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률육려
한 옥타브 안에 반음 정도의 간격으로 배열된 12개의 율.
중국 고대 문헌 중 『여씨춘추』에서 황제의 명으로 황종 율관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12개의 서로 음높이가 다른 율관을 제작하였다는 기록에서 십이율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문헌에서 십이율의 의미와 상징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며, 십이율의 이름은 황종ㆍ대려ㆍ태주ㆍ협종ㆍ고선ㆍ중려ㆍ유빈ㆍ임종ㆍ이칙ㆍ남려ㆍ무역ㆍ응종이다.
십이율의 유래는 중국 고대 문헌 중 기원전 3세기의 『여씨춘추(呂氏春秋)』 「중하기(仲夏記)」에 처음 등장한다. 「중하기」에서는 황제(黃帝)의 명으로 황종 율관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12개의 서로 음높이가 다른 율관을 제작하였으며, 수컷 봉황의 울음과 암컷 봉황의 울음이라는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양률(陽律, 황종ㆍ태주ㆍ고선ㆍ유빈ㆍ이칙ㆍ무역)과 음려(陰呂, 대려ㆍ협종ㆍ중려ㆍ임종ㆍ남려ㆍ응종)의 구분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기원전 770~기원전 476) 8국의 역사를 기록한 『국어(國語)』에서는 12율명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황종→태주→고선→유빈→이칙→무역과 대려→협종→중려→임종→남려→응종의 순서로 언급하여 이 시기에도 양률과 음려를 구분한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중국의 여러 문헌에서는 십이율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서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십이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악학궤범(樂學軌範)』 권1의 「육십조(六十調)」ㆍ「시용아악십이율칠성도(時用雅樂十二律七聲圖)」ㆍ「율려격팔상생응기도설(律呂隔八相生應氣圖說)」ㆍ「십이율위장도설(十二律圍長圖說)」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의미
기준음이 되는 황종의 율관으로부터 삼분손익법을 통해 나머지 11개 율의 율관길이를 산출할 수 있으며, 전체 12개의 율이 한 옥타브 안에 반음 정도의 간격으로 배열되는데 이것이 십이율이다. 십이율의 이름은 황종(黃:E♭4)ㆍ대려(大:E4)ㆍ태주(太:F4)ㆍ협종(夾:G♭4)ㆍ고선(姑:G4)ㆍ중려(仲:A♭4)ㆍ유빈(蕤:A4)ㆍ임종(林:B♭4)ㆍ이칙(夷:B4)ㆍ남려(南:C4)ㆍ무역(無:D♭5)ㆍ응종(應:D5)이다. 중국 고대 문헌들과 우리나라의 『악학궤범』에서는 십이율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12월ㆍ지지(地支)ㆍ별자리ㆍ절기 등에도 배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율명 | 월 | 지지 | 별자리 | 절기/중기 | 수 | 격팔상하생 |
황종 | 11월 | 자 | 성기 | 동지 | 임종하생 | |
대려 | 12월 | 축 | 현효 | 대한 | 76 | 이칙하생 |
태주 | 1월 | 인 | 추자 | 경칩 | 72 | 남려하생 |
협종 | 2월 | 묘 | 강루 | 춘분 | 68 | 무역하생 |
고선 | 3월 | 진 | 대량 | 청명 | 64 | 응종하생 |
중려 | 4월 | 사 | 실침 | 소만 | 60 | 황종상생 |
유빈 | 5월 | 오 | 순수 | 하지 | 57 | 대려상생 |
임종 | 6월 | 미 | 순화 | 대서 | 54 | 태주상생 |
이칙 | 7월 | 신 | 순미 | 처서 | 51 | 협종상생 |
남려 | 8월 | 유 | 수성 | 추분 | 48 | 고선상생 |
무역 | 9월 | 술 | 대화 | 상강 | 45 | 중려상생 |
응종 | 10월 | 해 | 석목 | 소설 | 42 | 유빈상생 |
○ 용례 : 『악학궤범』의 십이율 관련 내용
『악학궤범』 권1에는 십이율과 관련된 내용을 「육십조」ㆍ「시용아악십이율칠성도」ㆍ「율려격팔상생응기도설」ㆍ「십이율위장도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먼저 「육십조」에서는 십이율이 5성(선법, 궁ㆍ상ㆍ각ㆍ치ㆍ우)에 각각 배치되어 60조가 된다고 설명하고, 5성의 궁ㆍ상ㆍ각ㆍ치ㆍ우가 각각 군(君)ㆍ신(臣)ㆍ민(民)ㆍ사(事)ㆍ물(物)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신하)과 민(백성)이 군(임금)보다 낮은 음을 사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청성을 사용해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어지는 「시용아악십이율칠성도」에서는 성종조 아악에서 사용한 십이율과 칠성(궁ㆍ상ㆍ각ㆍ변치ㆍ치ㆍ우ㆍ변궁)을 정리하고 있으며, 여기에서도 십이율과 4청성만을 사용한다고 명시하였다. 다음으로 「율려격팔상생응기도설」에서는 십이율의 유래에 대해 중국 고대 문헌을 인용하여 설명하였고, 십이율이 천간ㆍ지지ㆍ12월ㆍ24절기 등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자세하게 서술하였다. 끝으로 「십이율위장도설」에서는 십이율에 대응하는 율관의 길이와 그 산출 순서에 대해 기록하였다.
십이율은 단순하게 음악을 기록하는 수단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의 우주관, 24절기 등 중국 중심의 한자문화권에서 역사적으로 발전시킨 도덕적 가치 및 자연의 이치와 유기적으로 조직된 체계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악학궤범』 남상숙, 『악학궤범 악론 연구』, 민속원, 2009. 송방송, 『한겨레음악대사전』, 보고사, 2012. 장사훈, 『국악대사전』, 세광음악출판사, 1984. 성현 지음, 이혜구 옮김, 『한국음악학학술총서 5: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김영숙, 「12율의 의의와 도설연구」, 경북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9. 박정련, 「12율명의 의미와 전승 현황에 대한 문헌 검토」, 『인문연구』 61, 2011.
남상숙(南相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