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장(風物匠)
악기 만드는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
악기 만드는 사람을 이르는 ‘풍물장(風物匠)’의 동의어로 조선시대 문헌 일부에서 명칭의 용례가 확인되며 1971년에 현악기 제작 기술을 국가 무형유산 종목으로 지정할 때 해당 종목의 장인을 악기장으로 명명하였다. 이후 현악기 제작과 별도로 북 만드는 기술인 ‘북 메우기’ 종목이 1980년에 신규로 지정되었다가 1995년에 악기장으로 통합되었고, 2012년에는 편종ㆍ편경 제작 기술이 추가 지정되었다. 현재는 국악기 제작 기술자를 뜻하는 대표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밖ᅌᅦ 각 지자체에서도 ‘악기장’이라는 명칭으로 시ㆍ도 지정 무형 문화유산 종목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에 따라 단소장ㆍ대금장ㆍ대고장 등, 개별 악기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악기장이라는 명칭의 용례는 『세조실록』과 『연산군일기』, 『반계수록(磻溪隧錄)』에서 확인된다. 그밖에 법령집 및 의궤류의 문헌에서는 ‘악기장’ 대신 악기를 뜻하는 ‘풍물’과 장인의 합성어인 ‘풍물장(風物匠)’이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또 악기의 종류를 구분하여 현악기 제작자는 ‘금장(琴匠)’, 북 제작자는 ‘고장(鼓匠)’, 장구 제작자는 ‘장구장(杖鼓匠)’, 놋쇠를 다뤄 악기를 만드는 이는 ‘쟁장(錚匠)’, 태평소를 만드는 이는 ‘태평소장(太平簫匠)’이라 하였고, 각 악기의 세부 기술에 따라 현악기의 줄을 제조하는 ‘금현장(琴絃匠)’ㆍ‘조현장(造絃匠)’, 생황의 떨림판을 만드는 ‘황엽장(簧葉匠)’이라는 명칭도 사용되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악기 제작 기술자를 ‘풍물장’으로 표기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1971년에 그 기능이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악기장’이라는 명칭이 보편화되었다. 2015년에 중요무형문화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2021년 11월,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정 번호가 삭제되었으며, 2024년 5월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국가 무형유산 ‘악기장’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 악기장의 핵심 기술
악기장이 전승하는 주요 기술은, 전통 방식으로 악기 재료를 선택하고, 재료를 다뤄 악기의 형태를 만들고 다듬어, 소리내는 도구로 완성하는 것이다. 가야금과 거문고 등의 현악기 제작은 울림통의 주요 재료인 오동나무 선별과 관리, 울림통의 본체와 부속품(현침ㆍ봉미ㆍ운족ㆍ양이두)을 재단하여 깎고ㆍ다듬고ㆍ붙이고ㆍ장식하기, 명주실을 다뤄 소리 나는 줄로 만들기, 줄 거는 데 필요한 부속품(괘ㆍ안족ㆍ돌괘) 만들기, 부들과 줄을 이용해 줄 걸기, 소리내기 단계로 이루어진다.
관악기 제작은 주요 재료인 대나무 선별과 관리, 관대 재단과 내경 다듬기, 구멍(취구와 지공 외에 악기별로 필요한 청공, 칠성공 등) 뚫기의 단계로 이루어지며, 청공이 있는 대금의 경우 떨림 재료인 청 채취와 관리, 청 붙이기, 청 가리개 붙이기 과정이 추가된다.
북 제작은 울림통의 재료인 목재 선별과 통 만들기(제작 방법에 따라 통을 파내거나 목재를 여러 개의 쪽으로 재단하여 붙이기), 가죽 다루기, 통에 가죽을 연결하여 조이기, 소리내기, 장식하기의 단계를 거친다. 나무통에 가죽을 연결하여 조일 때는 못을 박아 완성하거나 줄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편종 제작은 나무로 편종 모양의 형태(목형) 만들기, 합금한 쇳물을 부어 넣을 목재 거푸집 만들기, 편종의 안쪽 모양(내형)을 만들기 위한 모래 거푸집(중자(中子)) 만들기, 목재 거푸집과 중자 결합하기, 거푸집에 고온으로 합금한 쇳물 붙기, 쇳물이 식은 다음 거푸집을 제거하고 내부를 깎아 음높이에 맞게 조율하기, 완성된 종에 착색을 하고, 율명 새겨 넣기의 과정을 거친다. 편경 제작은 경의 주요 재료인 경석(磬石) 선별과 검수, 경의 규격에 맞게 재단하여 갈아내기, 경석에 구멍 뚫기, 조율하기의 과정을 거친다. 이밖에 편종과 편경은 각각 고유의 장식이 있는 틀에 걸어 패로 쳐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목재를 재단하여 틀(가자(架子))을 만들기, 문양 조각 및 채색, 매듭 장식을 갖춘 다음 종과 경을 조립하고 채(각퇴(角槌))를 만드는 과정이 부가된다.
○ 전승맥과 현 보유자 현황
전통사회에서 현대로 이어져 국가 무형유산으로 이어진 현악기 제작의 직접적인 전승 맥은 전주 출신의 김광주(金廣胄, 1906~1984)가 그의 아버지 김명칠(金明七)로부터 물려받은 계보와 정읍 출신의 김붕기(金鵬基,1909~1968)로부터 이영수(李永水, 1929~2017)에게 이어진 계보이다. 김광주 문하의 여러 제자 중 고흥곤이 1979년에 뒤를 이어 보유자로 인정되었으며, 이영수 계보에서는 전북 무형 문화유산 악기장(1998년 지정) 고수환이 2023년에 국가 무형유산 기능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한편, 조대석(김붕기 문하)과 김종기(김광주 문하)를 사사한 대전시 무형 문화유산 악기장 표태선(2008년 지정)과 조대석을 사사한 충북 무형 문화유산 악기장 조준석(조대석의 아우, 2008년 지정)이 현악기 분야 국가 무형유산 보유자로 신규 인정되었다. 이밖에 경기도의 최태순, 광주광역시 이춘봉, 전라북도의 최동식이 현악기 분야 악기장으로 지정되어 있다.
북 제작에서는 1980년에 담양 출신의 북 제작자 박균석(朴均錫, 1919~1989)이 중요무형문화재 제63호 북 메우기 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데 이어 1991년에 윤덕진(尹德珍, 1926~2002)이 추가 되었다. 제1세대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작고한 후 박균석의 계보에서는 이정기(보유자, 2012년), 윤덕진의 계보에서는 윤종국(전승교육사, 1995년)이 국가 무형유산의 대를 잇고 있으며, 이 외에 시ㆍ도 무형 문화유산이 대구(대구광역시 무형 문화유산 제12호 대고장 보유자 김종문, 1996년), 경기(경기도 무형 문화유산 제30호 악기장 북 메우기 보유자 임선빈, 1999년), 대전(대전광역시 무형 문화유산 제12호 악기장 북 메우기 보유자 김관식, 2002년), 전남(전라남도 무형 문화유산 제49호 악기장 장구 보유자 강사원, 2011년), 전북(전라북도 무형 문화유산 제12호 악기장 장구ㆍ북 보유자 서인석, 2015년) 등에서 지정되었다.
한편, 전통사회에서 여러 분야의 장인들이 협업하여 완성하던 편종ㆍ편경 제작에서는, 전 과정의 기술을 통합하여 만들어 오던 김현곤이 2012년에 보유자로 지정되어 현재에 이른다.
국가 무형유산 및 서울시,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대구광역시, 경기도, 전라북도의 악기 제작 관련 무형 문화유산 종목 현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 지역 | 종목명 | 내용 | 지정연도 | 보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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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무형문화유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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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장 | 현악기 | 1971 | 고흥곤ㆍ고수환ㆍ표태선ㆍ조준석 |
북 메우기 | 1980 | 이정기 | |||
편종ㆍ편경 | 2012 | 김현곤 | |||
시ㆍ도지정 무형문화유산 |
서울특별시 | 악기장 | 현악기 | 2002 | 보유자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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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 단소장 | 1985 | 김황중 | |
대금장 | 1993 | 김정식 | |||
광주광역시 | 악기장 | 1995 | 이춘봉 | ||
대전광역시 | 악기장 | 북 메우기 | 2002 | 김관식 | |
현악기 | 2008 |
이전 보유자 표태선, 2023년에 국가 무형 문화유산으로 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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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 대고장 | 북 메우기 | 1996 | 김종문 | |
경기도 | 악기장 | 현악기 | 1999 | 최태순 | |
북메우기 | 임선빈 | ||||
전라북도 | 악기장 | 가야금 | 1998 | 이전 보유자 고수환, 2023년에 국가 무형 문화유산으로 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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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소 | 1995 | 고이곤 | |||
북 | 서남규 | ||||
장구 | 강신하 | ||||
거문고 | 최동식 | ||||
충청북도 | 악기장 | 가야금ㆍ해금 | 2009 |
보유자 조준석, 2023년에 국가 무형 문화유산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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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반기에 급격한 사회 변화를 맞으며 국악기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되어 온 전통적 악기 제작 규범과 기술 전승에 어려움을 겪은 시기도 있었으나, 1971년에 ‘악기장’이라는 명칭으로 그 기술이 국가의 무형유산 보호ㆍ전승 대상으로 편입되었다. 그에 따라 ‘악기장’은 악기 제작 기술 및 기능 보유자를 뜻하는 말로 일반화되었고, 전통사회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풍물장’이라는 용어 및 악기 제작에 관련된 다양한 층위의 명칭들을 아우르는 대표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악기장은 소리 내는 도구인 악기를 만드는 기술이 일반 공예 기술과 차별화된 전문 영역임을 드러내는 용어로서도 의의가 있다.
『경국대전』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 『영조실록』 『정조실록』
국립무형유산원,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자서전 2. 이영수: 당장 탁할지언정 오래 퉁겨보면』, 2017. 김기수,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악기장-』, 문화재관리국, 1983. 문화재관리국, 『악기장. 통영검무-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19(168~178호)』, 문화재관리국, 1994. 문화재관리국, 『악기장. 해금, 거문고-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제72호』, 문화재관리국, 1970. 서주희, 『소리를 따르는 순례자 이정기』, 문보재, 2023. 서인화, 『단소장: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2호』, 인천광역시, 2017. 송혜진 외, 『악기장: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민속원, 2006. 송혜진, 『북 메우기: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2호: 악기장(북메우기) 김관식』, 대전광역시, 2021. 예용해, 『풍물장과 화각장』, 김택규, 성병희 편 『한국민속연구논문선Ⅱ』 일조각, 1982. 이숙희, 『편종 편경 악기장 김현곤』, 한국학술정보, 2008. 이종석, 『한국의 전통공예』, 열화당, 1994. 장희선, 『가야금 제작: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악기장(가야금 제작) 표태선』, 대전광역시, 2021. 송혜진, 「한국음악, 한국악기」, 『악기, 무형을 담다』, 2015. 송혜진, 「조선조 왕실악기 수요와 대응의 역사적 전개양상」, 『한국음악연구』 54, 2013. 오지혜, 「전통 현악기 제작 전승과 제작 기법 연구 : 산조가야금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0. 오지혜, 「조선시대 궁중악기 제작 기구의 조직과 역할」, 『이화음악논집』 26. 2022 정성미, 「악기장의 전통지식 및 기술의 변화와 장인 정체성에 관한 연구」, 『한국예술연구』 20, 2018. 최공호, 「국악 현악기 제작과 재료의 변용」, 『국악원논문집』 17, 2008,. 〈영상자료〉 악기장(김광주), 국립영화제작소ㆍ문화재관리국, 1972. 북메우기(박균석), 국립영화제작소ㆍ문화재관리국, 1980. 악기장(이영수ㆍ윤종국,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악기장(고흥곤ㆍ이정기),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악기장(김현곤), 국립무형유산원, 2015.
송혜진(宋惠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