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에서 새롭게 만들거나 다듬어 기존 판소리에 추가하여 넣은 대목이나 창법
기존 판소리에 없던 대목을 새로 추가하거나 기존 판소리와 다른 창법이나 음악 요소를 추가한 경우를 더늠이라 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양식을 이를 때에는 ‘제’, ‘조’ 등을 붙여 부르기도 한다. 더늠의 뜻은 두 가지 해석이 있는데 하나는 ‘더 넣었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고어 ‘던다(더느다, 더ᄂᆞ다)’의 명사형으로 ‘겨루다’의 뜻으로 보는 경우이다. 더늠을 이를 때는 권삼득의 설렁제, 염계달과 모흥갑의 경드름과 같이 악조나 창법을 내세우기도 하고, 모흥갑의 이별가, 고수관의 자진사랑가와 같이 특정 대목을 내세우기도 한다.
더늠의 기록은 주로 20세기에 구전을 통해 내려오던 정보를 기록한 『조선창극사』, 『판소리소사』, 『창악대강』과 같은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내용에서 전기 8명창 시대의 명창들이 넣은 더늠 대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더늠의 생성은 판소리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초기 명창들의 더늠을 대목과 악조로 구별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권삼득 《흥보가》 중 <제비몰러 나가는 대목> 설렁제
송흥록 <이별가> 진양조, 산유화조
염계달 <남원골 한량> 경드름
모흥갑 <이별가> 경드름
고수관 <자진사랑가> 추천목
김계철 <심청이 태어나는 대목> 석화제, 우조
송광록 <늦은사랑가> 진양조, 우조
위의 더늠을 살펴보면 설렁제, 산유화조, 경드름, 추천목, 우조와 같이 판소리에 큰 비중을 갖지 않지만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음악 양식이 더늠으로서 수용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초기 판소리는 새로운 양식의 더늠을 통해 음악적 다양성을 구축하였고, 창의성을 갖춘 명창들은 후대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소리꾼들이 더늠 대목을 노래할 때는 아니리에 해당 더늠을 만든 명창의 이름을 언급하여 누구의 더늠인지 밝히고 그처럼 잘 할 수 없지만 해보겠다는 겸양의 말을 더한다. 일종의 구술사로서 판소리의 역사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토끼 화상을 한번 그려 보는데, 이건 중년에 우리 선대에 남원 사시던 박만순씨 독보건곤에 박만순씨 그 양반이 잘했습니다만 그렇게 해 볼 수는 없으나마 비양이라도 내 보는디-임방울 창 《수궁가》 중”
더늠으로 일컬어지는 것에는 초기 명창들의 사례처럼 대목과 음악양식 등이 명료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존의 것을 다듬거나 변개한 경우에는 어느 점이 달라졌는지 내용을 확실히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후자는 더늠을 조금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하여 이해하는 경우로서 어떤 명창이 특별히 잘했던 대목을 더늠으로 보는 경우이다. 이는 해당 대목이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그 명창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졌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해당 대목을 창작한 것이 아니므로 아니리에 그 명창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다듬기 전의 대목과 다듬어진 대목이 동시에 전승되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는 이름만 남고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체로 초기에 만들어진 더늠은 대목 자체보다는 창법이나 악조가 더늠으로서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다. 창법이나 악조로서의 더늠은 권삼득의 설렁제(덜렁제, 드렁조, 권마성제), 고수관의 추천목, 염계달과 모흥갑의 경드름, 송흥록의 산유화조(메나리조), 김계철의 석화제 등이 있다.
대목으로서의 더늠은 그 수가 더 많은데 앞서 언급한 창법이나 악조로서의 더늠도 대표적인 대목을 앞세워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권삼득의 <제비후리러 나가는 대목>은 그가 만든 설렁제가 사용되는 대목이기도 하며, 모흥갑의 <이별가>나 고수관의 <자진사랑가> 대목 역시 악조와 연계되어 있다. 이외에도 여러 명창의 특장으로 기록된 대목들로 송흥록의 <동풍가>, 염계달의 <돈타령>, 신만엽의 <소지노화>, 김제철의 <심청탄생>, 황해천의 <농부가>, 주덕기의 <조자룡 활 쏘는 대목>, 송광록의 <범피중류>, 방만춘의 <적벽강화전>, 김성옥의 <사랑가>, 박만순의 <토끼화상>, 박유전의 <시비따라>, 이날치의 <새타령>, 정춘풍의 <범피중류>, 정창업의 <중타령>, 김창환의 <제비노정기>, 송만갑의 <농부가>, 박기홍의 <군사설움타령>, 이동백의 <새타령>, 김창룡의 <삼고초려>, 정정렬의 <신연맞이>, 임방울의 <쑥대머리> 등이 있어 넓게는 이들 대목도 더늠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판소리의 더늠은 판소리의 음악어법을 다양하게 만든 원천이었다. 기존의 판소리에 다양한 지역의 음악 양식을 수용하고 새로운 가사를 추가하여 짧고 소박했을 초기 판소리를 확장시켜 온 것이다. 또한 더늠은 소리꾼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창작자로서의 위상을 인정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더늠 대목 공연시에 더늠을 만든 명창을 언급하고 기리는 것은 일종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역사에 남김으로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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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