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시조(樂時調), 낙수조(樂水調/落水調)
○ 역사 변천 과정
낙은 18세기 초반부터 출현한 가곡의 새로운 유형으로, 김천택 편 『청구영언』(1728)과 『어은보』(1779), 『졸장만록』(1786) 등에서 최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삭대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낙은 김천택 편 『청구영언』에서 〈낙시조〉의 명칭으로 사설이, 『어은보』와 『졸장만록』에서 ‘청황종궁의 낙시조’를 지칭하는 〈우조낙시조〉의 명칭으로 선율이 처음 등장하였다. 낙은 〈농〉ㆍ낙ㆍ〈편〉 중 악곡의 명칭이 가장 먼저 확정된 점, 김천택 편 『청구영언』에서 〈농〉 계열 가곡의 전신인 〈만횡청류〉보다 수록 순서가 앞선 점, 『어은보』에 〈농〉, 〈편〉 계열 가곡이 수록되지 않은 점, 장형시조를 노랫말로 많이 사용하는 〈농〉, 〈편〉 계열 가곡에 비해 단형시조를 빈번히 사용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농〉ㆍ낙ㆍ〈편〉 중 가장 먼저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낙은 『금학절요』에서부터 악조를 명시한 우조와 계면조의 〈낙시조〉로 분화하였고, 『강외금보』에서부터 〈삼삭대엽〉에 해당하는 〈우조제삼편〉과 〈우조낙시조〉의 영향을 받아 파생된 〈언락시조〉가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유예지』에는 〈엇계락〉의 파생 시도가 나타난다.
19세기의 풍류방 음악은 18세기의 악곡들을 대부분 유지하면서도 가곡 가창자 및 향유층이 확산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특히 기녀 및 여령가자의 활약으로 인한 여창가곡의 발전과 패트런의 역할이 주목된다. 이 시기에는 〈중대엽〉, 〈북전〉, 〈삭대엽〉 순의 연창 구도가 쇠퇴하는 대신 〈삭대엽〉 중심의 새로운 연창 구도가 형성되는데, 18세기에 연창 구조에 추가된 낙 계열 가곡의 앞뒤에 각각 〈농〉, 〈편〉 계열 가곡이 새롭게 수록되면서 〈삭대엽〉, 〈농〉, 낙, 〈편〉의 순으로 가곡의 편가 형태가 재편된다. 낙 계열 가곡은 〈우락〉, 〈계락〉, 〈언락〉, 〈편락〉, 〈환계락〉의 5종으로 파생되고 여러 양상의 변주선율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변화를 거듭하였다. 19세기 이후 풍류방 음악에서 파생곡 및 변주 선율이 증가하는 현상은 낙 계열 가곡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이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편찬된 『현금오음통론』, 『학포금보』, 『방산한씨금보』 등에 수록된 악곡들의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현금오음통론』에는 총 62종의 변주 선율 중 19종이 낙에 해당할 만큼 변주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낙 계열 가곡은 19세기를 거치며 변통(變通)의 과정을 통해 5종이라는 가장 다양한 파생곡으로 분화되었으며 풍류방 음악 중 가장 많은 종류의 변주선율이 출현하면서 가곡사의 주류 악곡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19세기 이후 고악보 내 낙의 수록 양상은 다음과 같다. 『소영집성』(1822)에서부터는 낙의 변형 선율과 각(刻)선율이 출현하고 『삼죽금보』(1841)에 이르러 가장 두드러진 양적 팽창의 모습을 보이는데, 변형 선율은 악곡의 분화 측면, 각 선율은 장형시조의 사설 도입과 연관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편〉과 낙의 음악적 결합으로 파생된 〈편락〉이 출현한다. 『우헌금보』(1861)에서는 새로운 변주 선율 유형인 별(別)가락이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인 〈우락삼장중요변계락성〉은 〈환계락〉의 모체가 된다. 이 시기에 낙을 수록한 가곡에는 『우헌금보』 외에도 『금가』, 『희유』, 『아양금보』, 『아금고보』, 『양금보(일사금보)』, 『서금가곡』, 『역양아운』이 있는데, 이 시기에는 여성창자 중심의 가곡이 활성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금오음통론』, 『휘금가곡보』, 『양금가곡음보』, 『방산한씨금보』, 『학포금보』 등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편찬된 고악보에서는 〈우락〉의 별가락을 필두로 하여 〈계락〉, 〈언락〉, 〈편락〉, 〈환계락〉과 같은 낙의 변주 선율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특히 『방산한씨금보』에서는 새로운 파생곡인 〈쇠ᄂᆞᆫ우락〉이 출현하는데, 이는 현재 연주되는 〈우락〉의 근원이 된다.
○ 음악적 특징
낙은 본가곡 계열인 〈초삭대엽〉, 〈이삭대엽〉, 〈삼삭대엽〉보다는 한배가 빠르고 표현력이 확장되어 있으나, 같은 소가곡 계열인 〈농〉, 〈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담담하게 연행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장과 4장 사이에 중여음, 5장 뒤에 대여음이 존재한다. 중여음은 전주의 역할, 대여음은 후주의 역할을 하는데, 여러 곡을 이어서 연주할 경우 대여음이 뒷곡의 전주 역할이 될 수 있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세피리, 해금, 장구가 각 1대씩 편성되는 줄풍류의 편성으로 반주하되, 단소, 양금을 추가할 수 있다. 장단은 10점 16박이나 예외적으로 〈편락〉은 10점 10박의 편장단을 쓴다. 단형시조와 장형시조를 모두 노랫말로 사용하는데, 〈농〉, 〈편〉에 비해 주로 단형시조가 많이 사용된다.
『가곡원류』(1872) 권두에 기록된 ‘가지풍도형용십오조목(歌之風度形容十五條目)’의 〈낙시조〉를 보면 ‘요풍탕일 화란춘성(堯風湯日 花爛春城)’, 즉 ‘요임금과 탕임금 시대의 세상처럼 꽃이 만발한 봄 동산 같으니’라고 표현하고 있어 노래하는 사람이 낙을 어떠한 느낌으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다만 〈편락〉의 경우 〈편락시조〉의 항목을 따로 두어 ‘춘추풍우 초한건곤(春秋風雨 楚漢乾坤)’, 즉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세상과 초나라와 한나라가 천하를 다투던 시대처럼‘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편락〉은 다른 4종의 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음악임을 파악할 수 있다.
낙에는 〈우락〉, 〈계락〉, 〈언락〉, 〈편락〉, 〈환계락〉의 5종이 있는데, 이중 남성 가창자가 부르는 남창(男唱)은 〈우락〉, 〈계락〉, 〈언락〉, 〈편락〉의 4종, 여성 가창자가 부르는 여창(女唱)은 〈우락〉, 〈계락〉, 〈환계락〉의 3종이 있다. 〈우락〉은 우조, 즉 황종평조의 낙을 의미하고, 〈계락〉은 황종계면조의 낙을 의미하며, 〈언락〉은 ‘엇(旕, 言)의 낙’이라는 의미로〈우락〉에서 초장을 〈삼삭대엽〉의 방식으로 높게 변주한 악곡을 지칭한다. 〈편락〉은 ‘편(編)의 낙’, 즉 〈우락〉을 〈편〉과 결합하여 10박의 편장단으로 표현한 악곡을 의미하고, 〈환계락〉은 〈우락〉에서 〈계락〉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기 위해 형성된 반우반계(半羽半界)의 악곡을 의미한다.
가곡 한바탕 내에서 낙은 〈우락〉, 〈언락〉, 〈계락〉 순으로 배열되었다가 19세기 초반 이후 〈계락〉, 〈우락〉, 〈언락〉, 〈편락〉의 순으로 정착되었는데, 이는 한바탕 구성에 따른 악조 배열의 문제와 결부된다. 낙 계열 가곡에서 유난히 변조 악곡이 많은 이유 또한 주로 우조가 많은 낙 계열 가곡이 계면조가 많은 〈농〉 계열 가곡과 〈편〉 계열 가곡의 사이에 배치되면서 선율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낙은 풍류방에서 연행된 전체 레퍼토리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파생곡으로 분화되며 가곡에서 점차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다가 남창과 여창이 각각 한바탕을 이루는 과정 가운데 가장 많은 변주 양상을 보이는 등 중심적인 기능을 하며 현행으로 이어졌다. 소가곡 중 최초로 18세기 초반에 등장한 낙은 19세기가 되면서 〈농〉과 〈편〉 계열 가곡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고, 〈삭대엽〉 중심의 연창 구도에서 〈농〉과 〈편〉의 중간에 배열되어 〈삭대엽〉, 〈농〉, 낙, 〈편〉 순의 편가를 형성하였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유산(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10)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이동희, 『고악보에 수록된 낙 계열 가곡의 변천』, 민속원, 2023. 신혜선, 「『삼죽금보』 각을 통해 본 가곡 농・낙의 특징」,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9. 어진호, 「낙시조의 특성과 역사적 전개」,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이동희, 「20세기 초반 가곡의 고착화 과정 검토」, 『한국음악연구』 64, 한국국악학회, 2023.
이동희(李東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