, 勸酒歌(권주가) 一四, 關山戎馬(詩)(관산융마)
京畿系統(경기계통) 긴雜歌(긴잡가)ㆍ雜々歌(잡々가)
一, 遊山歌(유산가) 二, 赤壁歌(적벽가) 三, 제비歌 四, 船遊歌(선유가ㆍ가세타령) 五, 小春香歌(소츈향가) 六, 刑杖歌(형장가) 七, 執杖歌(집장가) 八, 노래가락
西道系統雜歌(서도계통잡가)
一, 孔明歌(공명가) 二, 배다락이
南道系統(남도계통)
(一) 短歌(단가) 一, 片時春(편시츈) 二, 不須嚬(불수빈) 三, 鎭國名山(진국명산) 四, 大觀江山(대관강산) 五, 月下夢(월하몽) 六, 瀟湘八景(소상팔경) 七, 釣魚換酒(조어환주) 八, 竹杖芒鞋(죽장망혜) 九, 丈夫恨(장부한) 一○, 一場春夢(일장츈몽) 一一, 湖南歌(호남가) 一二, 萬古江山(만고강산) 一三, 楚漢歌(초한가) 一四, 皐々天邊(고々텬변) 一五, 달거리
(二) 春香傳(춘향전) 一, 赤城歌(적셩가) 二, 千字푸리 三, 사랑가 四, 자진사랑가 五, 軍奴使令(군로사령) 六, 十杖歌(십장가) 七, 夢中歌(몽중가) 八, 獄中歌(옥중가) 九, 秋月江山(추월강산) 一○, 春塘試科(춘당시과)
(三) 沈靑傳(심청전) 一, 瀟湘八景(소상팔경) 二, 沈皇后思親歌(심황후사친가) 三, 花草歌(화초가)
(四) 三國志(삼국지) 一, 三顧草廬(삼고초려) 二, 華容道(화용도)
(五) 雜歌(잡가) 一, 륙자백이 二, 자진륙자백이 三, 새타령
광고 15쪽 : 콜럼비아 축음기 주식회사『정선조선가요집』
사진 16쪽 : 宋萬甲(송만갑)ㆍ李東伯(이동백)ㆍ金昌龍(김창룡)ㆍ劉公烈(유공렬)ㆍ金昌煥(김창환)ㆍ沈相健(심상건)ㆍ丁貞烈(정정렬)ㆍ李善有(이선유)
사진 17쪽 : 故金綠珠(고김록주)ㆍ金楚香(김초향)ㆍ金正文(김정문)ㆍ吳太石(오태석)ㆍ林방울(임방울)ㆍ金宗基(김종기)ㆍ金昌鎭(김창진)ㆍ韓成俊(한성준)
사진 18쪽 : 李花中仙(이화중선)ㆍ申錦紅(신금홍)ㆍ裵雪香(배설향)ㆍ朴綠珠(박록주)ㆍ李素香(이소향)ㆍ金秋月(김추월)ㆍ河弄珠(하농주)ㆍ金雲仙(김운선)
사진 19쪽 : 白牡丹(백모란)ㆍ李暎山紅(이영산홍)ㆍ李眞鳳(이진봉)ㆍ金玉葉(김옥엽)ㆍ孫眞紅(손진홍)ㆍ金香蘭(김향란)ㆍ張鶴仙(장학선)ㆍ故吉眞紅(고길진홍)ㆍ李錦玉(이금옥)ㆍ金仁淑(김인숙)ㆍ故文泳洙(고문영수)ㆍ朴春載(박춘재)
광고 20쪽 : 光州(광주) 南海堂樂器店(남해당악기점)
본문 1-76쪽 : (노랫말)
별지(別紙) 광고 1-4쪽 : 18-19쪽 사이 京城樂器店(경성악기점), 朝鮮蓄音器商會(조선축음기상회);26-27쪽 사이 富榮商會(부영상회), 大邱(대구) はちまんや樂器店(하치망야악기점)
청색간지(靑色間紙) 1-2쪽 : 附錄(부록) 樂譜附流行名曲選(악보부 유행명곡선)
별지(別紙) 광고 3-4쪽 : 콜럼비아 레코드, セヤマ(악기점)
목차 5-8쪽 : 朝鮮歌謠集附錄(조선가요집부록) 流行歌曲(유행가곡) 順序(순서)
一, 梧桐나무(오동나무) 二, 放浪歌(방랑가) 三, 메리의노래 四, 베니스의노래 五, 라인강 六, 봄노래부르자 七, 復活(부활) 八, 失戀(실연) 九, 流浪의노래(유랑의노래) 一○, 靑春歌(청춘가) 一一, 風雲兒의노래(풍운아의노래) 一二, 아리랑 一三, 暗路(암노) 一四, 젊은이의노래 一五, 가쥬샤 一六, 鐘路行進曲(종로행진곡) 一七, 落花流水(낙화유수) 一八, 그대그립다 一九, 세동무 二○, 귓드람이 二一, 旅窓(여창) 二二, 飛行機(비행기) 二三, ᄭᅬᄭᅩ리 二四, 形容歌(형용가) 二五, 흰구름 二六, 孤獨한몸(고독한몸) 二七, 流浪人의노래(유랑인의노래) 二八, 浿水의哀傷曲(패수의애상곡) 二九, 그리운江南(그리운강남) 三○, 麻衣太子(마의태자)
광고 9-12쪽 : 朝日樂器店(조일악기점);山口樂器店(산구악기점);向井時計店(향정시계점);釜山(부산) 上田樂器店(상전악기점)
사진 13쪽 ; 車在鎰(차재일)ㆍ安基永(안기영)ㆍ故徐錦榮(고서금영)ㆍ金顯順(김현순)ㆍ李貞叔(이정숙)
사진 14쪽 ; 姜石鷰(강석연)ㆍ蔡奎燁(채규엽)ㆍ李愛利秀(이애리수)ㆍ李景淑(이경숙)
본문 1-30쪽 : (악보와 노랫말)
판권지 31-32 : 판권지
뒤표지
『정선조선가요집』은 콜럼비아 유성기 음반의 노랫말을 수록한 가사집이다. 1925년 이후부터 유성기 음반에는 가사지(歌詞紙)가 첨부되기 시작하는데, 노랫말을 알아듣고 이해하는 데 매우 요긴해서 1930년대 레코드 회사에서는 모두 가사지를 첨부했다. 가사지는 레코드와 함께 재킷에 넣어서 판매했는데, 분실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묶을 수 있는 구멍을 뚫어놓기도 했다. 레코드는 대중들이 따라 부르면서 유행했기 때문에 노랫말을 별도로 인쇄한 책자가 판매되기도 했다. 『정선조선가요집』은 그 효시가 되는 책으로, 표지에 ‘제일집’이란 호수를 적고 있으나 속간되지 않았다. 이 책은 레코드의 노랫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하에 노랫말을 재구성하여 편집한 것이다. 전통음악은 가곡ㆍ가사ㆍ시창, 경기잡가, 서도잡가, 남도소리 (1)단가, (2)《춘향가》, (3)《심청가》 (4)《삼국지(적벽가)》 (5)잡가 순서로 편집되어 있다. 이러한 구분은 독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을 하며, 음반 취입 과정에서 전통 악곡에 대한 장르 인식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범례를 보면 편저자는 선곡을 할 때 곡과 가사(사설)가 비교적 야비하지 아니한 것만 수집하고, 고상한 곳만 뽑았다고 했다. 또한 대중들이 널리 알고 있는 사설이나 야비한 것은 삭제했다고 한다. 〈노래가락〉처럼 여러 사람이 취입한 곡은 다 싣지 않고 대표적인 사설만 뽑고 다듬어서 편집했다. 이렇듯 정리된 사설을 수록했기 때문에 실제 음반과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양양가〉처럼 실제 음반에 취입되지 않는 곡도 있고, 〈춘면곡〉처럼 발매 예정인 곡도 있으며, 〈관산융마〉처럼 긴 곡은 유성기 음반에 취입되지 않는 뒷부분 사설까지 수록해 놓기도 했다. 따라서 이 책은 잘 정리된 노랫말을 볼 수 있는 독서물 성격을 지니고 있고, 실제 음반과 일치하기보다는 표준적인 가사를 제시한 것이라 하겠다. 이는 와전되거나 전승이 어려운 조선 가요를 바로잡으려는 편저자의 의도와 함께 음반을 구매할 때 안내서 역할을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통 악곡은 노랫말만 수록했으나 외래음악(유행음악)은 한 페이지에 한 곡씩 오선보와 숫자보, 노랫말 순서로 수록했다. 구전 음악에 익숙한 대중들이 새로운 음악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려는 계몽적 의도가 엿보인다. 유행 음악을 취입할 때는 악단 반주에 반드시 악보가 필요하므로 그것을 활용한 것이다.
배연형(裵淵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