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음(餘音), 여음(余音), 대여음(大余音), 대여(大餘), 대여(大余), 대음(大音), 여(餘), 여(余), 대(大), 대념(大念), 유음(流音), 청대여음(請大餘音)
우리나라 성악곡 중 《가곡》에서 악기로만 연주하는 전주 또는 후주 부분
대여음은 《가곡》에서 전주나 후주로 연주되는 부분을 뜻한다. 《가곡》은 여러 악곡을 모아 놓은 모음곡이며,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래 대여음은 5장까지 모두 노래를 부르고 난 후 악기로만 연주하는 후주 부분이었다. 그러나 현행 《가곡》은 계속 연결하여 이어 부르는 과정에서 대여음은 전주로써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래서 현행 《가곡》은 한 곡만 연주를 할 때에도, 연결해서 부를 때에도 대여음으로 시작하여 5장에서 끝을 맺는다. 《가곡》은 한 장단을 16박으로 하는 곡과 한 장단을 10박으로 하는 곡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16박을 한 장단으로 하는 《가곡》의 대여음은 세 장단에 다섯 박을 더한 총 53박으로 되어 있고, 10박을 한 장단으로 하는 편 계열 《가곡》의 대여음은 세 장단에 세 박을 더한 총 33박으로 되어 있다.
《가곡》의 조종(祖宗)으로 알려진 16세기의 〈만대엽〉부터 17~18세기의 주요 악곡이었던 〈중대엽〉ㆍ〈삭대엽〉에서는 대여음이 모두 노래의 가장 마지막 부분, 즉 5장 뒤에 기록되고 있어 후주로써의 여음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대엽〉ㆍ〈삭대엽〉과 함께 불린 〈북전〉은 3장으로 되어 있는데 〈북전〉 또한 〈중대엽〉ㆍ〈삭대엽〉과 같이 노래의 마지막에 악기로만 연주하는 대여음을 연주한다. 이러한 대여음이 19세기에 들어 ‘청대여음(請大餘音)’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전주 역할을 하기 시작하는데, 『소영집성』과 『삼죽금보』 등의 금보를 통해 알 수 있다. 즉 후주로써의 대여음과 함께 19세기부터는 전주로써의 대여음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19세기 초 『소영집성』에는 ‘청소용대여음(請騷聳大餘音)’이라는 용어가 보이고,
19세기 중반 『삼죽금보』에서는 ‘청삼엽대여음(請三葉大餘音)’, ‘청계락대음(請界樂大音)’, ‘청편락대음(請編樂大音)’ 등이 보여 19세기 초ㆍ중반 이래 〈초수대엽〉부터 〈이수대엽〉 계열의 곡까지는 후주로써의 대여음이라면 〈삼수대엽〉부터 〈농〉ㆍ〈낙〉ㆍ〈편〉의 곡들은 전주로써의 대여음이 전승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악보 전승에 있어서는 대여음을 모두 후주로 기록하는 악보와, 후주와 전주를 나눠서 기록하는 악보, 전주로만 기록하는 악보 등 주로 세 종류의 양상으로 전승되었다.
대여음은 16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만대엽〉, 〈중대엽〉, 〈삭대엽〉에서 악곡의 마지막에 악기로만 연주되는 부분으로 ‘여음’이란 용어를 사용하다가 3장 뒤 간주 역할을 하는 ‘중여음’이란 용어가 사용되며 후주인 ‘여음’에 ‘대여음’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대부분의 고악보에서는 ‘대여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여음’을 줄여 ‘대여(大餘)’나 ‘대음(大音)’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학포금보』의 〈우초중대엽〉에서는 수파형 악보에 ‘유음(流音)’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였고, 『가곡원류』ㆍ『방산한씨금보』 등에서는 ‘대념(大念)’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대여음’을 빠르게 붙여 읽은 말을 한자어로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가곡》에서 대여음을 연주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가곡》 중 〈이수대엽〉과 같이 한 장단을 16박으로 연주되는 노래인 경우의 대여음은 53박의 대여음 중 마지막 5박을 남겨두고 그 5박이 시작되는 49박에서 다 같이 멈추면 노래가 시작된다. 10박이 한 장단으로 구성된 편 계열의 《가곡》은 〈이수대엽〉 계열의 노래와는 다르게 대여음 33박을 모두 연주한다. 이 중 〈편락〉은 노래는 한 장단이 10박으로 되어 있으나 대여음은 한 장단이 16박으로 되어 있어 〈이수대엽〉의 대여음과 같이 49박에서 멈추면 노래를 시작한다.
《가곡》 중 대여음이 연주되지 않는 《가곡》은 남창 한바탕 또는 남녀창 한바탕의 경우 첫 곡인 〈초수대엽〉과 여창 한바탕의 경우 첫 곡인 〈이수대엽〉, 그리고 마지막 곡인 〈태평가〉이다. 남창 《가곡》의 첫 곡인 우조 〈초수대엽〉과 계면조 〈초수대엽〉에서는 대여음이 아니라 다스름이 연주되며, 마지막 곡인 〈태평가〉에서는 초장의 11박을 거문고 독주로 연주한 후 12박부터 노래가 시작된다. 여창 한바탕의 경우 첫 곡이 〈이수대엽〉이기에 여창 우조 〈이수대엽〉과 여창 계면조 〈이수대엽〉에서도 다스름이 연주된다. 이 외의 곡에서는 모두 세악 편성의 대여음이 연주된다.
현행에서는 《가곡》을 연이어 부르기에 후주인 대여음이 다음 곡의 전주 역할을 하게 되어 대여음은 전주 역할로 자리 잡았다. 《가곡》 중 단독으로 하나의 악곡을 부를 때에도 대여음을 전주로 연주한 후 5장에서 음악을 마무리한다.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휘금가곡보』(1893)는 ‘청대여음’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여음을 모두 전주로 기록하고 있는 악보이다. 반면 20세기 초 『방산한씨금보』(1916)의 경우에는 〈초수대엽〉부터 〈편수대엽〉까지 대여음을 후주로 기록하고 몇 개의 곡들은 ‘청대여음’을 통해 선율을 제시하거나 설명하고 있다. 현행 국립국악원에서 편찬된 『거문고 정악보』(2015)의 경우 『휘금가곡보』와 같이 첫 곡을 제외하고 모두 전주로써의 대여음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연주에 있어 대여음을 전주로 연주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악후보』의 〈봉황음〉에서는 4행의 여음을 대여음이라 표기해 놓았는데, 이 대여음은 지속적으로 가사의 단락에 따라 반복 연주되는 부분이다. 즉 《가곡》과 같이 후주로써의 대여음이 아니다. 보통 고려가요의 경우 여음이 1행 내지 2행인데 〈봉황음〉에서는 4행이 사용된 여음 위에 대여음이라 표기하고 있다. 즉 큰 여음이란 뜻이다. 본래 이 곡들은 『세종실록악보』에 있던 곡들로 여음이란 명칭 표시가 없는데, 『대악후보』에서는 4행을 연주하는 길고 큰 여음에 대여음, 그 반에 해당하는 2행을 연주하는 여음에 반여음이라 표기하고 있다. 따라서 《가곡》의 대여음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악후보』 『한금신보』 『소영집성』 『삼죽금보』 『가곡원류』 『휘금가곡보』 『학포금보』 『방산한씨금보』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김영운,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2020. 전인평, 「가곡의 대여음에 관한 연구」, 『한국음악연구』 1, 1971. 한영숙, 「가곡 여음의 사적 변천 : 고악보와 현행 가곡에 기하여」,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한영숙, 「만대엽의 여음」, 『한국음악연구』 45, 2009. 한영숙, 「중여음의 형성시기에 관한 연구」, 『한국음악연구』 47, 2010. 황준연, 「가곡의 여음」, 『동양음악(舊 민족음악학)』 1, 1977.
신혜선(申惠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