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묘제례악 중 세 번 술을 올리는 초헌ㆍ아헌ㆍ종헌의 절차에 연주하는 악곡의 이름
문묘제례의 초헌ㆍ아헌ㆍ종헌 등 제사에서 술을 올리는 절차인 작헌례(酌獻禮)에 연주하는 악곡의 이름이다. 세 절차에 연주하는 악곡의 이름은 같지만, 초헌의 절차에서 연주하는 성안지악과 아헌 및 종헌의 절차에서 연주하는 성안지악은 연주 조건이 다르다. 초헌의 성안지악은 등가가 남려궁을 연주하고, 그 음악에 맞추어 문무인 〈열문지무〉를 춘다. 반면 아헌ㆍ종헌의 성안지악은 헌가가 고선궁을 연주하고, 그 음악에 맞추어 무무인 〈소무지무〉를 춘다. 이와 같이 문묘제례악의 성안지악은 초헌례에서는 양(陽)의 위치인 당상에서 등가가 음려(陰呂)인 남려궁을 연주하고, 아헌과 종헌례에서는 음(陰)의 위치인 당하에서 헌가가 양률(陽律)인 고선궁을 연주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초헌과 아헌ㆍ종헌 성안지악은 악장에서도 차이가 있다. 초헌의 절차에서는 음악의 연주와 함께 (정위(正位) 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聖文宣王) 공자(孔子)와 연국복성공(兗國復聖公) 안자(顏子)・성국종성공(郕國宗聖公) 증자(曾子)・기국술성공(沂國述聖公) 자사(子思)・추국아성공(鄒國亞聖公) 맹자(孟子) 등 4배위1를 기리는 악장 다섯 수를 노래한다. 그러나 아헌과 종헌에서는 한 수의 악장만을 노래한다. 이 악장들은 모두 북송 휘종 대관(大觀) 4년(1110)에 대성부(大晟府)에서 찬한 것으로 당시에는 초헌악을 〈성안지곡〉, 아헌・종헌악을 〈문안지곡(文安之曲)〉이라 하여 서로 구별하였다. 그 악장과 곡이름은 원나라 임우(林宇)의 「대성악보(大成樂譜)」에도 수록되었다. 문묘제례악의 작헌악으로 성안지악이란 곡이름이 처음 사용된 것은 북송 인종 경우(景祐) 원년(1034)부터이다. 이후 북송 휘종 대관 4년(1110)에 대성부에서 석전악장을 새로이 찬하였을 때 비로소 초헌ㆍ아헌ㆍ종헌의 삼헌례가 시행되어 초헌악은 <성안지곡>, 아헌ㆍ종헌악은 〈문안지곡〉으로 구별하게 되었다. 임우의 「대성악보」에도 초헌악은 <성안지곡>, 아헌ㆍ종헌악은 〈문안지곡〉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묘제례악》에서는 성격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초헌이나 아헌ㆍ종헌악을 모두 성안지악이라 칭한다. 현재 연주되고 있는 성안지악은 『악학궤범』에 수록되어 있는 아악곡 열다섯 곡 가운데 남려궁과 고선궁을 채용한 것인데, 『세종실록』「악보」에 수록된 제사 아악 중 “황종궁1”의 남려궁과 고선궁에 해당한다. 초헌에서는 등가가, 아헌ㆍ종헌의 절차에서는 헌가가 연주한다. 초헌례의 성안지악 악장 정위대성지성문선왕(正位大成至聖文宣王) 대재성왕 실천생덕(大哉聖王 實天生德) 크시도다 성왕이시어! 실로 하늘이 덕을 내심이로다. 작악이숭 시사무역(作樂以崇 時祀無斁) 중악을 연주하여 숭상하고, 때마다 제사 드림이 그치지 않도다. 청고유형 가생공석(淸酤惟馨 嘉牲孔碩) 맑은 술이 향기롭고, 아름다운 짐승고기 크기도 하여라. 천수신명 서기소격(薦羞神明 庶幾昭格) 영령하신 신명께 제물을 드리오니 밝게 강림하여 흠향하시옵소서. 연국복성공안자(兗國復聖公顏子) 서기누공 연원심의(庶幾屢空 淵源深矣) 단표(簞瓢)가 자주 비었으니 도학의 연원이 깊도다. 아성선유 백세의사(亞聖宣猷 百世宜祀) 아성으로 도를 펴셨으니 백세토록 제사 드림이 마땅하도다. 길견사신 소진준궤(吉蠲斯辰 昭陳樽簋) 길일을 택해 재계하고 준과 궤를 진설하도다. 지주흔흔 신기래지(旨酒欣欣 神其來止) 맛있는 술이 감미로우니 신은 오시옵소서. 성국종성공증자(郕國宗聖公曾子) 심전충서 일이관지(心傳忠恕 一以貫之) 마음으로 전함이 충과 서 하나로써 일관되었도다. 원술대학 만세훈이(爰述大學 萬世訓彛) 대학을 지으셔 만세에 떳떳함을 가르치셨도다. 혜아광명 존문행지(惠我光明 尊聞行知) 우리에게 광명을 주시고 들은 것을 높이고 안 것을 행하시도다. 계성적후 시향시의(繼聖迪後 是享是宜) 전성을 이어 후인을 인도하니 제향함이 마땅하도다. 기국술성공자사(沂國述聖公子思) 공전자증 맹전자공(公傳自曾 孟傳自公) 공은 증자에게 전해 받으시고 맹자는 공에게 전해 받으시도다. 유적서승 윤득기종(有嫡緖承 允得其宗) 적통(嫡統)을 이어받아 종사(宗師)가 되셨도다. 제강개온 내작중용(提鋼開蘊 乃作中庸) 요점을 들어 깊은 뜻을 여시어 중용을 지으셨도다. 유우원성 억재시숭(侑于元聖 億載是崇) 원성에 배향(配享)되어 억만년토록 숭앙받으리로다. 추국아성공맹자(鄒國亞聖公孟子) 도지유흥 오황선성(道之由興 於皇宣聖) 도가 일어남은 아! 위대한 문선왕으로부터이로다. 유공지전 인지추정(唯公之傳 人知趨正) 오직 공이 전하신 것으로 하여, 사람들이 바른 데로 갈 줄을 알도다. 여향재당 정문실칭(與享在堂 情文實稱) 더불어 당에 배향하니, 정(情)과 문이 다 알맞도다. 만년승휴 가재천명(萬年承休 假哉天命) 만년토록 아름다움 이어받으시니, 크도다. 천명이시여. 아헌ㆍ종헌례의 성안지악 악장 백왕종사 생민물궤(百王宗師 生民物軌) 백왕의 으뜸가는 스승이요, 모든 민생들의 법칙이 되심이라. 첨지양양 신기영지(瞻之洋洋 神其寧止) 우러름에 그 덕이 한없이 넓으심이여! 신께서는 편안히 머무시옵소서. 작피금뢰 유청차지(酌彼金罍 惟淸且旨) 저 금잔에 맛난 술을 가득 부어 올리니 맑고도 향기롭도다. 등헌유삼 오희성례(登獻維三 於喜成禮) 세 헌관이 차례대로 하나하나 절하오니 아! 이제 예를 마치옵니다.
번역 출처: 국립국악원 발행, 『국악전집 9』, 《문묘제례악》(1981)
1) 배위의 호칭은 대한예전에 의거하였다. 정위의 대성지성문선왕이라는 존호가 원대에 추존된 칭호이므로 4배위의 존호도 원대의 것을 쓰는 것이 타당하지만 지금 석전보존회에서 쓰는 호칭은 조선조에 사용하던 명칭과는 차이가 있다. 대한예전에서도 두 가지 호칭을을 합성해 썼으므로 그것을 따랐다.
정화순(鄭花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