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악곡의 조(key)나 선법(旋法, mode)을 바꾸는 것
서양음악에서는 선법을 바꾸는 것을 전조(轉調), 음정을 올리거나 내려서 조(key)를 바꾸는 것을 이조(移調)라고 한다. 국악에서는 이를 통틀어 변조라고 하는데, 국악에서 변조의 방법에는 한 곡조 안에서 선법을 변화시키거나, 기존 악곡의 선법을 바꾸어 다른 곡을 만들거나, 기존 악곡의 조나 선법을 변화시킨 후 변주하여 다른 곡을 만드는 예가 있다.
한 곡조 안에서 선법을 변화시켜 진행하는 변조의 예는 가곡 중 〈반엽(半葉)〉ㆍ〈환계락(還界樂)〉ㆍ〈편락(編樂)〉에서 발견된다. 이들 곡은 제1장부터 3장까지는 평조>로 진행하다가 중여음(中餘音)부터 계면조(界面調)로 변조된다. 반대로 한 곡 안에서 계면조 진행하다가 평조로 변조되는 예는 남창가곡(男唱歌曲)의 〈계락(界樂)〉과 여창가곡(女唱歌曲)의 〈평롱(平弄)〉에서 발견되는데, 제1장부터 4장까지는 계면조로 부르다가 제5장부터 평조로 변조된다.
기존 악곡의 선법을 바꾸어 다른 곡을 만드는 변조의 예는 《보태평》 중 〈기명〉과 《정대업》 중 〈독경〉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태평》 중 〈기명〉은 ‘황, 태, 중, 임, 남’ 5음의 평조이고 《정대업》 중 〈독경〉은 ‘황, 협, 중, 임, 무’ 5음의 계면조로, 평조인 〈기명〉을 계면조로 바꾸어 〈독경〉을 만든 것이다. 즉, 〈기명〉의 ‘태’와 ‘남’을 〈독경〉에서 각각 ‘협’과 ‘무’로 바꾸어 선율 선법을 변화시켰다. 그 외에도 평조인 〈서경별곡〉을 계면조로 바꾸어 《보태평》 중 〈영관〉이 나왔다.
기존 악곡의 조나 선법을 변화시킨 후 변주하여 다른 곡을 만드는 예는 《영산회상》 중 〈삼현환입〉과 〈하현환입’에서 찾을 수 있다. 〈하현환입〉은 〈삼현환입〉을 4도 아래로 낮춘 것으로, 〈삼현환입〉은 거문고 7괘(중려)에서 연주하고 〈하현환입〉은 거문고 4괘(황종)에서 연주한다. 그러나 이 두 곡은 완전한 이조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4도 아래로 낮추면서 선율을 약간 변화시키는 변주가 이루어졌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음악은 다양한 변주와 축적에 의해 형성된 음악으로, 새로운 악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변조와 변주의 기법들이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문숙희, 「종묘제례악 기명과 독경의 음악적 변천에 관한 연구」, 『한국음악사학보』 41, 2008.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