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京調), 경제(京制), 진경드름(眞京드름)
경드름을 만들어 판소리에 넣은 사람은 염계달이라 알려져 있다. 염계달은 신위(申緯, 1769-1845)의 「관극시(觀劇詩)」에 등장하는 명창으로 8명창 중 한 사람이다. 따라서 경드름이 만들어진 시기는 18세기말에서 19세기 초반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염계달은 경기의 음악 어법을 다양하게 판소리에 적용시켰는데, 그가 만들어 넣은 더늠 대목 가운데 춘향가 중 <남원골한량> 대목이 경드름으로 되어 있고, 춘향가 중 <네 그른 내력> 대목과 수궁가 중 <토끼 욕하는 대목>은 추천목으로 되어 있다. 염계달과 동년배였던 모흥갑 역시 동강산제로 된 <이별가>를 더늠으로 만들어 경기지역 음악어법을 활용하였다.
경드름은 염계달의 더늠으로 시작되었으나 20세기 초반 서울에서 활동하던 명창들에 의해 사용 범위가 크게 확대되어 다양한 대목에 적용되었다. 송만갑, 김연수와 같은 명창들은 더 많은 대목과 단가 악곡에서 경드름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중후반에는 경드름이 판소리 전승에서 다시 약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드름 가운데 진경드름은 민요의 진경토리 양식을 수용한 것이다. ‘솔라도레미’음계이며 ‘솔’이나 ‘라’로 하행 종지하는 특징이 있다. 판소리에서 ‘솔라도레미’음계를 사용하는 악조로 우조가 있으나 우조는 음계의 중간에 있는‘도’로 종지하고 ‘라’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에 반해 경드름은 더 아래쪽 음인 ‘솔’이나 ‘라’로 종지하며 ‘라’음을 생략하지 않아 ‘솔-라-도’, 또는 ‘도-라-솔’의 순차진행을 빈번히 하므로 우조와 차이가 있다. 본래 경기민요의 진경토리는 ‘솔’로 종지하지만 판소리에 수용되면서 음계의 최저음인 ‘솔’종지에 익숙하지 않은 남도의 소리꾼들에 의해 ‘라’로 살짝 들어 올려 종지하는 형태로 변화하기도 하였다. 경드름은 기본적으로 판소리 소리꾼들이 경기지역 사람들의 음색과 창법, 시김새 등을 모방하는 것이므로 창법은 가볍게 흔들거리도록 하고 굴려내는 방울목을 사용함으로써 음을 더 분할하고 순차 진행하는 선율적 특성을 강화시킨다. 또한 판소리나 산조에서 중모리 장단에서만 경드름이 나타나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경드름은 하나의 악조로 사용되나 한 대목 전체가 경드름만으로 이루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대부분 다른 악조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많은 형태가 계면조와 경드름이 섞이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이도령의 목소리가 경드름이라면 춘향이나 춘향모, 향단 등의 목소리는 계면조이므로 대화를 한다면 경드름과 계면조가 오가는 상황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이처럼 두 악조의 대비가 음악적으로 흥미롭고 짜임새가 좋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단가에 사용될 경우에도 평우조의 선율과 경드름이 섞여 나타나며 그 비중이 크지 않다.
경드름은 염계달의 더늠으로 알려진 <남원골 한량>을 비롯하여 춘향가에서 이도령이 노래하는 대목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사용은 가창자마다 조금씩 다르다. 송만갑은 <춘향 달래는 대목(이별가)>과 <사령들 돈 받는 대목(돈타령)>, 그리고 단가 <진국명산> 등에 경드름을 사용하였는데, 그가 이처럼 경드름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생긴 변화였다고 한다. 김연수는 <이몽룡이 방자 달래는 대목>, <이몽룡이 향단 달래는 대목>, <이몽룡이 옥중 춘향 달래는 대목>, 어사또가 춘향모 만나는 <어사와 장모 대목> 등 이도령을 다양한 곳에 출연시키면서 모두 경드름을 섞어 노래하도록 수정하였다. <어사와 장모 대목>과 같은 경우 독립된 공연 레퍼토리로 사랑받았으므로 정정렬명창도 이 대목을 경드름으로 부른 바 있다.
산조의 경우, 주로 가야금산조에서 경드름을 연주하나 해금산조나 피리산조 등에서도 경조나 경제 등 경토리의 특성을 가진 선율들이 연주된다. 이들 경드름도 '솔라도레미'음계를 사용하며 가볍게 위에서 떨거나 건들거리는 시김새를 사용한다거나 방울목 시김새를 사용하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 특히 경기도 출신의 명인이 짠 산조에서는 경조의 비중이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
진경드름, 반경드름, 추천목, 동강산제 등은 모두 경기 지역의 음악 양식을 수용한 판소리 악조 계열이다. 특히 반경드름도 경드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크게 묶일 수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이들은 각기 다른 특성이 있으므로 동강산제와 추천목, 반경드름을 유사 경드름으로 보고, 진경드름만을 진정한 경드름이라 구분한다.
김혜정, 『판소리음악론』, 민속원, 2009.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 1940. 박황,『판소리 소사』, 신구문화사, 1974. 김혜정, 「경드름의 성립과 전개」, 『경기판소리』, 경기도 국악당, 2005. 성기련, 「20세기 염계달제 경드름의 변모양상연구」, 『판소리연구』12, 판소리학회, 2001. 이보형, 「판소리 경드름에 관한 연구」, 『서낭당1』, 한국민속극연구소, 1971. 이보형, 「판소리 팔명창음악론」, 『문화재』8, 문화재관리국, 1974.
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