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구가 문인들이 향유하던 음악을 거문고, 양금, 생황 등의 악보로 엮은 것으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권93~98에 수록되어 있다. 악보는 「유예지」 권1~6 중 권6에 들어 있다. 현금자보(玄琴字譜)ㆍ당금자보(唐琴字譜)ㆍ양금자보(洋琴字譜)ㆍ생황자보(笙簧字譜) 이상 네 가지 악기의 악보 전체를 '방중악보'라 하였다.
○ 체재 및 규격
26.4×18.8㎝
○ 소장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奎6565-v.1-52)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편찬연도는 미상이나 『임원경제지』를 저술하기 시작한 1806년 이후에 제작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정확한 시기는 추정할 수 밖에 없는데, 『금학절요』(1779~1806년 추정)와『동대금보』(1813)에 수록된 악곡들과 비교를 통해 『임원경제지』 저술이 시작된 1806년에서 『동대금보』 이전, 즉 1813년 사이로 볼 수 있다.
○ 구성 및 내용
「유예지」 권1~6 중 악보는 권6에 있고, 현금(거문고)ㆍ당금(중국 칠현금)ㆍ양금ㆍ생황 이상 네 가지 악기의 악보 전체를 「방중악보」라 하였다. 각 악기의 악보는 현금자보(玄琴字譜)ㆍ당금자보(唐琴字譜)ㆍ양금자보(洋琴字譜)ㆍ생황자보(笙簧字譜)로 되어 있고, 수록 곡의 종류와 곡에는 차이가 있다.
〈현금자보〉
현금자보를 우선적으로 다룬 것은 거문고가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 하여 선비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악기였기 때문이다. 현금자보에는 왼손의 안현법과 오른손의 탄법, 거문고의 산형(玄琴圖)과 아울러 가곡ㆍ《영산회상》ㆍ〈보허사〉 계열의 악보가 수록되어 있다. 악보는 합자보(合字譜)와 육보(肉譜)를 병행하여 기보하였는데, 육보가 중심이 되고 합자보는 보조적으로 사용되었다. 정간보를 사용하지 않았고, 다른 악보에 흔히 보이는 장고보(杖鼓譜)가 없으며 또한 다른 악보에 흔히 보이는 거문고 조현법에 대한 내용은 없다. 연주법에는 왼손의 농현, 오른손의 탄법, 왼손의 안현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그 다음에는 거문고 줄이름,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 5음(五音)의 상징 등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5음을 동물의 소리에 비유한 것이 특이하다.
현금자보에는 총 19곡의 악보가 있는데, 가곡ㆍ《영산회상》ㆍ〈보허사〉 계열의 곡 순서로 되어 있다. 가곡에는 〈우중대엽(羽中大葉)〉ㆍ〈우초엽(羽初葉)〉ㆍ〈우이엽(羽二葉)〉ㆍ〈우삼엽(羽三葉)〉ㆍ〈계중대엽(界中大葉)〉ㆍ〈계초엽(界初葉)〉ㆍ〈계이엽(界二葉)〉ㆍ〈계삼엽(界三葉)〉ㆍ〈농엽(弄葉)〉ㆍ〈우락(羽樂)〉ㆍ〈계락(界樂)〉ㆍ〈편삭대엽(編數大葉)〉ㆍ〈평우조(平羽調)〉ㆍ〈평계조(平界調)〉ㆍ〈삼중대엽(三中大葉)〉ㆍ〈후정화(後庭花)〉가 있다. 사설시조를 창하는 〈농(弄)〉ㆍ〈락(樂)〉ㆍ〈편(編)〉이 모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설시조를 노래하는 곡이 『어은보』 〈우조낙시조(즉 계락)〉에 처음 보인 후로, 「유예지」에 이르러 농(弄)과 편(編)이 형성되면서 가곡창이 더욱 다양화되고 발전하였고, 《영산회상》 계열의 곡도 〈염불타령〉ㆍ〈삼현회입〉 등의 새로운 곡이 등장하여 이 무렵 비약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산회상》에는 현 〈상령산〉ㆍ〈중령산〉ㆍ〈세령산〉ㆍ〈가락더리〉에 각각 해당하는 〈영산회상(靈山會上)〉ㆍ〈세령산(細靈山)〉ㆍ〈영산회상 이층제지(靈山會上 二層除指)〉ㆍ〈영산회상 삼층제지(靈山會上 三層除指)〉 외에 〈염불타령(念佛打領)〉ㆍ〈육자염불타령(字念佛打領)〉ㆍ〈군악유입타령(樂流入打領)〉ㆍ〈우조타령(羽調打領)〉ㆍ〈삼현회입(三絃回入)〉ㆍ〈삼현회입이장두(三絃回入二章頭)〉ㆍ〈삼현회입삼장말(三絃回入三章末)〉 등의 새로운 곡이 등장하여 「유예지」 무렵의 《영산회상》이 오늘날과 같은 모음곡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보허자〉 계통의 곡으로는 〈보허사〉와 그것을 변주한 〈대현환입(大絃換入: 현 미환입)〉 2곡이 있다.
〈당금자보〉
당금(唐琴)은 중국의 칠현금을 가리키는 것으로 당금자보는 중국의 금을 풍류에 수용하고자 하는 서유구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악보는 없고, 칠현금에 대한 설명과 감자보 그리고 오음정조자보(五音正操字譜)로 5음(궁ㆍ상ㆍ각ㆍ치ㆍ우)에 대한 궁의(宮意)ㆍ상의(商意)ㆍ각의(角意)ㆍ치의(徵意)ㆍ우의(羽意)를 제시하였다. 이어 고대 칠현금의 6종(부자금ㆍ혁자금ㆍ호종금ㆍ자기금ㆍ뇌금ㆍ초미금)을 간단한 그림으로 소개한 고금도(古琴圖)와 당시에 사용하던 금에 대한 금금도(今琴圖)가 수록되어 있다.
〈양금자보〉
모두 4곡의 악보가 있다. 양금의 조현법과 연주법에 대한 설명과 조현(調絃: 다스름)ㆍ《영산회상》ㆍ가곡{속칭 자지나엽(紫芝羅葉)} 이상 3곡의 악보가 있다. 양금의 조현법과 연주법에 대한 설명 중에는“표점 •은 한 번을 치고, ••은 두 번 치고, •-•은 연속적으로 굴려 치는 것이다.”라고 하여 악보의 기보법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생황자보〉
생황자보에는 생황안공도(笙簧按孔圖)와 함께 생황의 안공법(按孔法)과 쌍성주법(雙聲奏法)에 대한 설명과 악보가 수록되어 있다. 연주법과 호흡법에 대해 설명하고, 소리의 장단을 부호로 간단히 나타내었다. 〈계면대엽(界面大葉)〉ㆍ〈농락(弄樂)〉ㆍ〈낙시조(樂時調)〉 이상 3곡이 있다.
19세기초에 가곡, 영산회상으로 대표되는 정악의 급격한 발전과정과 거문고 외에 당시 중국에서 들여온 중국의 금·양금·생황 등의 악기가 풍류에 수용되는 양상 그리고 계면조 음계 변화 등의 양상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임원경제지』
송방송, 「『유예지』의 생황자보 해독과 그에 나타난 자진한잎」, 『한국음악사연구』, 영남대학교 출판사, 1982. 임미선, 「『유예지』 농엽의 선율 형성」, 『조선후기공연문화와 음악』, 민속원, 2012. 임미선, 「유예지에 나타난 19세기 초 음악의 향유 양상」, 『조선후기 공연문화와 음악』, 민속원, 2012.
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