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율이 5성(선법, 궁ㆍ상ㆍ각ㆍ치ㆍ우)에 각각 배치되어 만들어지는 60개의 조(調)
육십조 이론은 채원정의 『율려신서(律呂新書)』에서 체계화되었고, 이후 우리나라에 전해져 『악학궤범(樂學軌範)』, 『시악화성(詩樂和聲)』 등의 악서(樂書)에 수록되었다. 육십조는 십이율이 5성에 각각 배치되어 만들어지는 60개의 조를 말한다. 여기에서 5성(궁ㆍ상ㆍ각ㆍ치ㆍ우)은 5개의 선법을 의미하며, 5개 선법의 시작음(중심음)에 십이율이 각각 배치될 수 있으므로 전체 60개의 조가 되는 것이다.
서한(西漢, 기원전 206~25)의 경방(京房, 기원전 77~기원전 37)은 삼분손익법으로 60율을 만들기도 하였지만, 선법에 따라 음악적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기에 악조(樂調)로 볼 수는 없고, 당대(唐代) 공영달(孔穎達, 574~648)의 『예기주소(禮記注疏)』에 12율이 모두 돌아가면서 5성의 궁이 될 수 있다는 선궁(旋宮) 이론이 있어, 이것이 육십조의 이론적 근거라고 볼 수 있다.1 채원정(蔡元定, 1135-1198)은 『율려신서(律呂新書)』에서 육십조를 이론적으로 체계화 하였고, 이후 송대(宋代)의 『슬보(瑟譜)』, 원대(元代)의 『율려성서(律呂成書)』, 명대(明代)의 『명집례(明集禮)』ㆍ『원락지악(苑洛志樂)』ㆍ『율려정의(律呂正義)』ㆍ『종률통고(鍾律通考)』ㆍ『고금율력고(古今律曆考)』, 청대(淸代)의 『예서강목(禮書綱目)』ㆍ『상사(尙史)』 등 중국의 여러 악서(樂書)에서 이 육십조를 찾아볼 수 있다.
1) 김수현, 「『악학궤범』 권1에 나타난 중국 음악이론의 주체적 수용 양상에 대한 고찰」, 『유교사상문화연구』 47, 2012.
○ 설명 육십조는 십이율이 5성에 각각 배치되어 만들어지는 60개의 조를 말한다. 여기에서 5성(궁ㆍ상ㆍ각ㆍ치ㆍ우)은 5개의 선법을 의미하며, 궁조는 궁으로 시작해서 궁으로 끝나는데 각조에서 우조까지 모두 동일하다. 궁조의 궁에 십이율이 각각 올 수 있어 황종궁에서 응종궁까지 모두 12개의 궁조가 있듯이, 상조ㆍ각조ㆍ치조ㆍ우조도 각각 12개씩 있어 전체 60개의 조가 되는 것이다. 육십조는 채원정의 『율려신서』에서 체계화되었고, 이후 우리나라에 전해져 『악학궤범』, 『시악화성』 등의 악서(樂書)에 수록되었다.
『악학궤범』의 육십조를 살펴보면 위의 그림과 같다. 『악학궤범』의 육십조는 채원정의 『율려신서』 육십조에 근거하였는데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율려신서』는 지조식 악조명 표기법을 사용하였지만, 『악학궤범』에서는 궁조ㆍ상조ㆍ각조ㆍ치조ㆍ우조라고만 간략하게 표기를 하고 내용적으로 봤을 때 위조식 악조명 표기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반성(청성)의 경우는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삼수변(氵)을 넣었고 변율(變律)은 음각으로 표시했으며, 각 율명의 아래에 우리나라 고유의 기보법인 오음약보(五音略譜)를 넣었다.
『악학궤범』의 육십조는 채원정의 『율려신서』에 근거하였지만, 『율려신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좀 더 실용적으로 보기 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악학궤범』에서는 아악이 7성만 사용하고, 속악은 2변성을 쓰지 않고 다만 5성만을 사용하며 탁성과 청성을 알아보기 편하도록 상하일이지법(上下一二之法) 즉, 오음약보를 넣었다고 설명하였다.
『율려신서』 『악학궤범』 남상숙, 『악학궤범 악론 연구』, 민속원, 2009. 성현 지음, 이혜구 옮김, 『한국음악학학술총서 5: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송방송, 『한겨레음악대사전』, 보고사, 2012. 강혜진, 「『율려신서』와 『악학궤범』 육십조의 비교」, 『한국음악문화연구』 11, 2018. 김수현, 「『악학궤범』 권1에 나타난 중국 음악이론의 주체적 수용 양상에 대한 고찰」, 『유교사상문화연구』 47, 2012. 이보형, 「『악학궤범』 60조도의 구성원리와 오음약보의 의미」, 『한국음악사학보』 29, 2002.
남상숙(南相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