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드름은 ‘내어 들었다’는 의미이다. ‘낸다’는 것은 제시한다는 의미이고 ‘드름’은 음악 양식을 의미하므로 시작하는 부분의 음악 양식적 특징이 내드름이다. 판소리에서는 아니리 이후 창의 시작 부분을 내드름이라 하며, 산조에서는 매 장단의 시작 부분을 내드름으로 보기도 한다. 첫 1장단만을 내드름으로 보는 것이 보통이나 진양조장단의 경우 4장단(24박)까지를 내드름으로 보기도 하고, 처음 형성되는 악구 단위를 내드름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내용
소리꾼이 소리를 내면 고수는 그 소리를 듣고 어떤 장단을 연주할 것인지 판단하여 즉석에서 반주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소리꾼이 내는 첫 번째 소리가 고수에게 있어서는 장단을 알아내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따라서 내드름이 장단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악곡의 시작 부분의 악조와 선율도 내드름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이다. 산조의 진양조를 우조의 높은 음으로 내어 드는 것은 산조의 전형적 특성으로 이야기된다.
○ 진양조
진양조의 첫 장단 내드름에는 대체로 2글자에서 4글자의 가사가 붙는다. <퇴령소리> 대목에서‘토령’의 두 자가 붙을 때에 첫 박과 셋째 박에 붙으며, <적성가>에서‘적성의’의 세 글자가 붙을 때에는 첫 박에 두 자를 이어 붙인다. <옥방형상>대목에서‘옥방형상’의 네 글자가 붙었을 때에는 첫 박에 가사를 붙여 놓고, 나머지 두 자는 세 번째와 네 번째 박에 나누어 붙인다. 음악이 느릴수록 단어는 붙이고 소리를 길게 이어 내는 이른바 ‘어단성장(語短聲長)’의 규
칙이 적용되며, 첫 박 단어 뒤에 다음 가사가 나올 때까지의 길이를 근거로 이 장단이 진양조임을 알아 낼 수 있다.
중모리는 한 박에 한 글자 씩 네 박에 걸쳐 가사를 놓는 유형과 첫 박에 가사 두 자를 붙여 놓고 세 번째와 네 번째 박에 가사를 놓는 형태의 두 가지가 주로 사용된다. 후자의 경우 시작 부분이 진양조와 유사한 듯 보이지만, 첫 번째 박과 세 번째 박, 세 번째 박과 네 번째 박까지의 길이가 짧으므로 진양조와 구분할 수 있다.
중중모리의 내드름은 다양하다. <기산영수>의‘기산’이나 <고고천변>의‘고고’와 같이 단어를 붙여 놓으면 진양조나 중모리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바로 이어지는 ‘영수’와 ‘천변’이 ‘♩♪’의 리듬으로 붙어 있어 진양조나 중모리와 구별된다.
<춘향모 춤>과 <사랑가>, <향단이 이도령 맞는 대목>은 첫 박에 한 글자만 놓거나 두 글자를 ‘♩♪’의 형태로 놓고 있어서 자진모리와 구별이 쉽지 않다. 그러나 나머지 가사를 세 번째 박에 몰아서 붙이는 형태는 자진모리보다는 중중모리에 많으며 속도의 차이도 장단 구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중모리 장단형은 마지막 박을 비우거나 강세를 9번째 소박으로 옮긴 맺는 형 붙임에 정체성이 있다고 본다.
자진모리의 내드름 역시 다양한 형태가 사용되고 있다. <나귀안장>대목과 <춘향에 대해 아뢰는 대목>의 경우에는 ‘♩♪’형 리듬이 세 번째와 네 번째 박까지 사용되고 있어서 중중모리와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자진모리에는 ‘♩♪’의 뛰어가는 리듬형이 주를 이루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 <산세풀이>와 <사람의 내력> 대목처럼 가사를 주서 붙이는 형태의 자진모리도 있다. 이 경우 자진모리가 빠른 장단이기 때문에 하나의 소박(정간)에 한 글자 씩을 또박또박 놓아 부르게 된다.
엇중모리는 2소박 6박자의 구조이므로 2소박 12박자 구조인 중모리장단과 혼동될 여지가 있다. 중모리 장단의 내드름에 전반 6박에 4ㆍ4조 중 4글자가 붙는 것에 비해 엇중모리는 6박에 4ㆍ4조를 몰아 붙여야 하므로 첫 박부터 말을 촘촘히 놓는 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중모리와 구별된다.
《심청가》 <그때여 심생원은>
그때
여
심
생
원은
《춘향가》 <그때여 어사또는>
그때
여
어
사
또는
특징 및 의의
내드름은 기본적으로는 장단의 구조적 특성을 제시하여 고수와 청중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내드름에서 표현된 악조와 선율 등은 해당 대목의 정체성을 일시에 드러내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우조는 높은 음고의 음으로 꿋꿋하게 내는 경우가 많고, 평조는 상대적으로 중간 음역대의 선율을 많이 사용한다. 우조이지만 높지 않은 음으로 유장하게 내는 경우 가곡성우조라 이르기도 한다. 즉 악조의 특징도 내드름의 선율을 통해 전형성을 보이므로 붙임새와 함께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