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피리, 쇠젓대, 쇠대금, 철제적
철제 적류의 일반 명칭, 또는 태평소 이칭 중의 하나
철적은 철제로 만든 관악기를 이르는 말로, 쇠피리라고도 한다. 또는 태평소를 가리키는 여러 이칭 중의 하나로 사용되었다. 철적은 금속의 재질에 따라 놋쇠로 만든 것은 유적(鍮笛), 구리로 만든 것은 동적(銅笛)으로 구분하였으며, 현전하는 철적류 유물 중에는 은제적(銀製笛)이 있다. 태평소의 이칭으로 사용된 예를 제외하면 철적은 대체로 횡적류이다.
철적의 유래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궁중음악 및 민간의 악무에 편성되지는 않았으나 문인들의 일상 기록 및 문학 작품에는 철적이 인용된 예가 적지 않다. 주로 은자(隱者), 도인(道人), 신선(神仙)들이 소장하거나 연주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유호인(俞好仁)의 「유송도록(遊松都錄)」이나 김성일(金誠一)의 「학봉집(鶴峯集)」, 조긍섭(曺兢燮)의 『암서선생문집(巖棲先生文集)』 등에는 실제 철적을 감상하고 지은 내용이 있어 일상에서 향유된 일면을 살필 수 있다. 한편, 은둔자 및 신선들의 악기로 받아들여진 철적의 일면은 김홍도의 그림으로 알려진 〈운상신선도(雲上神仙圖)〉를 비롯하여 신선을 주제로 한 조선시대 미술작품에서도 살필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수 점의 철제 적 유물이 전한다.
현재 유물로 전해오는 철제적은 모두 횡적으로 취구와 청공, 지공 여섯 개 및 칠성공을 갖추고 있어 대금류 악기와 비슷하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두 점의 철제적이 소장되어 있다. 그중 〈철제금은상감적〉은 상감기법으로 금은을 입힌 대나무 모양의 관대에 취구와 청공, 지공 여섯 개, 칠성공 두 개를 갖춘 형태이며 길이는 63.6cm, 지름은 2.5cm이다.
〈쇠대금〉은 무늬 없는 관대에 취구와 청공, 지공 여섯, 칠성공 두 개를 갖춘 형태이며 길이는 64cm, 지름은 2.5cm이다. 청공에는 청가리개를 붙였던 흔적이 남아 있고, 양쪽 끝부분을 금색 테두리로 마감하였다. 취구 쪽 끝에 붉은색 매듭끈을 달아 장식하였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철적은 대나무 모양의 관대에 은 상감 무늬를 곁들였고, 취구와 청공 지공 여섯, 칠성공 세 개를 갖추었으며, 전체 길이는 65cm, 지름은 2.1cm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이 철적을 대금 혹은 중금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한편, 『순조기축진착의궤』의 「악기도」에는 태평소를 철적으로 표기하여, 철적이라는 명칭이 횡적류 외에 태평소를 지칭했음을 보여준다.
횡적류의 철적은 궁중 의례 및 민간의 악무에 편성된 악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관련 연구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문학 작품에 묘사된 철적 관련 기록들은 철적이 은자, 도인, 선인을 상징하는 악기였음을 보여주며, 실제 일상에서도 탈속적인 소리를 내는 특별한 악기로 향유되었던 점은 소수의 철적류 유물과 함께 잊힌 음악 문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동문선(東文選)』 『점필재집(佔畢齋集)』 『허백당집(虛白堂集)』 『암서선생문집(巖棲先生文集)』 『순조기축진찬의궤』
국립국악원ㆍ국립민속박물관, 『소리: 만남, 생각 그리고 추억』, 국립국악원ㆍ국립민속박물관, 2007. 문화재관리국, 『궁중유물도록』, 문화재관리국, 1986.
송혜진(宋惠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