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제례악 혁정의 선율은 『세종실록』 소재 회례용 《정대업》 〈순응〉악보와 같고, 악장가사는 세종 즉위 후 대마도 정벌을 주도한 태종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 악곡의 소속과 용도 혁정은 종묘제례 아헌례와 종헌례를 봉행할 때 헌가에서 연주하는 종묘제례악《정대업》 열한 곡 중 열 번째 곡이다. ○ 악곡명, 선율, 악장가사의 출처 혁정이라는 악곡 명은 ‘원혁아노(爰赫我怒) 원정아려(爰整我旅)’에서 따온 것이다. 선율은 고려속요 〈만전춘〉을 발췌하여 만든 『세종실록』 악보《정대업》의 〈순응(順應)〉과 같다. 악장가사의 내용은 1419년(세종 1) 7월 대마도에서 왜적이 변경을 침범하자 왕이 여러 장수에게 명을 나누어 주었는데, 뱃사공으로 하여금 그 섬을 공격하여 깨뜨리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세종대에 일어났지만, 당시 상왕이던 태종(재위 1400~1418)이 지시했으므로, 태종악으로 분류한다. ○ 음계, 박법, 장단 혁정의 음계는 황(黃:C4)·협(夾:E♭4)·중(仲:F4)·임(林:G4)·무(無:B♭4)의 황종 계면조였다. 현재 편종ㆍ편경 선율은 『세조실록』 당시와 동일하게 전승되고 있으며, 피리ㆍ대금ㆍ해금과 악장(樂章)의 경우 음계의 최저음 황종(黃:C4)을 모두 무역(㒇:B♭3)로, 일부 임종(林:G4)을 중려(仲:F4)로 내려 연주한다. 세 글자마다 박을 한 번 치며[三字一拍], 박 열둘이 한 곡을 이루었으나[十二拍一聲] 현재는 박 넷이 한 곡을 이루는[四拍一聲] 형식으로 변화되었다. 현행 종묘제례악의 장구점은 『세조실록』 악보의 장구점을 현행 리듬에 적용한 것인데, 국악전집 제18집 『종묘제례악』 혁정 악보에는 『세조실록』 악보에 비해 장구점이 사라진 곳이 두 군데 나타난다.
도이비여(島夷匪茹) 섬 오랑캐가 헤아리지 못하고 건유아어(虔劉我圉) 함부로 우리 변방을 괴롭혔네 원혁아노(爰赫我怒) 이에 불끈 성을 내시어 원정아려(爰整我旅) 이에 우리 군대를 정비하였네. 만소가풍(萬艘駕風) 수많은 배가 바람을 타고, 비도명발(飛渡溟渤) 드넓은 바다를 날듯이 건너갔네. 내복기소(乃覆其巢) 이에 그 소굴을 뒤집어 엎고 내도기혈(乃擣其穴) 이에 그 굴을 두들겨 부수었네. 비피홍모(譬披鴻毛) 비유컨대 기러기 털을 뽑아서 요우방렬(燎于方烈) 타오르는 불에 태우는 것 같도다 경파내식(鯨波乃息) 큰 파도가 이에 그쳐서, 영전접역(永奠鰈域) 길이 우리나라를 안정시켰네.
출처: 이세필 편저, 윤호진 역주, 『역주악원고사』, 국립국악원, 2006.
『대악후보』 『대한예전』 『세조실록』 『세종실록』 『속악가사』 『속악원보』 『시용무보』 『악원고사』 『악장요람』 『악학궤범』 『조선악개요』 『종묘악장』 『종묘의궤』 『춘관통고』 『향만년지악』
『세종실록』, 국립국악원, 1986.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김종수, 『역주 증보문헌비고』, 국립국악원, 1994. 송지원ㆍ이숙희ㆍ김영숙, 『종묘제례악』, 민속원, 2008. 이세필 편저, 윤호진 역주, 『역주 악원고사』, 국립국악원, 2006. 장사훈, 『증보 한국음악사』, 세광음악출판사, 1986. 장사훈, 『국악논고』, 서울대학교출판부, 1986. 류정연, 「정대업의 음악적 변화에 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7. 이숙희, 「종묘제례악 악장의 음악적 변화」, 『한국음악연구』 39, 2006, 237~265쪽. 조성욱, 「종묘제례악의 장고점 변천의 연구」,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5.
이숙희(李淑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