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리듬꼴
장단의 역사는 ‘장단’이라는 용어와 개념의 역사와 장구 반주의 역사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장구로 반주를 넣는 전통은 조선 초기 악보부터 확인된다. 고려 때 제작된 악보가 남아 있지 않으나 고려의 음악을 적은 『시용향악보』와『대악후보』에도 장구 반주가 기보되어 있어 장구와 악곡을 함께 연주하거나 반주하는 전통은 고려시대로 소급될 수 있다.
『세종실록악보』와 『대악후보』등 조선 초기 악보에 기록된 장구 장단은 고요편쌍(鼓搖鞭雙), 또는 고편쌍(鼓鞭雙)의 구조로 된 경우가 많다. 반면 현재 연주하는 장단은 대부분 쌍편고요(雙鞭鼓搖)의 순서로 연주한다는 점에서 조선 초기의 장구 연주는 현재와 다른 차이가 있다. 연주 순서는 달라졌으나'고', '요', '편', '쌍'이 장구의 주요한 주법이라는 점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헌(白軒) 이경석(李景奭 1595~1671)이 현종에게 궤장을 하사받는 절차를 그린 사궤장연회도첩 중 사연도에는 장구가 2개 편성된 모습이 표현되어 있어 장단의 구조와 장구의 역할과 기능이 현재와 달랐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장단은 박자 구조와 한배, 리듬꼴과 강약 구조 등이 섞인 개념이지만 박자 구조로 크게 분류한 후 동일한 박자 구조 내의 한배와 리듬꼴 차이를 기준으로 세분할 수 있다. 한국음악의 박자는 20박, 16박, 12박, 10박, 8박, 6박, 5박, 4박, 3박 등이 있다. 한편 강약 구조는 장단의 고유한 특성이기도 하지만 말붙임새나 리듬 변화에 의해 변화 가능한 부분이다.
성악곡이나 기악곡의 반주 장단은 1장단 단위로 반복되는 리듬꼴이 나타나지만 농악이나 무악 등의 음악은 타악 합주 음악으로서 여러 장단이 모여 하나의 악구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아 악구 단위를 장단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또한 1장단 단위라 하지만 한배가 길어서 여러 박에 한 번씩 장구 타점을 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평균 한 박에 한 번씩 타점을 주는 경우를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를 대박장단, 후자를 여느장단이라 하기도 한다. 성악곡에서는 여느장단의 비율이 높고 대박장단이 적지만 궁중음악과 풍류음악처럼 한배가 긴 악곡에서는 대박장단이 더 많다.
한국음악 가운데 박자의 규칙성이 없는 노래들이 있다. 궁중음악 가운데 문묘제례악과 낙양춘, 정동방곡, 유황곡, 여민락만, 여민락령, 해령, 종묘제례악 등과 민요 가운데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 정읍(수제천)과 동동은 장구형도 존재하고 정간보로 기보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정읍의 경우 관현악으로 연주할 경우에 박자가 불규칙하지만 처용무의 입장에 연주할 때에는 대체로 10박에 근접하게 연주한다. 민요 가운데 소모는소리와 어사용 등은 호흡을 기반으로 뻗어 내거나 일의 불규칙이 반영되면서 박자가 불규칙해지는 경우가 발견된다. 그런가 하면 외우는소리, 비손하는소리 등은 박 단위가 규칙적이지만 박자단위는 불규칙하게 형성되는 경우이며, 긴강강술래나 흥글소리와 같이 한배가 긴 민요에서는 박자 구조는 존재하나 박 단위의 길이가 크게 넘나드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20박은 보허자, 상령산, 중령산, 보허사(1-4장) 등이 있으며 갈라치는 주법으로 연주하는 20박에는 여민락(1-3장), 삼현영산회상 상령산이 있다. 대부분 20박은 6+4+4+6의 구조로 대박장단형에 해당한다. 갈라치는 주법은 장단 첫 박을 ‘덩’이 아닌 ‘기덕 쿵’으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본래 ‘덩’주법은 채를 먼저 치고 쿵을 뒤에 치는 주법이므로, 곡의 한배가 길어지면서 두 주법 사이에 시간 차가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16박 장단으로 가곡 장단이 있다. 조선 전기 고악보에 3+2+3+3+2+3의 16박 1행 악보가 많은데, 가곡의 16박 장단은 그러한 전통을 잇고 있는 갈래이다.
12박 장단으로 취타와 중모리, 3소박 중모리 장단이 있다. 취타는 2☓6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대취타에도 사용한다. 중모리 계열은 3☓4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2소박 12박과 3소박 중모리의 두 가지가 있다. 3소박 중모리는 세마치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두 장단은 모두 대박장단에 해당한다.
10박 장단에는 세령산, 여민락(4-7장), 보허사(5-7장), 가곡의 편장단 등이 있다. 10박 장단은 대부분 3+2+2+3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가곡 편장단은 2+3+2+3의 구조이다. 8박 장단에는 절화가 있으며, 행진음악인 만큼 취타나 대취타처럼 2박 단위로 끊어져 2☓4박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6박 장단에는 도드리, 진양조, 엇중모리 등이 있다. 도드리장단이 여러 갈래에 사용되므로 변주 장단꼴이 다양하며, 한배가 길면 3소박 6박, 한배가 짧으면 2소박 6박이 되나 모두 3+3 구조로 되어 있다. 12가사 중 백구사, 죽지사, 어부사, 황계사, 길군악, 춘면곡, 매화가, 수양산가와 경기 잡가에서 도드리장단을 사용되며 윗도드리, 밑도드리, 상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등 다양한 도드리 악곡에도 사용된다. 엇중모리장단은 판소리에 사용되는 장단이며 도드리 장단과 구조가 같다.
진양조는 3소박 6박으로 4박까지 가사가 많이 붙고 2박은 자주 비워지는 장단으로 2+2+2, 또는 4+2의 구조로 설명된다. 진양조를 빠르게 연주하면 2소박 6박의 자진진양조가 되는데, 판소리에서는 이를 세마치라고도 부른다. 한편 진양조는 4장단 단위를 ‘기경결해’로 해석하여 24박 단위의 악구를 자주 형성한다. 따라서 판소리 고수들은 진양조를 24박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민요에도 6박자의 노래들이 많은데 강원도의 아라리, 경상도의 모노래, 전라도의 육자배기와 흥글소리 계열이 여기에 속한다. 강원도와 경상도에는 3소박 6박과 2소박 6박이 있으며 3+3의 구조로 되어 있고 전라도의 노래는 3소박 6박이며 4+2의 구조로 가사가 붙는다.
5박 장단에는 가사 상사별곡, 처사가, 양양가 등이 있다. 메나리토리권인 경상도와 강원도, 충청도 일부 지역의 민요에서도 2소박 5박이나 3소박 5박 구조가 발견된다.
4박 장단에는 타령, 볶는 타령, 허튼타령, 굿거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 세산조시, 당악, 흘림, 동살풀이 등 다양한 장단이 있다. 이 가운데 타령, 볶는 타령, 허튼타령, 굿거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는 3소박 4박이며, 단모리, 세산조시, 당악, 흘림, 동살풀이는 2소박 4박이다. 휘모리는 3소박 4박과 2소박 4박이 혼재되어 사용된다. 4박 구조의 장단은 종류가 많으나 갈래가 다르고 한배와 리듬꼴이 다르므로 구분된다.
타령 계열 장단은 4박 째에 장구 가락이나 선율을 비우는 일이 많은 리듬꼴이 특징이며 굿거리는 화려하게 세분된 리듬이 특징적이다. 중중모리는 화려하지 않은 대신 가사 전달에 용이한 리듬꼴이며 자진모리와 휘모리는 중중모리의 한배가 짧아진 구조이다.
4박 장단은 대부분 여느장단에 속한다. 하지만 타령을 느리게 연주하는 경우 12박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처럼 한배에 따라 12개의 소박을 12개의 박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4박으로 연주하면 여느장단형이지만 12박으로 인식하게 되면 대박장단으로 층위가 달라진 것이다. 4박 구조는 농악과 무악 등 다른 갈래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박자이므로 한국음악의 대표적인 박자라 할 수 있다. 민요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박자이며 무악에서는 모리, 발뻐드레, 덩덕궁이, 살풀이, 농악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박자이다.
3박 장단으로는 세마치와 휘모리시조 장단을 들 수 있다. 세마치장단은 12박 단위로 악구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12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12박으로 악구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주로 사당패소리 계열에서 많이 나타난다.
하나의 악곡에서 하나의 장단이 아니라 여러 장단이 섞여 변박되는 경우가 있다. 사당패소리 계열의 민요에 많이 사용되는 기법으로 형태는 다양하다. 고정적인 변박을 보여주는 사례로 시조의 5박과 8박을 들 수 있다. 평시조의 경우 58858/58858/5858(박)이 각각 초장, 중장, 종장에 사용된다. 시조 형식을 기반으로 하는 민요 노랫가락은 한배가 짧아 5박과 8박이 5소박과 8소박 단위로 노래된다.
이외에 한국음악에는 혼소박 장단이 많다. 엇모리장단은 3+2+3+2(또는 2+3+2+3)의 구조로 구성되며 3소박과 2소박을 각각 1박 단위로 보면 혼소박 4박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구조의 혼소박 장단으로 농악의 길굿(2+3+3+2)을 연주할 때에는 2소박에 한 걸음, 3소박에 한 걸음을 걷게 되므로 연행자들이 이를 4박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엇모리장단과 유사한 혼소박 장단으로 농악의 짧은길굿, 마당일채, 벙어리일채, 무악의 신임장단, 대왕노리, 만세받이 등이 있다.
한편 농악과 무악에는 여러 개의 여느장단을 연결하여 악구로서 장단을 인식하는 형태가 존재한다. 두 개의 여느장단을 짝으로 묶은 경우는 겹장단, 또는 암수장단이라 하고, 3개 이상을 연결할 경우 가진장단이라 한다. 지역별 행진음악인 길굿 계열에는 가진장단형이 많다.
무악에도 가진장단형이 많으며, 동해안별신굿에서는 가진장단형 여러 개를 한배에 따라 순서대로 연주하는 형태도 많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청보1장부터 5장, 제마수 1장부터 3장 등이 그런 사례이다. 1장은 느리게 시작하되 장을 거듭할수록 한배가 짧아져 빨라지며 그에 따라 박자의 구조도 달라진다.
한국음악의 장단은 악곡 내에 뼈대를 세워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갈래별로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장단을 활용하고 있는 것은 각기 미적 취향과 기능이 다른 탓이다. 실제 각 갈래별로 사용하는 장단명은 모두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또 민요와 같은 일반인들의 생활음악에서는 장단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적절한 장단 명칭이 없는 리듬꼴도 존재한다.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20. 김혜정, 『민요의 채보와 해석』, 민속원, 2013. 김혜정, 『판소리음악론』, 민속원, 2009. 김혜정, 「농악의 지역별 음악적 특성」, 『농악』, 문화재연구소, 2014. 김혜정, 「무악 장단의 음악적 구조와 활용 원리」, 『한국무속학』 20, 무속학회, 2010. 이혜구, 「장단의 개념」, 『한국음악연구』19집, 한국국악학회, 1991.
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