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유파의 하나로 경기, 충청 지역에서 주로 전승되어온 소리제
판소리 유파는 크게 지역에 따라 경기ㆍ충청 지역의 소리와 전라도 지역의 소리로 구분되고, 전라도 지역의 소리는 서남부와 동북부의 소리로 구분된다. 이때 경기ㆍ충청 지역의 소리, 더 정확하게는 경기 남부와 충청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판소리 유파를 중고제라고 한다.
1940년에 출판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는 중고제의 유래에 대해 “중고제 호걸제는 염계달(廉季達) 김성옥(金成玉)의 法制(법제)를 많이 繼承(계승)하여 京畿(경기), 忠淸(충청)間(간)에서 大部分(대부분) 流行(유행)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지역 간 왕래가 원활하지 못하였던 조선시대에는 자연스레 지역을 중심으로 음악 문화가 발달하고 판소리 전승이 이루어졌으므로, 판소리 유파도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공연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각 지역의 예인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고 지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판소리 유파는 더 이상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소리 계보에 따른 특성을 보이게 되었고, 이 무렵 중고제 판소리는 전승이 끊어지게 되었다.
19세기 중후반 염계달과 김성옥의 소리를 법제로 하여 경기ㆍ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소리이다.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는 경기ㆍ충청 출신의 판소리 창자로 방만춘ㆍ고수관ㆍ김성옥ㆍ김제철ㆍ정춘풍ㆍ김정근ㆍ황호통 등 20여 명의 충청 지역 창자들이 기록되어 있어, 경기 충청 지역에서도 판소리 문화가 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이동백ㆍ김창룡ㆍ심정순을 끝으로 판소리 중고제는 더 이상 전승되지 않고, 오늘날에는 더늠의 형태로만 남아있다.
중고제 판소리의 특징은 다른 유파에 비하여 평조의 사용이 많은데, 판소리 평조는 충청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남부경토리와 유사한 특징을 갖는 악조이다. 동편제나 서편제 소리에 비하여 선율 진행이 비교적 단조롭고 시김새가 화려하지 않는 등 고졸한 특징을 가지며, 옛 판소리의 특징인 재담 사용이 많다. 20세기 전반 판소리가 크게 유행하면서 대중화되었는데, 중고제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였고, 여전히 즉흥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도 다른 유파에 비하여 전승에 어려움으로 작용하였다.
대표적인 중고제 더늠으로는 《적벽가》 중 〈삼고초려〉, 고수관의 《춘향가》 중 〈자진사랑가〉, 염계달의 《춘향가》 중 〈네그른 내력〉 대목 등이 있다.
신은주, 『판소리 중고제 심정순 가(家)의 소리』, 민속원, 2009.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출판사, 1940.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