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출(自出)
거문고 연주 시 술대를 사용하지 않고 왼손 운지를 통해 소리 내는 연주법. 또는 그 소리.
거문고 소리 내는 법의 하나. 거문고 연주 시 오른손의 술대를 사용하지 않고 왼손의 모지나 식지로 줄을 치거나 뜯는 등의 방법으로 소리 내는 주법을 ‘자출(自出)’이라 하고 이렇게 나는 소리를 ‘자출성(自出聲)’이라 한다.
자출 주법에 관한 기록은 『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부터 찾아볼수 있다. 여기에 ‘자출’이라는 명칭은 등장하지 않지만 『악학궤범』 권7의 「향부악기도설(鄕部樂器圖說)」 현금(玄琴)항에 ‘먼저 뜯은 소리를 이용하면서 왼손의 운지를 이동하는 주법’에 대한 표기가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자출 주법은 이 이전부터 거문고의 주요한 연주법 중 하나로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연주법>
전통음악에서 사용되는 자출 주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줄을 치는 방법 직전에 운지하고 있던 음보다 높은 음을 낼 경우에 모지나 식지를 들어 올린 후 괘 위에서 줄을 내리쳐서 소리 낸다. 기타의 ‘해머링 온(Hammering on)’ 주법과 유사하다.
② 줄을 뜯는 방법 직전에 운지하고 있던 음보다 낮은 음을 낼 경우에 모지나 식지로 줄을 뜯어 소리 낸다. 모지로 뜯을 경우에는 손 안쪽 방향으로 뜯고 식지로 뜯는 경우에는 손 바깥쪽 방향으로 차듯이 뜯는다. 기타의 ‘풀링 오프(Pulling off)’주법과 유사하다.
③ 미끄러지며 소리 내는 방법 운지하고 있던 모지를 줄에서 떼지 않고 인접한 괘로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면서 소리 낸다. 상행하거나 하행하는 선율 모두에서 사용 할 수 있다. 기타의 ‘슬라이딩(Sliding)’주법과 유사하다.
<표기>
<구음> 자출성의 구음은 시대별로 변화가 있었다. 현재는 초성을 ‘ㄹ’로 바꾸어 부르며 종성인 ‘ㅇ’ 받침은 생략하기도 한다. 덩→러/렁, 둥→루(룽), 등→르(릉), 당→라/랑, 동→로/롱, 징→리/링
<기타> 가곡 반주 등에 나타나는, 문현을 왼손 소지로 튕기거나 괘상청을 왼손 식지로 뜯는 주법도 넓게 보아 자출성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전통적으로는 자출 기호를 쓰지 않고 다른 표시를 하여 구분하고 있으나 현대에 오른손으로 줄을 뜯어 연주하는 피치카토 주법이 사용되면서 이와 구분하기 위해 왼손으로 개방현을 뜯는 주법에 자출 기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자출성은 술대로 내는 소리에 비해 부드러운 음색으로 거문고의 표현 범위를 더욱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술대법과 자출을 혼용하면 빠른 선율을 연주하기 쉽고, 선율의 경과음에 사용하면 선율의 움직임을 유연하게 만든다. 현대에는 오른손과 동시에 연주하거나 줄을 세게 내리 쳐서 오히려 강조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우진, 「거문고 구음의 변천과 기능에 관한 연구」, 『국악학 논총』, 국악고등학교 동창회, 1992. 김준영, 「현대 거문고의 이해와 활용」, 민속원, 2016. 김준영, 『거문고』, 「창작을 위한 국악기 이해와 활용」, 국립국악원, 2018. 박희정, 「거문고 좌수기법 중 자출에 관한 연구」, 한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7. 성현 외, 『樂學軌範』, 1493. 장사훈, 『국악대사전』, 세광음악출판사, 1984. 허윤정, 「16세기 이후 거문고 주법의 변천 과정」, 단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김준영(金埈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