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나리, 매너리, 웨나리, 메나리목
한반도 동부지역 민요의 음악 어법을 수용한 판소리 악조
신재효의 판소리 사설 가운데 《박흥보가》에 경상도 ‘머너리죠’, ‘메너리목’ 등의 표현이 사용되고 있으며, 김연수, 정광수, 정권진, 성창순 등 근대 활동했던 명창들의 소리제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판소리의 아니리에 메나리조에 대한 표현들을 살펴보면 경상도의 조라는 인식이 확실하고 메나리, 매너리, 웨나리 등으로 와전되는 양상도 보인다. 대표적인 창본을 중심으로 해당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뺑덕이네가 길소리를 맡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경상도 메나리조와 전라도 밭매기 소리를 반반 메기것다 - 성창순 창본 《심청가》 중
○ 뺑덕이네 경상도 메너리제도 아니고 전라도 밭매기소리도 아니고 - 정광수 창본 《심청가》 중
○ 그 때 초동목수 아희들이 낫 갈아 짊어지고 웨나리 소리 허고 올라오것다 – 정광수 창본 《수궁가》 중
위의 대목 이외에 《심청가》의 <상여소리 대목>에도 ‘어너어너 어너 어가리 넘차’와 같은 가사에 메나리조의 특성이 나타난다.
메나리조와 판소리 계면조는 미, 라, 도의 세 음을 골격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두 악조에서 ‘솔’음 역시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므로 계면조에서는 ‘시’, 메나리조는 ‘레’음이 추가되는 점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따라서 판소리의 메나리조에서는 특별히 ‘레-도’의 두 음을 오가는 선율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징을 보인다.
메나리조를 사용하는 대목은 주로 메나리토리로 부르는 민요 <상여소리>, 나무꾼 신세타령인 <어사용>과 유사한 길소리 등에 집중되어 있어 다른 갈래의 성악곡을 판소리에 수용하는 과정에서 악조가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악인 역할의 뺑덕어미와 토끼를 잡으러 오는 초동들이 메나리조로 노래하는 것에서는 정서적 공감을 피해 낯선 어법으로 해당 인물의 부정적 이미지를 표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김진영, 『토끼전전집1』, 박이정, 1997. 김진영, 『심청전전집2』, 박이정, 1997. 김혜정, 『판소리음악론』, 민속원, 2009. 이보형, 「메나리조」, 『한국음악연구』 2, 한국국악학회, 1972.
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