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궁중 밖으로 거둥할 때, 행렬에 배치하는 기치류, 병장기류, 악기, 악대 등의 구성과 순서에 대한 규정.

노부는 왕이 궁중 밖으로 행차할 때, 왕의 위엄을 높이고, 호위를 위해 마련된 행렬의 의장, 악기, 악대의 구성과 순서에 대한 규정이다. 우리나라의 노부 제도는 고려시대부터 정립되었다. 노부의 종류는 대가노부, 법각노부, 소가노부가 기본이고, 시대에 따라 이외에 따른 종류가 추가되었다. 노부에 편성되는 의장물은 기치류, 병장기류였고, 청각적 효과와 더불어 야경과 신엄을 담당한 악기와 악대는 시대 혹은 노부의 종류에 따라 달랐다.

노부라는 명칭은 중국 한나라 때부터 사용했으며, 노부 제도가 정비된 시기는 당나라 때이다. 우리나라의 노부 제도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었고, 조선시대에 다시 정립되었으며, 대한제국기까지 전승되었다.

노부는 본래 존귀한 존재를 가리고 막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패를 기록해 놓은 장부[簿籍]의 의미였으나, 점차 행렬을 호위할 때 사용하는 기치류와 병기류 등의 기물과 악대로 구성된 호위 행렬 형식의 의미로 바뀌었다. 노부의 의장물 가운데 동물, 글씨 등이 그려져 있는 기치류는 방향, 장수, 천하태평, 왕의 위상 등을 상징했다. 병장기류는 실제 병장기가 아니라 나무로 제작한 것이며, 상징의 의미만 기지고 있다. 병장기류와 기치류는 시각적 효과를 주었고, 악기 혹은 악대는 청각적 효과와 더불어 야경과 신엄을 담당했다. 악대를 포함한 기물을 사용하는 의장물을 설치하는 것에는 노부, 의장(儀仗), 위장(衛仗)의 세 종류가 있었다. 노부는 이동을 전제로 설치하는 것이고, 의장과 위장은 왕이 있는 장소에 설치하는 것인데, 의장은 궁중의 전정에 설치하는 것이고, 위장은 궁중이 아닌 장소에 설치하는 것이다. 고려시대에는 노부, 의장, 위장이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노부와 의장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대가노부, 법가노부, 소가노부의 의장물과 동일한 등급의 의장인 대장(大仗), 반장(半仗), 소장(小仗)의 의장물은 동일했다. 왕의 거둥을 예행(禮行), 행행(行幸), 유행(遊幸)이라고 하였고, 이때 노부를 진설했다. 노부를 설치하는 목적은 왕을 높이고 신하를 경계하게 하는 데 있었다. 노부의 종류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고려시대에는 법가노부, 연등노부, 팔관노부, 순행봉영노부, 선사노부, 소가노부, 왕태자노부, 백관의장, 외관의장이 있었다. 이 가운데 악기가 포함되어 있는 노부는 법가노부, 연등노부, 팔관노부, 순행봉영노부, 선사노부였다. 조선 전기에는 황의장과 홍의장도 노부에 포함되어 있었고, 이 외에 대가노부, 법가노부, 소가노부, 중궁노부가 있었다. 조선 후기의 노부에는 대가노부, 법가노부, 소가노부, 기우제 의장, 왕비 의장, 왕세자 의장, 왕세자빈 의장이 있었고, 대가노부, 법가노부에는 금ㆍ고, 내취, 고취가 편성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노부 외에 동가(動駕)의 규정이 생겼고, 성내 동가와 성외 동가를 구분했다. 대한제국은 황제국이므로 대가노부, 법가노부, 소가노부 외에 황후노부, 황태자노부, 황태자비노부가 있었다.

노부의 용도는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세종실록』 기준으로 대가노부는 영조칙, 사직과 종묘 제향에 진설했고, 법가노부는 선농, 석전례, 무과전시, 사우사단의에 진설했으며, 소가노부는 능 참배와, 관사, 평상시 대궐 문 밖 거둥에 진설했다.

노부에 편성된 악기 혹은 악대는 시대마다 차이가 있었다. 고려시대의 노부에는 금정(金鉦), 금쟁(金錚)․강고(掆鼓), 도고(鼗鼓), 각(角)이 편성되었다. 조선 전기에는 금(金)ㆍ고(鼓), 취각(吹角), 고취(鼓吹)가 편성되었다. 취각은 대각, 중각, 소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노부의 등급에 따라 구성에 차이가 있었다. 고취는 전부고취와 후부고취의 두 악대가 편성되었다. 조선후기에는 금ㆍ고, 내취(內吹), 고취(전부고취, 후부고취)가 편성되었다. 즉 조선 전기의 취각 대신 내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고려시대 노부의 악기를 담당한 사람은 군인이었고, 조선 전기 노부의 금과 고 그리고 취각을 담당한 사람은 군인, 고취를 담당한 사람은 장악원 악공이었다. 조선 후기의 금과 고는 군인이 담당했고, 내취는 선전관청 소속 연주자였으며, 고취는 장악원 소속 악공이었다.

『高麗史』 『國朝五禮儀』 『鹵簿式』(奎貴-9950) 『大韓禮典』 『世宗實錄』 『春官通考』

김제훈, 「조선전기 국왕 의장제도의 정비와 상징」, 『史叢』 77,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 2012. 김호, 「당전기 황제의 위의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2. 이숙희, 「조선후기 군영악대의 형성과 전개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3.

이숙희(李淑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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