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이씨본 청구영언, 여중락(與中樂)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의 가문에서 소장해 온 필사본 가곡창본 가집
조선 후기 문신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1733) 가문에서 소장해 온 가곡창본 가집으로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이라고도 불린다. 편찬연대와 편찬자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이 있다. 기존 가집의 체제를 종합하여, 총 1,109수의 시조시를 싣고 있으며, 다른 가집에서 발견되지 않는 다수의 작가명과 작품이 있다.
이형상의 10대손인 이수창(李秀昌)1이 소장하고 있던 표지 없는 가집이 1956년 학계에 소개되었다. 역사학자 김성칠(1913~1951)은 이를 ‘이씨본 청구영언’, 손종섭은 권말의 표기에 근거하여 ‘여중락(與中樂)’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후 1958년 심재완(1918~2011)이 이를 병와의 가문에서 소장해 온 가집이라는 뜻으로 가칭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이라고 한 것이 통용되어 흔히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이라고 한다. 『악학습령』은 병와의 자서(自著) 목록에 쓰인 ‘악학습령’에 착안한 책의 제목이다. 즉 병와 가문에서 소장해 온 표지 없는 가집이 이형상의 자서 목록에 보이는 『악학습령』과 같은 책일 것으로 추정하여 붙인 이름이다. ‘악학습령’이란 말의 뜻은 악학에 관련된 흩어진 내용을 모아 놓았다는 뜻이다.
1) 소장자에 대해 이정옥은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9집: 악학습령』에서 이수창(李秀昌)이라고 했고, 김영운은 이수철(李秀哲)이라고 했다. (이형상・이학의 편저, 이상규・이정옥 주해,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9집: 악학습령』, 국립국악원, 2013, 31쪽; 김영운, 『병와전서 악학습령』 해제정보, 디지털장서각(https://jsg.aks.ac.kr/dir/view?dataId=ARC_kh2_je_a_vsu_55023_000))
○ 체재 및 규격 1책 214면 필사본. 22.8cm×23.3cm ○ 소장처 경북 영천시 호연정 병와 유고각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편찬연대와 편찬자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異論)이 있는데, 이형상에 의해 1728년(영조 4)부터 1733년(영조 9) 사이에 편찬되었을 가능성2, 혹은 이형상 사후 18세기 후반에 편찬되었을 가능성3, 혹은 병와 이형상과 그의 후손들에 의해 18세기 전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편찬되었을 가능성4 등 다양하게 추정되고 한다. 이형상은 조선 후기 문신이며 목민관으로 많은 활동을 했고, 예(藝)와 악(樂)을 중시했던 학자로서 다방면에 걸쳐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2) 김영운, 『병와전서 악학습령』 해제정보, 디지털장서각(https://jsg.aks.ac.kr/dir/view?dataId=ARC_kh2_je_a_vsu_55023_000))
3) 허영진, 「『병와가곡집』의 편찬 양상과 가집사적 특질」,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1쪽.
4) 이정옥은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9집: 악학습령』에서 18세기부터 19세기 중반으로 보았다. (31쪽 참조)
○ 구성 및 내용
악보가 아닌 가집이지만 초입인 권수(卷首)5에 해당하는 부분에 마치 악보처럼 가곡 계열의 곡, 《영산회상》, 〈보허사〉, 〈여민락〉 등의 명칭이 나온다. 구체적인 악곡명은 〈평조삭대엽(平調數大葉)〉, 〈우조삭대엽(羽調數大葉)〉, 〈평계삭대엽(平界數大葉)〉, 〈우계삭대엽(羽界數大葉)〉, 〈평계북전(平界北殿)〉, 〈우계북전(羽界北殿)〉, 〈우계영산회상(羽界靈山會像)〉, 〈영산갑탄(靈山甲彈)〉, 〈영산환입(靈山還入)〉, 〈영산제지(靈山除指)〉, 〈대현환입(大絃還入)〉, 〈우계타량곡(羽界打量曲)〉, 〈우조보허사팔편(羽調步虛詞八篇)〉, 〈중환입(中還入)〉, 〈소환입(小還入)〉, 〈제지(除指)〉, 〈여민락십장(與民樂十章)〉, 〈낙시조(樂時調)〉이다.
5) 이정옥은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9집: 악학습령』에서 이 부분을 서문으로 보았다. (35쪽 참조)
이어서 오음도(五音圖), 음절도(音節圖), 금(琴)과 악론 등이 있다. 여기서 금은 거문고를 말하며, 이에 관한 기록을 실은 것은 “가곡을 익히려는 자는 반드시 거문고를 알아야 한다(歌與樂一也 治歌者 不可不知琴)”라는 편자의 생각을 보여준다. 또한 양덕수(梁德壽, ?~?)의 거문고 악보인 『양금신보(梁琴新譜)』를 ‘고조(古調)’로 소개하고, 김성기(金聖器, ?~?)의 『어은유보(漁隱遺譜)』, 즉 『어은보(漁隱譜)』를 동시대의 악보로 ‘시조(時調)’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실제 『악학습령』 권수에서 보이는 악곡 구성 방식은 『어은보』의 편제와 유사하다. 이어 ‘목록’이라고 쓰고, 이 가집에 수록된 시조 작품의 작가 175명을 소개하였다. 작가명은 전체적으로 신분과 연대를 고려하여 태종을 비롯한 왕과 왕족, 사대부, 중인 이하 계급 출신으로 읍성 밖 마을에 살았던 여항(閭巷) 작가, 기녀(妓女)의 순으로 실었다.
악곡별로 시조 작품을 배열하여 수록한 것이 『악학습령』의 본문에 해당한다. 각 악곡 아래에 곡의 분위기를 묘사한 풍도형용(風度形容)을 적었으며, 악곡은 〈초중대엽(初中大葉)〉・〈이중대엽(二中大葉)〉・〈삼중대엽(三中大葉)〉・〈북전(北殿)〉・〈이북전(二北殿)〉・〈초삭대엽(初數大葉)〉・〈이삭대엽(二數大葉)〉・〈삼삭대엽(三數大葉)〉・〈삭대엽(數大葉)〉・〈소용(騷聳)〉・〈만횡(蔓橫)〉・〈낙희조(樂戱調)〉・〈편삭대엽(編數大葉)〉이다.
총 1,109수의 시조를 수록하고 있는데, 이는 역대 가집에 수록된 시조의 숫자보다 상당히 많은 수에 해당한다. 작가가 밝혀진 작품이 595수이며 작가를 알 수 없는 작품이 514수이다.
[차례]
권수
목록(目錄)
초중대엽(初中大葉)
이중대엽(二中大葉)
삼중대엽(三中大葉)
북전(北殿)
이북전(二北殿)
초삭대엽(初數大葉)
이삭대엽(二數大葉)
삼삭대엽(三數大葉)
삭대엽(數大葉)
소용(騒聳)
만횡(蔓橫)
낙희조(樂戱調)
편삭대엽(編數大葉)
『악학습령』은 기존 가집의 체재를 종합하여, 『청구영언』(1728)과 같이 악곡을 〈중대엽〉, 〈북전(北殿)〉, 〈삭대엽〉 계열로 분류하여 유명씨와 무명씨를 나누고 유명씨는 작가의 신분과 시대를 고려하여 배치하였고, 『해동가요』(주씨본, 1763)처럼 작가를 별도의 장으로 정리하였다. 악곡을 보면, 『악학습령』의 〈삭대엽〉과 〈낙희조〉는 다른 가집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또한 『진본청구영언』과 『해동가요』에 비하여 고형에 속하는 많은 중대엽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것은 이후에 출현하는 『가곡원류』(1876)와 같은 19세기 후반 가집에 영향을 주었다. 시조시 면에서는, 다른 가집에서 발견되지 않는 다수의 작가명과 시조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악학습령』의 문학사적 의미를 더해준다.
『악학습령(樂學拾零)』: 대한민국 보물(1979)
『가곡원류』(국립국악원 소장) 『악학습령』(경북 영천시 호연정 병와 유고각 소장) 『청구영언』(가람본)(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해동가요』(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이형상・이학의 편저, 이상규・이정옥 주해,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9집: 악학습령』, 국립국악원, 2013. 이상원, 「『병와가곡집』의 악곡 편제와 가곡사적 위상 - 삭대엽과 낙희조를 중심으로」, 『한국시가문화연구』 33, 2014. 허영진, 「병와가곡집의 편찬 양상과 가집사적 특질」,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김영운, 『병와전서 악학습령』 해제정보, 디지털장서각(https://jsg.aks.ac.kr/dir/view?dataId=ARC_kh2_je_a_vsu_55023_000)
서인화(徐仁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