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飾音)새
음을 꾸미는 다양한 표현 방법
시김새는 음악의 멋을 더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이르는 말이다. 꾸밈음과 같은 장식음적 요소, 떨거나 흘러내리거나 밀어 올리는 등 하나의 음으로 만드는 유동적 요소, 판소리에서 발성과 성음의 변화나 악기의 고유한 주법이 만드는 음색적 요소, 그리고 이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형태 등 다양한 표현 방법을 총칭한다.
시김새라는 용어는 구전 전통 음악에서 사용되었던 것이므로 기록으로 역사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구전으로 전승되는 음악에서는 이와 같이 개성을 드러내는 유동적 표현 방식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져 긴 시간 동안 전승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거문고의 연주법에 대한 연구에서 농현 주법이 조선후기 역안법 연주가 시작되면서 가능해졌을 것이라 보므로 현재 사용하는 것과 같은 시김새가 과거에도 그대로 사용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시김새의 영역은 정서적 표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서 당대의 미적 취향을 반영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
○ 시김새의 뜻과 용례
시김새의 뜻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첫째는 시김새란 발효되었다는 뜻의 ‘삭은’과 모양을 나타내는 접미사 ‘새’가 조합된 단어로 ‘삭은 모양’, ‘곰삭은 모양’, 즉 발효가 잘되어 깊은 맛이 나는 모양을 뜻한다는 해석이다. 둘째는 식음(飾音)새로 장식음에서 나온 말이라고 보는 해석이다. 음악 연주를 잘하기 위해 오랫동안 단련하게 되면 나름의 깊은 맛을 만들게 되는데, 이때 추가되는 표현을 시김새라고 한다. 시김새는 연주자의 역량과 취향에 따라 더 추가될 수도 있고 생략되기도 한다. 또 같은 농현이라도 깊고 굵게 떠는지 얕고 빠르게 떠는지 등은 달라지므로 개성과 유동성이 드러나는 영역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갈래인지에 따라 유동성이 제한될 수 있고, 좋고 나쁨으로 규정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 시김새의 형태와 종류
시김새의 종류에는 장식음적 요소, 음의 유동적 표현 요소, 주법과 음색 요소 등이 있고, 이것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형태도 있다. 학자에 따라 음의 유동적 표현 요소만을 시김새로 보는 경우도 있고 장식음적 요소만을 시김새로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김새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음악을 꾸미는 모든 방법을 총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장식음적 요소로는 궁중음악과 풍류음악 등의 피리, 대금, 해금 등 관악기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표현들이 대표적이다. 나니르(), 니레(), 노니로() 등 음의 앞과 뒤에 장식음이 붙여지는 경우이며 좀 더 복합적인 형태로 나니나니르()와 같은 것이 있다. 이러한 장식음적 요소는 상령산 독주나 청성곡 독주와 같이 관악기의 독주 연주 때에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즉 독주에서는 개성을 담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므로 연주자마다 청성곡 독주의 시김새 패턴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민요나 잡가 등 민속음악에도 장식음적 시김새가 나타나는데 주로 경토리민요와 메나리토리민요에서 그러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들 악곡을 관악기로 연주할 때에도 장식음적 시김새 활용이 많이 활용된다.
음의 유동적 표현 요소로는 떠는소리, 꺾는소리, 밀어올리는소리, 흘러내리는소리, 구르는소리 등이 있다. 떠는소리는 요성(搖聲), 농현(弄絃)이라고도 하며, 판소리에서는 떠는 목이라고도 한다. 떠는소리는 어떤 형태로 떠는지에 따라 세분할 수 있다. 궁중음악과 풍류음악 계열은 처음에 떨지 않다가 끝에 가면서 떠는 것이 특징이라 하고 민속악은 처음부터 떠는 특징이 있다고 하나 갈래별·악곡별로 더욱 다양하게 사용된다. 수제천과 같이 느린 합주 악곡에서는 떠는소리가 일시에 연주될 수 있도록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악보에 요성표()로 기보한다. 그러나 민속음악에서는 떠는소리의 굵기나 주기성이 연주자마다 다르고 갈래별로, 악곡의 부분마다 떠는 모양이 다르므로 다양한 형태(,)로 기보한다.
흘러내리는 소리는 퇴성(退聲)이라고도 한다. 꺾는소리도 퇴성의 일종이지만 남도 음악에서 급격히 반음을 꺾어 내리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 이를 별도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퇴성이나 꺾는소리 등 하행하는 성격의 시김새는 음계상 높은 음에서 많이 나타난다. 수심가토리나 난봉가토리의 경우에도 음계상 가장 높은 음을 살짝 낮게 내거나 흘러내리듯 표현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밀어올리는 소리는 추성(推聲)이라 하고 구르는 소리는 전성(轉聲)이라 하는데 두 가지는 성악곡 보다는 기악곡에서 자주 사용된다.
주법과 음색 변화 등이 결합한 시김새로 가야금이나 거문고의 싸랭, 슬기둥, 가야금의 연튀김, 피리의 서침, 내리더름, 올리더름, 대금의 떠이어와 다루치기, 해금의 잉어질 등이 대표적이며, 판소리에서는 방울목과 같은 ‘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법으로 인한 음색 변화가 이러한 시김새의 특징이지만 해당 주법으로 인해 음고의 변화도 발생하므로 장식음적 요소와 주법 요소가 복합된 경우가 더 많다.
시김새는 독자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토리, 선법, 악조, 선율 진행, 갈래, 전승 지역 등 여러 요인들과의 영향 관계에 놓여 있다. 같은 선법을 사용하는 음악도 갈래에 따라, 지역에 따라 시김새가 달라질 수 있으며, 반대로 같은 갈래의 음악이라도 사용하는 선법이나 악조에 따라 시김새가 달라지기도 한다. 궁중음악과 풍류음악 등 관현악이 합주하는 음악에서는 개인적인 시김새가 자유롭게 허용되기 어려우므로 굵은 시김새를 같은 주기로 표현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에 비해 독주로 연주되는 음악과 민속음악 계열에서는 조금 더 자유로운 시김새 표현이 허용되므로 연주자의 개성이나 해당 갈래의 특성을 강화하는 시김새를 사용한다.
김혜정, 『판소리음악론』, 민속원, 2009.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 1940. 『피리정악보』, 국립국악원, 2015. 이보형, 「민속악의 시김새에 대한 연구 방법론」,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학술심포지엄「한국음악의 시김새와 서양음악의 장식음 비교」발표요지, 1999.10.16.
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