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부터 유행하여 현재까지 전해지는 가곡의 원형 중 하나로, 전통 성악곡인 가곡의 이칭(異稱)이기도 하다.
삭대엽은 〈만대엽(慢大葉)〉 및 〈중대엽(中大葉)〉과 더불어 세틀[三機]을 이루었던 가곡의 원형 중 하나로, 18세기부터 양반 및 중인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전승되는 가곡 한바탕의 모체가 된 악곡이다. 또는 전통 성악곡인 가곡과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고, 그중 〈초삭대엽〉부터 〈소용〉까지의 14곡(우조 7곡, 계면조 7곡)만을 지칭하기도 한다.
○ 역사 변천 과정
삭대엽은 『양금신보』(1610)에 최초로 언급되어 있다. 다만 악보가 수록된 〈만대엽〉, 〈중대엽〉과는 달리 무용반주로 쓰인다는 기록만이 전한다. 이후 『현금동문유기』(1620)에서 삭대엽의 악보가 처음으로 소개되는데, 〈평조삭대엽〉, 〈우조삭대엽〉, 〈삭대엽(허사종)〉, 〈삭대엽 일명 자자대엽〉의 4종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시의 삭대엽은 上一로 시작하는 본곡과 下一로 시작하는 <又>의 두 종류만 존재하였으며, 가창보다는 무용반주의 성격이 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증보고금보』에 평조(平調)ㆍ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ㆍ우조(羽調)ㆍ우조계면조(羽調界面調)의 네 가지 조를 사용한 삭대엽이 출현하고, 『현금신증가령』(1680)과 『운몽금보』(1707)에 이르러서 제1ㆍ제2ㆍ제3으로 분화되는 모습이 보이며, 『한금신보』(1724), 『낭옹신보』(1728), 『어은보』(1779)에는 제4의 선율이 출현하기에 이른다. 삭대엽 제1ㆍ제2ㆍ제3ㆍ제4는 각각 下一ㆍ上二ㆍ上五ㆍ下二 시작을 원형으로 한다.
이후 『금조』, 『신증금보』, 『신작금보』, 『고대금보A』(1791)에서 삭대엽은 오늘날의 본가곡 명칭과 같이 〈초삭대엽〉, 〈이삭대엽〉, 〈삼삭대엽〉으로 명칭이 변화한다. 이에 대해서는 삭대엽 제1ㆍ제2ㆍ제3의 명칭이 각각 〈초삭대엽〉, 〈이삭대엽〉, 〈삼삭대엽〉으로 변환되고 삭대엽 제4가 소멸되었다는 논의와 제1ㆍ제2ㆍ제3ㆍ제4가 각각 현행 〈초삭대엽〉, 〈두거〉, 〈삼삭대엽〉, 〈이삭대엽〉이라는 논의가 있다.
한편 18세기 초반에 이르러 삭대엽에서 파생된 ‘낙(樂)’ 계열 가곡이 출현한다. 김천택 편 『청구영언』(1728), 『어은보』(1779), 『졸장만록』(1786)에 탁곡(度曲)이 가능한 〈우조낙시조〉가 출현하고, 『금학절요』에서부터 〈우조낙시조(우락)〉과 〈계면낙시조(계락)〉이 분화된다. 이후 『강외금보』에서 ‘농(弄)’ 계열 가곡이, 『유예지』에서부터 ‘편(編)’ 계열 가곡이 출현하는데, 초장의 선율을 높여 부르는 ‘언(言)’의 방식이 두 악보에서부터 등장하며 삭대엽은 〈농〉, 〈낙〉, 〈편〉과 같은 새로운 스타일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레퍼토리가 증가하게 되었다. ‘농’ 계열 가곡은 현행 〈우롱〉, 〈언롱〉, 〈평롱〉, 〈반엽〉으로, ‘낙’ 계열 가곡은 〈우락〉, 〈언락〉, 〈계락〉, 〈편락〉, 〈환계락〉으로, ‘편’ 계열 가곡은 현행 〈편삭대엽〉, 〈편락〉, 〈언편〉, 〈우편〉으로 이어졌는데, 해당 곡들은 『학포금보』(1919년경)에서부터 ‘소가곡(小歌曲)’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그 외에도 『삼죽금보』(1841)에서부터 삭대엽이 남창과 여창으로 명확하게 분화되고, 〈소이〉, 〈소용〉이 출현하였으며, 기악화된 가곡인 〈청성삭대엽〉이 등장하였다. 『현학금보』(1852)에서부터 〈중거〉가, 『가곡원류』에서부터 〈평거〉(1872)가 등장하는 등 본가곡 계열의 레퍼토리도 증가하였다. 또한 19세기를 거치며 삭대엽은 이전 시기까지 독립적으로 불리던 각각의 곡들을 남창과 여창으로 구분된 연창형식(連唱形式)으로 부르게 되면서 연가곡(連歌曲)의 전통을 마련하였다. 오늘날 삭대엽은 남창 26곡, 여창 15곡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각각의 악곡명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남창(26곡): 〈우조 초삭대엽〉, 〈우조 이삭대엽〉, 〈우조 중거〉, 〈우조 평거〉, 〈우조 두거〉, 〈우조 삼삭대엽〉, 〈우조 소용〉, 〈반엽〉, 〈계면 초삭대엽〉, 〈계면 이삭대엽〉, 〈계면 중거〉, 〈계면 평거〉, 〈계면 두거〉, 〈계면 삼삭대엽〉, 〈계면 소용〉, 〈언롱〉, 〈평롱〉, 〈계락〉, 〈우락〉, 〈언락〉, 〈편락〉, 〈편삭대엽〉, 〈언편〉, 〈우롱〉, 〈우편〉, 〈태평가〉
여창(15곡): 〈우조 이삭대엽〉, 〈우조 중거〉, 〈우조 평거〉, 〈우조 두거〉, 〈반엽〉, 〈계면 이삭대엽〉, 〈계면 중거〉, 〈계면 평거〉, 〈계면 두거〉, 〈평롱〉, 〈우락〉, 〈환계락〉, 〈계락〉, 〈편삭대엽〉, 〈태평가〉
삭대엽을 수록하고 있는 고악보로는 『현금동문유기』, 『증보고금보』, 『백운암금보』, 『신작금보』, 『연대소장금보』, 『한금신보』, 『어은보』, 『졸장만록』, 『낭옹신보』, 『유예지』, 『구라철사금자보』, 『금학절요』, 『강외금보』, 『소영집성』, 『우헌금보』, 『현금오음통론』, 『원객유운』, 『삼죽금보』, 『(소창본)금보』, 『현학금보』, 『오희상금보』, 『희유』, 『학포금보』, 『서금보』, 『서금가곡』, 『역양아운』, 『일사금보』, 『방산한씨금보』, 『학포금보』, 『휘금가곡보』, 『아금고보』 등이 있으며, 가집으로는『청구영언』, 『해동가요』, 『협률대성』, 『동가선』, 『대동풍아』, 『객악보』, 『병와가곡집』, 『남훈태평가』, 『여창가요록』, 『무쌍신구잡가』 등이 있다.
○ 음악적 특징
삭대엽은 총 5장(5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장과 4장 사이에 중여음, 5장 뒤에 대여음이 존재한다. 중여음은 전주의 역할, 대여음은 후주의 역할을 하는데, 여러 곡을 이어서 연주할 경우 대여음이 뒷곡의 전주 역할이 될 수 있다. 악조는 평조(平調)ㆍ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ㆍ우조(羽調)ㆍ우조계면조(羽調界面調)의 네 가지 조를 사용하는데, 평조는 임(㑣)ㆍ남(㑲)ㆍ황(黃)ㆍ태(太)ㆍ고(姑)의 5음 음계, 평조계면조는 임(㑣)ㆍ무(㒇)ㆍ황(黃)ㆍ태(太)ㆍ중(仲)의 5음 음계, 우조는 황(黃)ㆍ태(太)ㆍ중(仲)ㆍ임(林)ㆍ남(南)의 5음 음계, 우조계면조는 황(黃)ㆍ협(夾)ㆍ중(仲)ㆍ임(林)ㆍ무(無)의 5음 음계이나 계면조는 19세기를 기점으로 하여 2음이 생략되는 형태로 변형되었다. 현재는 임종궁의 평조 및 평조계면조는 사라지고 황종 평조인 ‘우조’와 황종 계면조인 ‘(우조)계면조’의 두 악조로 연행되며, 남창 〈반엽〉, 〈편락〉, 여창 〈반엽〉, 〈평롱〉, 〈환계락〉 등에서는 반우반계(半羽半界)가 나타난다.
삭대엽은 가야금, 거문고, 대금, 세피리, 해금, 장구 하나씩에 단소, 양금이 추가되기도 하는 관현 반주를 갖춘다. 장단은 한 장단 10점 16박과 10점 10박의 두 가지가 있는데, 16박에서 간점을 빼면 10박이 되므로 동일 계통의 장단이라 할 수 있다. 이중 기본 장단은 16박 장단이고, 10박 장단은 변형 장단인 ‘편장단’으로 ‘편’ 계열 가곡인 〈편삭대엽〉, 〈편락〉, 〈언편〉, 〈우편〉의 네 곡에서 사용한다.>
삭대엽은 각 악곡에 나타나는 음악적 특징을 악곡명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거〉, 〈평거〉, 〈두거〉는 〈이삭대엽〉에서 파생된 곡으로, 〈중거〉는 중간부터 음을 높이 든다는 의미이고, 〈평거〉는 평평하게 시작한다는 의미이며, 〈두거〉는 머리[頭], 즉 처음부터 높게 부른다는 의미이다. 〈삼삭대엽〉에서 파생된 〈소용〉은 곡이 시끄럽고 음역이 높다는 의미이다. ‘농(弄)’은 흥청거린다는 의미로 선율의 굴곡이 심한 것을 말하고, ‘낙(樂)’은 농보다는 담담한 느낌을 주는 것을 의미하며, ‘편(編)’은 가사를 촘촘하게 엮어 빠르게 가창한다는 의미이다. ‘언(言)’은 초장을 높게 질러 내면서 본가곡의 스타일로 장중하게 부르다가 2장 이하부터는 소가곡의 스타일로 창법을 달리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삭대엽은 주로 시조시를 노랫말로 한다. 가장 많은 종류의 삭대엽 악보를 수록하고 있는 『하규일 가곡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각각의 레퍼토리마다 적게는 1종, 많게는 16종의 시조시를 노랫말로 취하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조초삭대엽(남창): 남훈전, 천황씨, 동창이, 남팔아, 동지달
우조이삭대엽(남창): 강호에, 주공도
우조이삭대엽(여창): 버들은, 간밤에, 동짓달, 창오산, 왕상에, 인생이
우조중거(남창): 인심은, 창랑에
우조중거(여창): 청조야, 청계상, 사랑뫼여, 간밤에, 창힐이
우조평거(남창): 경성출, 샛별지자
우조평거(여창): 일소백미생이, 이몸싀여저셔, ᄭᅮᆷ에단이는길이, ᄭᅮᆷ에왓든임이, 일정백년을
우조두거(남창): 구름이, 녹수청산
우조두거(여창): 일각이, 한숨은, 적무인, 해지면, 식불감
우조삼삭대엽(남창): 도화이화, 추강에, 굴원충혼, 적토마, 가마귀
우조소용(남창): 불아니, 아마도, 어제밤, 저건너
우조반엽/우롱(남창): 삼월삼일, 흐리나
반엽(여창): 남하여, 담안에
계면초삭대엽(남창): 청석령, 압못세, 창밧게
계면이삭대엽(남창): 잘새는, 전원에
계면이삭대엽(여창): 언약이, 황산곡, 창오산, 황하원상, 금노에
계면중거(남창): 청풍북창하에, 잇스럼, 청산이
계면중거(여창): 산촌에, 서산에, 이화에, 은하에, 요지에
계면평거(남창): 반나머, 말이놀래거늘
계면평거(여창): 울며잡은소매, 누구나자는창밧게, 초강어부들아, 녹초청강상에, 뉘뉘이르기를, 춘수만사택허니
계면두거(남창): 악양루에, 석조는
계면두거(여창): 임술지, 뒷뫼헤, 천지는, 백천이, 설월이
계면삼삭대엽(남창): 석양에, 이런들, 박랑사중, 백년을, 삭풍은
계면소용(남창): 어흐마
계면언롱(남창): 십재를, 이태백의, 기럭이, 팔만대장, 어촌에
계면평롱(남창): 남훈전, 물우희사공, 만리장성엔, ᄲᅮᆯ희깁흔남근
계면평롱(여창): 북두칠성, 초당뒤에, 옥도치, 아자아자, 각설이
계락(남창): 철총마, 솔아래, 남산에, 주국태왕이, 화란요지, 옥전요궁
계락(여창): 청산리, 청산도절노절노, 노세노세, 바람도, 병풍에
언락(남창): 벽사창이, 백구는, 일월성신, 아흔아홉, 푸흔산중, 신라성대
우락(남창): 조다가, 임으란, 이선이
우락(여창): 군불견, 바람은, 만경창파지수에, 압논에, 유자는, 제갈량은, 물아래
환계락(여창): 압내나, 사랑을
편락(남창): 나무도, 솔아래, 총을치, 봉황대상, 석인이승
우편(남창): 산하천리국에, 봉황대상
언편(남창): 한송정, 저건너
편삭대엽(남창): 진국명산, 낙양성리, 천금준마, 천하명산, 남아의, 남산송백, 문독춘추, 화과산, 어져만재이여
편삭대엽(여창): 목단은, 대인란, 모시를, 오날도, 월일편, 옥갓흔, 붉은새
태평가(남창): 태평성대
태평가(여창): 태평성대
삭대엽은 현전하는 가곡의 모체이다. 오늘날 연행되는 가곡 전체가 삭대엽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삭대엽 자체가 가곡의 이칭(異稱)으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삭대엽은 17세기 이후부터 풍류방에서 양반 및 중인들에 의해 행해진 음악의 실체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레퍼토리가 파생ㆍ분화되고 연창형식으로 고착되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가곡에 체계성과 역사성을 부여하였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유산(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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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李東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