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팔상생법(隔八相生法)
기준음이 되는 황종 율관의 길이를 삼분손일과 삼분익일하여 나머지 열한 개 율관의 길이를 산출하는 방법.
황종(黃:E♭4) 율관의 길이를 삼분손일(三分損一, 삼등분하여 1/3을 제거)하면 임종(林:B♭4) 율관의 길이가 산출되고, 임종 율관의 길이를 삼분익일(三分益一, 삼등분하여 1/3을 더함)하면 태주(太:F4) 율관의 길이가 산출된다. 삼분손익법은 이렇게 삼분손일과 삼분익일을 반복하여 나머지 열한 개 율관의 길이를 산출하는 방법이며, 이로써 한 옥타브를 구성하는 열두 개 율의 율관 길이가 정해진다.
삼분손익법은 기원전 700년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관자(管子)』의 「지원편(地員篇)」에 처음 등장하는데, 궁상각치우 5율만을 산출하였다. 이후 기원전 3~2세기에는 『여씨춘추(呂氏春秋)』 「음율편(音律篇)」과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에서 삼분손익법으로 12율을 산출하였고, 서한(西漢, 기원전 206~25)의 경방(京房, 기원전 77~기원전 37)은 삼분손익법으로 60율을 만들기도 하였다. 1세기 『한서(漢書)』 「율력지(律曆志)」에서도 삼분손익법으로 12율을 산출하는 기록이 있으며, 이후 여러 문헌에서 유사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분손익법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악학궤범(樂學軌範)』의 「율려격팔상생응기도설(律呂隔八相生應氣圖說)」, 「십이율위장도설(十二律圍長圖說)」, 「반지상생도설(班志相生圖說)」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의미
기준음이 되는 황종 율관의 길이를 삼등분하여 그중에서 1/3을 제거하는 것을 삼분손일이라고 한다. 삼분손일을 하면 길이가 짧아진 만큼 황종보다 완전5도 높은 소리가 나는데, 이것이 임종이다. 임종 율관을 다시 삼등분하여 그중에서 1/3 만큼을 더하면 4/3가 되는데 이것을 삼분익일이라 하고, 이때에는 길이가 길어진 만큼 임종보다 완전4도 낮은 소리가 나며, 이것이 태주이다. 이와 같이 삼분손일과 삼분익일을 반복하면 한 옥타브를 구성하는 12율(음)을 산출할 수 있고, 이러한 산출 방법을 삼분손익법이라 한다.
○ 역사적 변천(학계의 다양한 해석)
중국에서 최초로 삼분손익법을 기재한 것은 관중(管仲, 기원전 725~기원전 645 추정)이 쓴 『관자』의 지원편이고, 황종의 길이 81을 기준으로 삼분손익하여 궁상각치우 5음의 수를 산출하였다. 관중은 황종의 길이와 관련하여 소소지수(小素之數)라고 설명하였으며, 여기서 소(素)는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에 따르면 비단을 만드는 견직물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5음을 산출하는 것은 관(管)이 아닌 현(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서한(西漢)의 저명한 음율학자 경방은 삼분손익법으로 60율을 산출하였는데, 이에 대해 『후한서(後漢書)』 율력지에서는 경방이 현악기를 가지고 율의 수를 정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중국 고대에는 현의 비례를 통해 12율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현에서 율을 정한 후 이것이 나중에 관으로 옮겨지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진(晉)나라 양천(楊泉)은 『물리론(物理論)』에서 “현으로 율을 정하고 관으로 음을 정한다.(以絃定律, 以管定音)”라고 서술하였다.1
1) 김성준, 「삼분손익법의 원류에 대한 문헌적 검토」, 『한국음악사학보』 9, 1992.
○ 용례 : 『악학궤범』의 삼분손익법 관련 내용
『악학궤범』 권1에는 삼분손익법과 관련된 내용을 「율려격팔상생응기도설」, 「십이율위장도설」, 「반지상생도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먼저 「율려격팔상생응기도설」에서는 12율이 삼분손익법을 반복하여 산출될 때, 황종으로부터 여덟을 세어 임종에 이르고, 임종으로부터 여덟을 세어 태주에 이르는 것처럼 12율의 산출 간격이 여덟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삼분손익법의 산출 순서에 맞추어 12율이 천간ㆍ지지ㆍ12월ㆍ24절기 등에도 어떻게 배분되는지 자세하게 서술하였다. 다음으로 「십이율위장도설」에서는 삼분손익법으로 산출되는 각각의 율관의 길이 및 산출 순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끝으로 「반지상생도설」에서 음양이 서로 상생(相生)한다는 관점에서 양(陽)이 음(陰)을 하생(下生)하는 것이 삼분손일이고, 음이 양을 상생(上生)하는 것이 삼분익일이라고 정의하였다. 이처럼 『악학궤범』은 삼분손익법에 대한 중국 문헌의 기록을 종합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여기에 덧붙여 우리나라의 율관 길이, 태평소의 음높이 등 실질적인 내용까지 기록하고 있다.
삼분손익법은 중국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것으로 황종 율관의 길이를 기준 삼아 나머지 11개 율관의 길이(음)을 산출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악학궤범』 권1에서 삼분손익법과 관련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중국 문헌의 기록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세한 그림(圖)과 설명(說)을 덧붙이고 있으며, 『악학궤범』 당시의 음악 상황까지 함께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악학궤범』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송방송, 『한겨레음악대사전』, 보고사, 2012. 장사훈, 『국악대사전』, 세광음악출판사, 1984. 성현 지음, 이혜구 옮김, 『한국음악학학술총서 5: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김성준, 「삼분손익법의 원류에 대한 문헌적 검토」, 『한국음악사학보』 9, 1992.
남상숙(南相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