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회상》과 〈잔도드리〉가 수록되어 있으며 1890년에 편찬된 거문고 악보.
죽취만학(竹醉晩學)과 금사(琴史) 이군(李君)에 의해 편찬된 『죽취금보』는 《영산회상》 곡 중간에 〈잔도드리〉를 함께 수록한 별곡의 구성을 담은 거문고 악보이다. 원고지 모양의 붉은 색 정간보에 한자 육보로 표기하고, 합자보를 병기하였다.
금보서(琴譜序)에 “거문고 명인 이이겸(李以謙)이 금보 한 권을 들고 왔기에 이군과 함께 증보하여 악보를 만들었다.”라고 악보의 편찬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금보서(琴譜序) 마지막에 언급된 기록을 통해 1890년 가을에 죽취만학(竹醉晩學)과 금사(琴史) 이군(李君)에 의해 편찬된 악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 체재 및 규격
가로 10.5㎝, 세로 23.6㎝, 접고 펴는 병풍 모양의 절첩판책(折帖版冊)
○ 소장처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원본), 국립국악원(사본)
○ 편찬 연대 및 편저자 사항
1890년, 성명 미상의 죽취만학(竹醉晩學)과 금사(琴史) 이군(李君)에 의해 편찬됨.
○ 구성 및 내용
이 악보의 표지에는 『금보(琴譜)』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죽취만학(竹醉晩學)이 주요 편찬자로 참여한 악보이므로 다른 금보와 구분하기 위해 『죽취금보(竹醉琴譜)』라 칭한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금보서(琴譜序)
조현(調絃)
합자(合字)
합현(合絃)
오음상생도(五音相生圖)
율려격팔상생도(律呂隔八相生圖)
금도(琴圖)
〈상영산(上靈山)〉
〈중영산(中靈山)〉
〈잔영산(孱靈山)〉
〈가락(加樂)〉
〈상현도두리(上絃刀斗里)〉
〈잔도도리(孱道道里)〉
〈하현도도리(下絃道道里)〉
〈염불(念佛)〉
〈타령(打鈴)〉
〈군악(軍樂)〉
목차는 크게 해설과 악보의 두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해설은 금보서(琴譜序)부터 금도(琴圖)까지가 해당되는데, 금보서에 밝히고 있듯이 이 악보에 수록된 이론은 새로운 내용과 다른 악보에서 옮겨 적은 것이 섞여 있다. 조현(調絃)과 합자(合字)는 『양금신보』(1610)의 글을 옮겨 쓴 것이고, 합현(合絃), 오음상생도(五音相生圖), 율려격팔상생도(律呂隔八相生圖)는 『동대금보』(1813)의 내용과 동일하다. 그러나 금도(琴圖)는 상기한 두 악보 및 기존의 다른 금보와는 차별화된 그림을 제시하며 거문고 여섯 현의 명칭 및 각 주법의 구음을 한글과 한자로 표기하였는데, 이는 현행과 비교적 가깝다.
악보는 《영산회상》 9곡의 중간에 〈잔도드리〉를 함께 수록하여 현행과 같은 총 10곡 구성의 별곡을 수록하였다. 다만 오늘날의 연주 방식에서는 〈삼현도드리〉 4장 끝 장단 가락을 거문고가 ‘쌀갱쌀갱쌀갱’으로 신호를 주며 다음곡인 〈도드리〉로 넘어가는데 이 악보에서는 거문고의 신호 없이 〈삼현도드리〉에서 〈잔도드리〉로 넘어가도록 기록되어 있다. 악보는 붉은 색 정간보에 거문고 한자 육보와 합자보를 병기하여 시가와 음고를 표기하였고, 악곡명 좌측에 붉은 색 양점과 음점으로 장구장단을 표기하였다. 정간의 각 행은 3소행으로 구분하여, 제1소행에는 장구장단 또는 괘법을, 제2소행에는 거문고 한자 육보를, 제3소행에는 거문고 합자보를 표기하였다. 〈상영산(上靈山)〉, 〈중영산(中靈山)〉, 〈잔영산(孱靈山)〉, 〈가락(加樂)〉은 1행 20정간, 〈상현도두리(上絃刀斗里)〉, 〈잔도도리(孱道道里)〉, 〈하현도도리(下絃道道里)〉, 〈염불(念佛)〉은 1행 18정간, 〈타령(打鈴)〉, 〈군악(軍樂)〉은 1행 16정간으로 기보했다.
『죽취금보』는 현행과 유사한 별곡 구성을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삼현도드리〉, 〈잔도드리〉, 〈하현도드리〉로 이어지는 거문고 가락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한 편찬 연대가 명확하므로, 편찬 연대가 불명확한 동시대 추정 고악보에 대한 연구에도 용이하다.
『죽취금보』
강명관 외, 『역주 고악보 2』, 민속원, 2021. 국립국악원, 『한국음악학자료총서』 7, 국립국악원, 1981. 이동복, 『한국 고악보 연구』, 민속원, 2009.
이동희(李東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