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계달이 경드름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있다. 염계달이 만든 경드름 대목으로 <남원골한량>이 있고, 이외에 염계달제로 부르는 또 다른 대목으로 수궁가 중 <토끼 욕하는 대목>이 있다. 기록에는 진경드름과 반경드름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나 이를 전승하는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남원골한량>이 진경드름이고 <토끼 욕하는 대목>이 반경드름에 해당한다.
반경드름은 ‘레미솔라도’의 음계를 사용하는데 간혹 ‘레’보다 4도 아래의 ‘라’음을 툭 치는 시김새를 사용하므로 라음계와 구조적으로 유사하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 ‘라도레미솔’의 추천목과 크게 하나로 묶어 보기도 한다. 또한 ‘레미솔라도’는 경드름의 ‘솔라도레미(파)’와도 선율적 유사성이 있으므로 경드름과의 구조적 유사성도 나타난다. 그러나 진경드름과 반경드름을 구분하는 것은 경토리와 수심가토리의 관계와 동일하게 음계 구조 뿐 아니라 시김새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경드름은 수심가토리의 특징인 떠는 시김새와 유사하게 ‘솔’음이나 ‘라’음 등 음계 중간에 위치한 음을 매우 굵게 치켜 떤다. 떠는 시김새는 진경드름에서 보이지 않는 특징이다. 수심가토리는 본래 ‘레’음으로 하행 종지하는 특성이 있으나 하행 종지에 익숙하지 않은 판소리꾼들이 종지를 ‘미’로 올려 종지하는 형태로 바꾸는 것은 경드름에서 ‘솔-라’로 종지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소리꾼에 따라 ‘레’로 종지하는 경우나 ‘솔’로 종지하는 경우, ‘라’로 종지하는 경우 등 종지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반경드름의 수심가토리 특성이 강한지, 진경드름의 특성이 강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반경드름으로 부르는 <토끼 욕하는대목>은 가창자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인다. 여러 명창 가운데 수심가토리의 떠는 시김새를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로는 동초 김연수를 들 수 있다. 김연수에 비해 박동진은 떠는 시김새를 살려 부르지만‘솔’로 종지하여 진경드름이나 추천목의 특성이 섞인 모습을 보이며 박초월의 경우에는 거의 떠는 시김새가 사라지면서 진경드름과 유사한 선율 진행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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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