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재(宋晩載, 1788~1851)의 『관우희(觀優戱)』(1843)에 “소리꾼은 고수의 동편에 마주 서 있다.(優人對立鼓人東)”라고 하여 소리판에서 고수의 위치를 밝혀 두었고, 윤달선(尹達善)의 『광한루악부(廣寒樓樂府)』(1852) 서문에는 “우리나라 창우의 연희는 한 사람은 서고 한 사람은 앉아서 하는데, 선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앉은 사람은 북으로 그 소리를 조절한다.(我國倡優之戱, 一人立一人坐, 而立者唱, 坐者以鼓節之)”라고 하여 고수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설명하였다.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은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의 「고수(鼓手) 한성준(韓成俊)」 조에 고수의 역할과 중요성, 한성준의 학습 내력과 활동 등에 대해 자세히 기록함으로써 고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였다.
고수의 역할 및 기능은 ‘반주자로서의 역할’, ‘연출 및 지휘자로서의 역할’, ‘상대역으로서의 역할’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반주자’로서 고수의 역할은 북가락을 연주하여 창자의 소리를 보조하고 완성하는 것이다. 이때 고수의 북가락은 창자의 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소리가 도드라지는 부분에서는 북소리를 약하게 하여 소리가 돋보이도록 하고, 소리가 쉬는 부분에는 북가락이나 추임새를 넣어 소리의 빈 부분을 메운다. 이와 같이 창자에게 맞추어 강약과 속도를 조절하는 고수의 기예를 지칭하는 용어로 ‘보비위(補脾胃)’라는 것이 있다. ‘보비위’란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 줌. 또는 그런 비위’라는 뜻인데,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던 용어가 판소리에 수용되어 고수의 기예를 이르는 용어로 전용된 것이다. 두 번째로 ‘연출가 및 지휘자’로서 고수의 역할이란 창자의 소리가 느려지면 북장단을 약간 빨리 쳐서 소리를 빠르게 이끌고, 창이 너무 빨라지면 북장단을 느리게 쳐 주어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또는 추임새로 흥을 돋우어 창자가 소리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창자가 힘들어할 때에는 잠깐 소리를 쉬어갈 수 있도록 물을 마시도록 권한다거나,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등 소리판을 매끄럽게 운영한다. 세 번째로 ‘상대역’으로서의 역할은 창자의 말에 “그러지(그렇지).”, “아먼(아무렴).”과 같이 대답을 하거나, 창자가 고수를 바라보며 대사를 할 때 그에 적절하게 응대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창자의 상대역을 수행하는 것이다.
판소리 공연에서 창ㆍ아니리ㆍ발림을 구사하는 창자의 능력 못지않게, 북장단과 추임새로 창자를 보조하여 소리판을 완성하는 고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일고수 이명창’, ‘수고수 암명창’과 같은 말이 있으며, 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는 북을 연주할 수 없으므로 ‘소년 명창은 있어도, 소년 명고는 없다’ 등의 말들이 있다. 전통사회에서 고수는 소리꾼에 비하여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였으나, 판소리에서 고수 및 고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1978년에 처음으로 김명환(金命煥, 1913~1989)이 중요무형문화재 제59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로 인정되었고, 이보형의 「호남지방(湖南地方) 토속예능조사(土俗藝能調査) 판소리 고법(鼓法) Ⅰ-Ⅲ」을 시작으로 판소리 고법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고법): 경상남도 무형문화재(1985) 판소리장단: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1992) 판소리고법: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판소리고법: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2001) 판소리고법(박근영):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8) 고법(북ㆍ장구):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13)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03)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출판부, 1940. 최동현, 『판소리 명창과 고수 연구』, 신아출판사, 1997. 송미경, 「창자와의 관계에서 본 판소리 고수의 공연학」, 『공연문화연구』 23, 2011. 이보형, 「호남지방(湖南地方) 토속예능조사(土俗藝能調査) 판소리 고법(鼓法)」 Ⅰ-Ⅲ, 『문화재』 10~12, 1976~1979.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