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저, 옥피리, 옥관(玉管)
옥제 적류의 일반 명칭 또는 옥제적의 유물 명칭
옥으로 만든 관악기를 이르는 말로, 옥저ㆍ옥피리ㆍ옥관(玉管)이라고도 한다. 문학 작품에서 맑고 깨끗한 관악기 소리를 아름답게 묘사할 때 옥적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예가 많고, 실물로 전하는 옥적 유물이 다수 전한다. 실제 연주 목적 외에 선물용이나 애장품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현전하는 다수의 옥적 유물의 형태는 횡적이 대부분이고, 악기의 규격은 제각기 다르다.
옥적의 유래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옥적에 관한 문헌상 최초의 기록은 충렬왕이 원 황제로부터 받은 선물 ‘옥적’에 관한 것이다. 원 황제는 멸망한 송의 공예품과 비단 등을 충렬왕 일행에게 주었는데, 이때 받은 90여개의 선물 중 옥적이 포함되어 있었다. 고려 및 조선시대의 여러 문헌에는 옥적에 대해 전해들은 이야기를 기록하거나, 경주 여행 중에 직접 옥적을 보고 지은 시문, 혹은 가문에 소장되어 온 옥적을 주제로 지은 글 등이 다수 전한다. 이들 문헌 기록에서는 옥적을 주로 ‘금관(金冠) 옥적’, ‘신라(新羅) 옥적’, ‘계림(鷄林) 옥적’ 등으로 표기하는 한편, 그 유래를 신라의 ‘만파식적(萬波息笛)’ 설화와 연계하여 이해한 예가 많다. 또한 ‘경주에 보관되어 전하는 옥적은 오로지 한 사람의 연주자만 소리를 낼 수 있고, 문경 새재를 넘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라는 설이 여러 기록에 중복 기술되었으며, 정약용은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한편, 『묵재일기(默齋日記)』에 ‘성천(成川)에서 보내온 옥적을 악공에게 연주하였는데 옥적의 품질이 나쁘지 않았다’고 평한 것이라든가, 『일성록』에 정조가 신하들과 태액지(太液池)에서 뱃놀이를 할 때 옥적 한 쌍을 배에 싣고 옥적 소리를 들었다는 기록들은 옥적의 실제 연주 상황을 짐작하게 해준다.
경주 박물관 소장 옥적은 1902년, 일본인 연구자 세키노 타다시(關野貞)의 『한국건축조사보고』에 소개된 바 있고, 일본인 사학자 이마니시 류(今西龍)는 1906년에 경주에서 옥적을 열람 한 후 1912년에 관련 문헌 조사를 토대로 「경주 소장 옥적고(玉笛考)」를 발표하였다. 이 옥적은 1909년에 일제의 제2대 통감인 소네 아라스케(曾禰荒助)가 경주의 관아 창고에서 발견하여 1910년 국립중앙박물관 전신인 ‘이왕직박물관’으로 옮겨졌고, 1923년 경주고적보존회 진열관 신관이 건립됨에 따라 다시 경주로 이관되어 일반에 공개되었다. 광복 이후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현재 실물로 전해오는 옥적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국립국악원, 삼척시립박물관, 홍익대박물관, 예천박물관 및 미국 피바디에섹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고불 맹사성(古佛 孟思誠, 1360~1438), 병와 이형상(甁窩 李衡祥, 1653~1733)의 옥적이 다른 유품들과 함께 각각 국가 민속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전한다. 옥적 유물은 모두 취구, 청공, 지공을 갖춘 횡적류이며 지공은 여섯 개이고 칠성공은 없는 것도 있고, 있는 경우 1~4개로 확인된다. 옥적의 길이와 관대의 지름은 개별 유물마다 다르다. 가장 짧은 것은 37cm, 가장 긴 것은 68cm으로 확인된다.
지금까지 옥적의 유물 현황 및 재질 분석 등의 상세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유물의 제작국이나 제작 시기, 음악적 기능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 수 없다. 현전하는 옥적 유물은 대체로 가로로 연주하는 횡적이며 관대를 대나무 모양으로 만든 신라 삼죽 계통의 관악기와 유사한 형태여서 일반적으로 ‘대금’과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다. 옥적은 관악기 재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한편, 여러 사료 및 문학 작품에서 신라의 만파식적 설화와 연관된 신비롭고 상징적인 악기로 언급된 점에서, 옥적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별한 인식을 살필 수 있다.
『묵재일기(默齋日記)』 『일성록(日省錄)』 『가오고략(嘉梧藁略)』 『갈천선생문집(葛川先生文集)』 『허백당집(虛白堂集)』 『완당전집(阮堂全集)』
국립경주박물관, 『조선시대의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2013. 국립국악원, 『국악기 실측 자료집 2』, 국립국악원, 2012. 남재철, 「신라옥적 고증」, 『동방한문학』 37, 2008, 조철제, 「신라옥적(新羅玉笛) 고찰」, 『경주문화논총』 12, 2009. 이마니시 류(今西龍), 「경주 소장 옥적고(玉笛考)」, 『고고학잡지(考古學雜誌)』 3~4, 1912.
송혜진(宋惠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