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세종 때 윤회(尹淮)가 〈처용가〉의 가사를 개찬한 삼기(三機) 형식의 신제(新制) 악가(樂歌)
봉황음은 일기(一機)ㆍ이기ㆍ삼기의 세틀[三機] 형식으로 구성된 모음곡으로 〈처용무〉의 반주음악으로 쓰였다. 조선 세종 때 윤회(尹淮, 1380~1436)가 〈처용가〉의 가사를 조선왕조의 번영을 송축하는 내용으로 개찬하였다. 『세종실록』 권146과 『대악후보』 권4에 음악과 가사가 전한다. 『세종실록』과 『대악후보』의 음악은 큰 차이 없이 거의 유사하다. 향악정재 《학연화대처용무합설(鶴蓮花臺處容舞合設)》에서 〈처용무〉의 반주음악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
봉황음은 조선 세종 때 윤회가 〈처용가〉의 가사를 개찬하여 만든 신제 악가이다. 봉황음의 본래 선율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봉황음이 고려 때의 〈진작〉, 〈성황반〉, 〈자하동〉, 〈정읍〉에서 선율과 형식을 차용했다는 연구가 있다.1 개찬 가사는 조선왕조의 태평성세와 찬란한 예악을 송축하며 국가의 번영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세종실록』 권146의 32정간보에 봉황음의 음악과 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영조 때 편찬한 『대악후보』 권4의 6대강 16정간보에도 봉황음의 음악과 가사가 전한다. 『악학궤범』 권5에 의하면, 〈처용무〉의 반주음악으로 〈처용만기(慢機)〉, 〈봉황음중기(中機)〉, 〈봉황음급기(急機)〉가 있는데, 〈처용만기〉가 〈봉황음일기〉라고 하였다. 『세종실록』과 『대악후보』에 실린 봉황음의 가사는 『악학궤범』 〈처용무〉에서 〈봉황음중기〉의 창사에 해당한다.
1) 정경란, 「봉황음과 고려가요의 구조적 관련성」, 『석당논총』 49, 2011, 91~169쪽.
○ 구성
봉황음은 일기ㆍ이기ㆍ삼기의 세틀 형식으로 구성된 모음곡이다. 봉황음 1ㆍ2ㆍ3 각 곡은 모두 1대강에서 시작한다.
『세종실록』 〈봉황음〉1 악보. |
『세종실록』 〈봉황음〉2 악보. |
『세종실록』 〈봉황음〉3 악보. |
『세종실록』 권146,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 |
○ 수록 문헌과 기재 방식
『세종실록』 권146에 총 27장 54면에 걸쳐 봉황음 1ㆍ2ㆍ3이 수록되어 있다. 봉황음 1ㆍ2ㆍ3이 각각 정간보 80행에 걸쳐 있으며, 봉황음 전체는 총 240행이다. 32정간보에 선율 율명과 가사를 실었다. 봉황음 1ㆍ2는 한 행을 여섯 개의 줄로 나누어[6줄판형], 차례로 ①현악, ②관악, ③장구 장단, ④박, ⑤가사, ⑥노래선율을 적었다. 봉황음 3은 4줄판형으로, ①선율, ②장구 장단, ③박, ④가사를 적었다.
『대악후보』 권4에는 총 75장 149면에 걸쳐 봉황음 1ㆍ2ㆍ3이 수록되어 있다. 봉황음 1ㆍ2ㆍ3이 각각 정간보 160행에 걸쳐 있으며, 봉황음 전체는 총 480행이다. 6대강 16정간보에 오음약보로 기재했고, 율명은 따로 적지 않았다. 봉황음 1ㆍ2는 『세종실록』과 같은 6줄판형으로, 제1줄에 현악, 제2줄에 관악, 제3줄에 장구 장단을 적고, 제5줄 또는 제6줄에 가사를 적었다. 박과 노래선율은 싣지 않았다. 봉황음 3은 4줄판형으로, 제1~2줄에 선율과 장구 장단을 적고, 제4줄에 가사를 적었다. 제3줄은 박을 적지 않고 비워두었다.
『대악후보』 〈봉황음〉1 악보. |
『대악후보』 〈봉황음〉2 악보. |
『대악후보』 〈봉황음〉3 악보. |
『악학궤범』 권5의 향악정재 《학연화대처용무합설》 편에 형식 구분에 맞추어 봉황음의 가사를 실었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악고(樂考)」에도 악가(樂歌)의 향악정재 편에 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 음악 형식
봉황음은 전강(前腔), 후강(後腔), 대엽(大葉), 부엽(附葉), 중엽(中葉), 소엽(小葉)의 여섯 가지 형식 인자로 구성된다. 봉황음 삼기 각 곡의 형식 구조는 ‘전강ㆍ부엽ㆍ중엽ㆍ부엽ㆍ소엽/후강ㆍ부엽ㆍ중엽ㆍ부엽ㆍ소엽/대엽ㆍ부엽ㆍ중엽ㆍ부엽ㆍ소엽’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즉, 전강ㆍ후강ㆍ대엽을 각각 앞에 두고, 그 뒤에 부엽ㆍ중엽ㆍ부엽ㆍ소엽이 반복되는 구조이다. 또한 각 부분에서 노래와 관악기가 쉴 때 현악기가 1행 또는 2행의 여음(餘音)을 연주한다.
전강은 12행, 후강은 8행, 대엽은 12행이며, 서로 선율적으로 관련된다. 후강의 선율은 전강 1~4행을 제외한 5~12행을 반복한 것이고, 대엽의 선율은 전강의 선율을 변주한 것이다. 반복되는 부엽ㆍ중엽ㆍ부엽ㆍ소엽은 각각 4ㆍ4ㆍ3ㆍ5행으로 길이가 같고, 선율도 모두 동일하다. 가사의 측면에서 부엽은 바로 앞의 가사 두 구를 그대로 반복하지만, 선율은 앞의 두 행과 다르게 고음으로 올라선다. 유사한 선율인 전강ㆍ후강ㆍ대엽을 A로, 반복되는 부엽ㆍ중엽ㆍ부엽ㆍ소엽을 B로 놓아, 봉황음 삼기곡의 각 음악 형식은 AB/A′B/A″B라 할 수 있다.
A | 1행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B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
부엽 | 중엽 | (종지) |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여음) | 소엽 | |||||||||||
A′ | 29 | 30 | 31 | 32 | 33 | 34 | 35 | 36 | ||||
후강 | ||||||||||||
B | 37 | 38 | 39 | 40 | 41 | 42 | 43 | 44 | ||||
부엽 | (종지) | |||||||||||
45 | 46 | 47 | 48 | 49 | 50 | 51 | 52 | |||||
(여음) |
(여음)
|
|||||||||||
A″ | 53 | 54 | 55 | 56 | 57 | 58 | 59 | 60 | 61 | 62 | 63 | 64 |
대엽 | ||||||||||||
B | 65 | 66 | 67 | 68 | 69 | 70 | 71 | 72 | ||||
부엽 | 중엽 | |||||||||||
73 | 74 | 75 | 76 | 77 | 78 | 79 | 80 |
○ 악조와 구성음
악조는 임종 평조의 5음음계이고, 구성음은 ‘배임종(㑣), 배남려(㑲), 황종(黃), 태주(太), 고선(姑), 임종(林), 남려(南), 청황종(潢)’의 여덟 음이다.
○ 장단
장단은 봉황음 1ㆍ2ㆍ3 모두 ‘고(鼓)ㆍ편(鞭)ㆍ쌍(雙)’이다. ‘고’가 32정간, ‘편’과 ‘쌍’이 각각 16정간씩 차지하며, 전체 64정간 주기로 반복된다.
鼓 | |||||||||||||||||||||||||||||||
鞭 | 雙 |
○ 가사 붙임새와 빠르기
가사가 어단성장(語短聲長)의 형식으로 붙는다. 1장에서 2장과 3장으로 갈수록 어단 부분의 음절 간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점으로 보아, 1ㆍ2ㆍ3이 속도의 만중삭(慢中數)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봉황음 1 | |||||||||||||||||||||||||||||||
山 | 河 | 千 | 里 | 國 | 에 | ||||||||||||||||||||||||||
佳 | 氣 | ||||||||||||||||||||||||||||||
봉황음 2 | |||||||||||||||||||||||||||||||
山 | 河 | 千 | 里 | 國 | 에 | ||||||||||||||||||||||||||
佳 | 氣 | ||||||||||||||||||||||||||||||
봉황음 3 | |||||||||||||||||||||||||||||||
山 | 河 | 千 | 里 | 國 | 에 | ||||||||||||||||||||||||||
佳 | 氣 |
○ 음악적 특징2
봉황음 1의 선율을 단순화하여 봉황음 2가 만들어졌고, 봉황음 2의 선율을 급격하게 변화하여 봉황음 3이 만들어졌다. 간음 생략, 반복 선율의 단순화, 음 시가의 변화, 선율 변화 등을 통해 봉황음 1에서 봉황음 2가 형성되었고, 선율의 대강(大綱) 이동, 음 시가의 변화, 음의 삽입과 생략, 선율의 반복과 변화 등을 통해 봉황음 2에서 봉황음 3이 형성되었다. 종지는 모두 黃-㑲-㑣으로 순차 하행 종지한다.
2) 이성천, 『한국전통음악 형성론』, 민속원, 2004, 96쪽.
○ 〈처용무〉의 반주음악
『악학궤범』 권5에 따르면, 〈처용무〉의 음악은 〈처용만기〉, 〈봉황음중기〉, 〈봉황음급기〉, 〈삼진작(三眞勺)〉, 〈정읍급기〉, 〈북전급기〉의 여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악학궤범』 권5에는 “처용만기가 곧 봉황음일기”라고 적혀있지만, 〈처용만기〉의 창사는 “신라성대(新羅盛代) 소성대(昭盛代)”로 시작하는 〈처용가〉 가사이다. 『세종실록』과 『대악후보』에 실린 “산하천리국(山河千里國)에”로 시작하는 봉황음의 가사는 『악학궤범』의 〈처용무〉에서 〈봉황음중기〉의 창사에 해당한다.
○ 창사
『세종실록』 권146과 『대악후보』 권4에 선율과 함께 실린 봉황음 삼기곡의 가사는 모두 같다. 그러나 각 곡의 가사 붙임새는 서로 다르다.
[전강]3 산하천리국(山河千里國)에 가기(佳氣) 울총총(鬱葱葱)ᄒᆞ샷다 금전구중(金殿九重)에 명일월(明日月)ᄒᆞ시니, 군신천재(君臣千載)예 회운룡(會雲龍)이샷다 희희서속(熙熙世俗)ᄋᆞᆫ 춘대상(春臺上)이어ᄂᆞᆯ 제제군생(濟濟群生)ᄋᆞᆫ 수역중(壽域中)이샷다 |
천리 강토 이 나라에 아름다운 기운이 울창하네. 금으로 꾸민 훌륭한 궁전 겹겹이 솟았는데, 해와 달 밝게 비치고 뭇 신하들은 천년만에 훌륭하신 임금님 만났네. 빛나는 백성의 풍속은 봄 동산처럼 순후하고 많고 많은 뭇 백성은 태평성세에 살고 있네. |
[부엽] 제제군생(濟濟群生)ᄋᆞᆫ 수역중(壽域中)이샷다 |
많고 많은 뭇 백성은 태평성세에 살고 있네. |
[중엽] 고후무사(高厚無私)ᄒᆞ샤 미황진(美貺臻)ᄒᆞ시니 축요개시(祝堯皆是) 태평인(太平人)이샸다 |
덕이 높고 두터우며 사사로움이 없으시어 아름다운 천복이 이르니 요순같은 시절을 송축하는 이들은 태평성대 사람이로다. |
[부엽] 축요개시(祝堯皆是) 태평인(太平人)이샸다 |
요순같은 시절을 송축하는 이들은 태평성대 사람이로다. |
[소엽] 치이창(熾而昌)ᄒᆞ시니 예악광화(禮樂光華) 매한당(邁漢唐)이샸다 |
국운이 불 일어나듯 번창하고 예악이 찬란히 구비된 것이 한당보다 뛰어나노다. |
[후강] 금지수출(金枝秀出) 천년성(千年聖)ᄒᆞ시니 면질증륭(緜瓞增隆) 만세기(萬歲基)샷다 방가누경(邦家累慶)이 초전고(超前古)ᄒᆞ시니 천지동화(天地同和) 즉차시(卽此時)샷다 |
임금의 자손이 빼어나서 천년토록 태평성세 이루고 면면히 후손이 더욱더 융성하여 만세의 터전 이루리로다. 국가의 잦은 경사가 예전보다 뛰어나 천지가 함께 화평한 것이 바로 이때로다. |
[부엽] 천지동화(天地同和) 즉차시(卽此時)샷다 |
천지가 함께 화평한 것이 바로 이때로다. |
[중엽] 예유청효(豫遊淸曉)애 옥여래(玉輿來)ᄒᆞ시니 인송남산(人頌南山)ᄒᆞ야 천수배(薦壽杯)샷다 |
임금님께서 민정을 살피시며 맑은 새벽에 기쁘게 순행하시도다. 임금님 타신 수레가 오니 사람들이 남산이 길이길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을 찬송하며 임금님께 만수무강을 비는 술잔을 올리도다. |
3) 번역출처: 김종수 역주, 『증보문헌비고 악고 下』, 국립국악원, 1994, 255~259쪽.
[부엽] 인송남산(人頌南山)ᄒᆞ야 천수배(薦壽杯)샷다 |
사람들이 남산이 길이길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을 찬송하며 임금님께 만수무강을 비는 술잔을 올리도다. |
[소엽] 배우경(配于京)ᄒᆞ시니 십이경루(十二瓊樓) 대오성(帶五城)이샷다 |
임금님 계신 곳은 서울다웁게 구슬로 꾸민 열두 누각에 다섯 성이 둘려 있도다. |
[대엽] 도여건곤합(道與乾坤合) 은수(恩隨) 우로신(雨露新)이샷다 천상등서도(千葙登黍稌) 서휘(庶彙) 하도균(嗬陶鈞)이샷다 제석원부(帝錫元符)ᄒᆞ샤 양서명(揚瑞命)ᄒᆞ시니 창명중윤(凔溟重潤)ᄒᆞ고 월중류(月重輪)이샷다 |
도는 천지와 부합하고 은혜는 비와 이슬처럼 새롭도다. 온갖 창고에 곡식이 쌓이고 만백성은 덕화를 고루 입었도다. 상제께서 신표를 내리시어 상서로운 천명을 드날리시니 바다가 거듭 윤택하고 달이 더욱 밝도다. |
[부엽] 창명중윤(凔溟重潤)ᄒᆞ고 월중류(月重輪)이샷다 |
바다가 거듭 윤택하고 달이 더욱 밝도다. |
[중엽] 풍류양류(風流楊柳)에 무경영(舞輕盈)ᄒᆞ니 자시풍년(自是豊年)에 유소성(有笑聲)이샷다 |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어 경쾌하고 곱게 움직이니 풍년이 들고 웃음소리 있으리로다. |
[부엽] 자시풍년(自是豊年)에 유소성(有笑聲)이샷다 |
풍년이 들고 웃음소리 있으리로다. |
[소엽] 극배천(克配天)ᄒᆞ시니 성자신손(聖子神孫)이 억만년(億萬年)이쇼셔 |
하늘의 도에 부합하시니 훌륭한 임금님의 자손들이 억만년을 누리소서. |
○ 음악적 변화
『세종실록』의 봉황음 1은 『대악후보』에서 미세한 정도로 조금 변화한다. 구조적 틀은 변함없고, 한 음 추가 또는 탈락, 음 시가의 변화, 몇 음 간의 선율 변화 등에서만 소소한 변화가 나타난다. 『세종실록』의 봉황음 2ㆍ3은 『대악후보』에서 동음이 추가되는 정도만의 변화가 있을 뿐 양자가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세종실록』의 봉황음 악보는 형식 구분을 하지 않았지만, 『대악후보』에는 정간보 위 여백에 2, 3, 부엽, 중엽, 이부(二附), 소엽, 일부엽환입(一附葉還入), 대여음(大餘音), 이대여음(二大餘音), 반여음(半餘音) 등의 형식을 표기했다.
봉황음은 〈처용가〉의 가사를 개찬하여 새로 만든 조선 초기 악가이다. 조선왕조를 찬양하고 송축하는 내용이며, 〈처용무〉의 반주음악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 봉황음은 치밀하고 정교한 악곡 구조를 지닌 만중삭 삼기곡 형식의 모음곡이다.
『세종실록』, 『대악후보』, 『악학궤범』, 『증보문헌비고』 「악고」. 박용대 외 지음, 김종수 역주,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3집: 증보문헌비고 악고 下』, 국립국악원, 1994. 이성천, 『한국전통음악 형성론』, 민속원, 2004. 강혜인, 「봉황음연구」, 경북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4. 남상숙, 「봉황음 복원을 위한 정간보 해석 연구」, 『한국무용사학』 10, 2009. 정경란, 「봉황음과 고려가요의 구조적 관련성」, 『석당논총』 49, 2011.
남상숙(南相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