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즌한닙, 늦은한잎
조선 중기까지 유행했던 것으로 짐작되는 가곡의 원형 중 하나
만대엽은 〈중대엽(中大葉)〉 및 〈삭대엽(數大葉)〉과 더불어 세틀[三機]을 이루었던 가곡의 원형 중 하나로, 조선 중기에 문인들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악곡이다. 〈삭대엽〉을 중심으로 하는 오늘날의 가곡과 마찬가지로 5개의 장(章)과 여음(餘音)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고악보에만 남아 있고 연주는 되지 않는다.
○ 역사 변천 과정
만대엽은 『금합자보』(1572)에 최초로 등장한다. 악보에서 〈평조만대엽〉, 〈비파만대엽〉의 두 곡으로 수록되어 있던 만대엽은 이후 『양금신보』 소재 〈만대엽 낙시조〉, 『윤용진소장금보』 소재 만대엽, 〈만대엽(낙시조)〉, 『현금동문유기』 소재 〈평조만대엽 고조〉, 〈평조만대엽〉, 〈만대엽 평조〉, 만대엽, 〈낙시조 만대엽〉, 『금보 고』 소재 만대엽, 『백운암금보』 소재 〈만대엽 낙시조〉,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 소재 〈만대엽 낙시조〉, 〈만대엽 조성보〉, 〈만대엽 고조〉, 『(박기환소장) 금보 단』 소재 〈만대엽(낙시조)〉, 〈만대엽(조성보)〉, 〈만대엽(고조)〉, 『금보』 소재 〈만대엽 낙시조〉, 〈만대엽 조성보〉, 〈만대엽 고조 조성보〉, 『경대금보』 소재 〈만대엽(낙시조)〉, 만대엽, 『인수금보』 소재 만대엽, 〈만대엽(조성보)〉, 『금보신증가령』 소재 〈평조만대엽〉, 『남훈유보』 소재 〈만대엽(낙시조)〉, 〈만대엽(조성보)〉, 『증보고금보』 소재 〈만대엽 낙시조〉, 『연대소장금보』 소재 만대엽, 『운몽금보』 소재 만대엽, 『한금신보』 소재 만대엽 등으로 총 17종 고악보에 33종의 선율로 수록되어 있다. 한편 『대악후보』 권6에는 『금합자보』 이전에 궁중에서 연행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만대엽 선율이 오음약보로 수록되어 있다.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을 보면, ‘당시에 이미 사람들은 너무 느린 만대엽을 싫어하여 폐지한지 오래’라는 언급이 있다. 따라서 만대엽은 17세기에 이르러 하향의 추세를 보이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다만 ‘고조(古調)’의 개념으로 18세기 초반에 편찬된 『운몽금보』, 『한금신보』 등의 고악보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후 편찬된 일부 고악보에서도 언급만 되어 있거나 옛 악보를 전사한 경우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 음악적 특징
만대엽은 총 5장(5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장과 4장 중간에 여음이 존재한다. 악조의 경우 〈중대엽〉과 〈삭대엽〉이 평조(平調)ㆍ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ㆍ우조(羽調)ㆍ우조계면조(羽調界面調)의 네 가지 조를 사용하는 데 비하여, 만대엽은 평조 한 가지만을 사용했다. 즉 만대엽의 음계는 임(㑣)ㆍ남(㑲)ㆍ황(黃)ㆍ태(太)ㆍ고(姑)의 5음 음계이며, 거문고의 대현(大絃)을 중심으로 연주한다. 『금합자보』부터 『낭옹신보』 이전까지의 고악보에 수록된 만대엽을 선율 유형에 따라 구분하면, 『금합자보』에만 2종의 선율이 수록되어 있을 뿐 이를 제외한 모든 고악보는 수록된 만대엽 선율이 ‘大六 上淸 大五 大五 大六 大五 大三 文’ 등으로 시작하는 형태로 모두 동일하거나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단, 『금합자보』에서는 만대엽의 노랫말이 전하지만 『양금신보』 이후 노랫말이 탈락하고 각 장의 길이가 확대되었으므로 거문고로 연주하는 기악 독주로 활용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평조만대엽〉은 안상에 의해서 처음 거문고를 배우는 초학자가 학습하기에 가장 적합한 악곡으로 꼽혔는데, 그 이유는 〈평조만대엽〉이 5지의 구성에 맞는 가사 붙임새와 반복적 짜임새를 갖추어 학습하기에 용이하고, 〈평조만대엽〉의 선율과 지법을 익히면 16세기에 연주되고 있던 다른 악곡의 학습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만대엽의 장단은 『금합자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금합자보』 소재 2종 만대엽을 보면 장단은 4행 단위로 반복되는데, 행마다 장구점이 있는 정간은 제1정간, 제4정간, 제6정간, 제9정간, 제13정간이므로 현행 가곡의 장단 중 북편의 타점과 같다. 한배는 『성호사설』의 기록을 통해 〈중대엽〉, 〈삭대엽〉보다 훨씬 느렸음을 알 수 있는데, 『금합자보』에서 시작 선율이 제2대강에서 시작하고 있어 제3대강에서 시작하는 〈중대엽〉, 〈삭대엽〉과 다른 용강법(用綱法)을 사용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된다. 연행 방식의 경우 『금합자보』에서는 거문고 외에도 관ㆍ현ㆍ타악기가 모두 포함된 반주에 노랫말이 포함된 형태였으나, 『양금신보』 이후부터는 노랫말 없이 거문고로 독주하는 형태로 변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곡풍은 『현금동문유기』에 ‘평조 만대엽은 모든 곡의 으뜸으로 조용하고 평담하다. 그러므로 만약 삼매경에 들어가 연주하게 된다면 유유할손 봄구름이 하늘에 뜨는 것 같고, 넓고 넓은손 춘풍이 들판을 쓰는 것 같을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만대엽의 노랫말은 『금합자보』에는 수록되어 있으나, 『양금신보』에서부터는 탈락되었다. 『금합자보』에 수록된 노랫말은 심방곡(心方曲)에 해당하는 ‘오ᄂᆞ리’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지(1장): 오ᄂᆞ리 오ᄂᆞ리나 이지(2장): ᄆᆡ일에 오ᄂᆞ리나 삼지(3장): 졈므디도 새디도 오ᄂᆞ리 사지(4장): 새리나 오지(5장): ᄆᆡ일댱샹의 오ᄂᆞ리 오쇼셔 이 노랫말은 『양금신보』에서부터 〈중대엽〉의 노랫말로 나타나는데, 이는 심방곡의 기능이 만대엽에서 〈중대엽〉으로 옮겨졌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만대엽은 오늘날 연주되지는 않으나 고악보에 수록된 선율 분석과 문헌 기록 분석을 통해 악조, 형식, 선율 변화, 장단, 한배, 연행 방식, 곡풍 등 음악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가곡사의 흐름 일면을 살필 수 있다. 또한 만대엽의 분석을 통해 16~17세기 풍류방에서 문인들이 행했던 음악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유산(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10)
강명관 외, 『역주 고악보 1』, 민속원, 2021. 송방송, 『증보한국음악통사』, 민속원, 2007. 성기련, 「15세기~16세기 문인들의 학금(學琴) 양상과 학금(學琴) 악곡의 변화 -〈풍입송〉과 〈평조 만대엽〉을 중심으로-」, 『국악교육연구』 18/1,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 2024. 이동희, 「김성기의 고조(古調) 연구」, 『동양음악』 53,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2023. 황준연, 「양금신보 만대엽의 해독」, 『한국음악연구』 12, 한국국악학회, 1982.
이동희(李東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