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직아악부 이습회(肄習會)
이왕직아악부에서 음악 전통의 보존과 전승 및 소속 음악인들의 기량 증진을 위해 운영하였던 연주단
이왕직아악부원 양성소 학생들의 월례 공개발표 및 원로 음악가들의 평가를 겸하여 궁중 음악의 전승과 연주자의 예술성 증진을 도모하는 한편, 이왕직아악부의 외연을 넓히고, 조선시대의 궁중 음악이 현대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일반을 대상으로 다양한 무대화를 시도한 원내의 단체이다.
1932년에 이왕직아악부 아악사장으로 취임한 함화진(咸和鎭, 1884~1948)의 제안으로 기획되었다. 조선시대 장악원의 마지막 세대 음악인으로 이왕직아악부에서 활동하고 있던 함화진ㆍ최순영ㆍ이수경ㆍ김계선ㆍ이용진ㆍ황종순ㆍ고영재와 이왕직아악부원양성소 1ㆍ2ㆍ3기생의 세대교체기에, 신진 세대들이 원로 악사들의 전통을 계승하고 개별적인 연주 기량을 높일 수 있도록 월례 발표와 평가를 겸한 ‘이왕직아악부 이습회’ 연주회가 시작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운영 지침을 담은 취지문도 작성되었다. 1. 이습회는 매월 1회 목요일 밤에 개최함. 2. 이습회의 연주 시간은 약 2시간으로 함. 3. 연주 방법은 독주 또는 합주로 하되 독주에 치중함. 4. 매회 심판인 약간명을 선정하여 제3회까지의 출장한 연주곡목을 평정한다. 1ㆍ2ㆍ3등 외 특등으로 감정(勘定)된 자에게는 상당한 시상을 한다. 이습회의 연주 활동은 ‘이습회 연주회’라는 명칭으로 1932년 10월 13일부터 1944년 1월 13일까지 주로 아악부 내 부속건물인 약 200석 규모의 일소당(佾韶堂)에서 지속했고, 1933년 11월 2일에는 ‘이습회 만 1주년 기념 연주회’가 처음으로 JODK 중계방송으로 공개되었으며 1938년 10월 7일 ‘이습회 제6주년 기념 공연’과 1940년 11월 9일 ‘이습회 창설 8주년 기념 공연’은 약 2,000석 규모의 공연장 부민관(府民館)에서 개최된 바 있다. 이습회의 연주 프로그램은 장사훈(張師勛, 1916~1991)에 의해 정리되어 『국악대사전』에 수록되었고, 김우진에 의해 재정리되어 『경성방송국국악방송곡목록 색인』에 부록되었다.
○ 이습회 연주회의 기획과 운영
이왕직아악부의 ‘이습회 연주회’ 취지문의 규정대로 매달 거의 빠지지 않고 개최되었다. 개최 요일은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었지만 대체로 목요일로 정해졌고, 오후 7시 또는 8시에 시작하여 두 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연주 방법은 개인별 연주 기량을 연마한다는 취지에 맞게 독주와 중주를 중심으로 구성하였고, 제2회 이습회부터는 당일 출연자 전원이 마지막 곡으로 합주곡을 연주하여 마무리하는 구성이었다. 연주곡목은 이습회 운영을 맡은 아악수장이 미리 정해 출연진들에게 충분히 연습할 시간을 주었고, 합주곡의 장단은 당일 출연자 외에 아악부 원로악사 중 장구를 담당했던 황종순ㆍ고영재ㆍ박성재ㆍ박영복ㆍ김선득 등이 주로 맡았다. 연주 전에는 아악사장 함화진이 지난 연주의 종합 평가 결과를 발표하였고, 연주 후에는 아악사장ㆍ아악사ㆍ아악수장이 당일의 공연 평가를 구두로 발표하였다.
○ 이습회 공연 구성
이습회 연주회에서는 이왕직아악부에서 전승하고 있는 기악곡ㆍ성악곡ㆍ무용곡ㆍ반주음악ㆍ창작곡 등이 다양하게 선별되었다. 매 공연에서는 대략 열 곡에서 열네 곡 정도가 연주되었는데, 이습회의 운영 취지에 따라 합주 형태로 전해오던 궁중 음악을 전공별 악기의 독주로 발표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중주나 합주로 연주할 때도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 출연진에 따라 변화되는 이색적인 편성이 시도되었으며, 동일 곡목들이 다양한 편성으로 무대화되기도 했다. 독주로는 생황ㆍ당적ㆍ대금이, 병주로는 생황과 단소, 피리와 당적, 아쟁과 훈, 운라와 당적, 대금과 가야금 등 두 가지 악기의 병주와 아쟁ㆍ해금ㆍ당적 세 악기로 병주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독주와 병주 외의 합주 편성의 음악은 ‘합악’, ‘관현악’, ‘관악’, ‘세악’ 등의 명칭으로 구분되었으며, 가곡과 가사, 시조 등의 성악곡, 일무와 처용무 등의 정재도 포함되었다. 이습회에서 공연된 상세 악곡과 편성은 이습회 공연 프로그램에 기록되어 전한다.
이습회는 연주 무대를 통해 조선시대 장악원의 마지막 세대 악사들과 이왕직아악부원 양성소를 졸업한 신진 세대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한 연주 주체로서의 의의가 있다. 이습회 연주회에서는 과거 궁중의 의례에 따르던 음악의 기능적 측면을 벗어나 궁중 음악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시대와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주 형태 실험이 이루어졌으며, 가곡과 가사, 시조 등의 성악을 이습회 연주회의 주요 악곡으로 정착시킴으로써 가악의 전통이 오늘에 전승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였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연주 기량 진작을 목적으로 한 학습 연주회 성격으로 시작되었으나 공개 연주회를 통해 이왕직아악부의 음악 전승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로써 궁중 음악 및 가곡을 포함한 풍류 음악의 과거 전승 형태를 오랜 역사와 고유한 민족성을 지닌 예술 음악으로 변환시키는 전통의 새로운 활로(活路)를 열었다.
국립국악원, 『이왕직아악부와 음악인들』, 국립국악원, 199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편, 『경성방송국국악방송곡색인 목록』, 민속원, 2000 송혜진, 「이왕직아악부의 이습회 운영과 20세기 궁중음악의 전승」, 『역대국립음악기관연구-신라 음성서에서 국립국악원 개원까지』, 2001. 송혜진, 「이왕직아악부의 이습회 운영과 성과」, 『한국음악문화연구』 14, 2019. 이수정, 「이왕직아악부의 조직과 활동」,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16. 이정희, 「이왕직아악부의 활동과 안밖의 시각」, 『동양음악』 26, 2004. 山本華子(Yamamoto, Hanako), 『李王職雅樂部の硏究』, 秋田市 : 書肆フローラ, 2011.
송혜진(宋惠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