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慢詞), 만곡(慢曲)
사(詞)는 영(令)ㆍ근(近)ㆍ만(慢)의 세 가지로 분류되며, 만(慢)은 가장 늦게 형성되었다. 만(慢)의 글자수는 비교적 많으며, 리듬 역시 느리다.
사((詞)는 당나라 때에 소령(小令, 즉, 令)의 형식만 존재하였으나, 오대(五代)를 거치면서 간단하고 길이가 짧은 소령(小令)은 감정을 자유스럽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악곡에 악절을 추가시키고 악구를 연장시켜 인(引)과 근(近)의 형식을 만들었다. 북송의 사인(詞人) 유영(柳永: 987 추정~1053 추정)은 만사(慢詞)를 많이 창작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만사(慢詞)라는 형식도 매우 급속히 발전하게 되었다.
사(詞)의 분류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송나라 강기(姜夔)의 『백석도인가곡집(白石道人歌曲集)』과 장염(張炎)의 『사원(詞源)』에서 볼 수 있고, 강기(姜夔)는 사(詞)를 영(令)과 만(慢)으로 분류하고 있는 반면에 장염(張炎: 1248~1317 추정)은 사(詞)를 영(令)ㆍ근(近)ㆍ만(慢)과 소사(小詞)ㆍ대사(大詞)의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명나라 고종경(顧從敬)의 『초당시여(草堂詩餘)』에는 글자 수에 따라 사(詞)를 소령(小令)ㆍ중조(中調)ㆍ장조(長調)로 분류하기도 한다.
『고려사』 「악지」 당악 사(詞)의 분류방법은 『백석도인가곡집(白石道人歌曲集)』의 분류방법과 같다. 다시 말하면 『고려사』 「악지」 당악의 사는 영(令)과 만(慢), 두 가지만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영(令)은 『사원(詞源)』에서의 영(令)과 근(近)을 포함하고 있다.
『고려사』 「악지」의 당악에는 만(慢)의 기록이 표기되어 있는 사(詞)가 모두 24가지이며, 이들을 나열하여 보면 〈헌천수【만】(獻天壽【慢】)〉, 〈금잔자【만】(金盞子【慢】)〉, 〈서자고【만】(瑞鷓鴣【慢】)〉, 〈만엽치요도령【만】(萬葉熾瑤圖令【慢】)〉, 〈만년환【만】(萬年歡【慢】)〉, 〈억취소【만】(憶吹簫【慢】)〉, 〈월화청【만】(月華淸【慢】)〉, 〈하운봉【만】(夏雲峰【慢】)〉, 〈취봉래【만】(醉蓬萊【慢】)〉, 〈황하청【만】(黃河淸【慢】)〉, 〈수룡음【만】(水龍吟【慢】)〉, 〈태평년【만】(太平年【慢】)〉, 〈금전악【만】(金殿樂【慢】)〉, 〈애월야면지【만】(愛月夜眠遲【慢】)〉, 〈석화춘조기【만】(惜花春早起【慢】)〉, 〈제대춘【만】(帝臺春【慢】)〉, 〈한궁춘【만】(漢宮春【慢】)〉, 〈화심동【만】(花心動【慢】)〉, 〈우림령【만】(雨淋鈴【慢】)〉, 〈행향자【만】(行香子【慢】)〉, 〈우중화【만】(雨中花【慢】)〉, 〈서강월【만】(西江月【慢】)〉, 〈계지향【만】(桂枝香【慢】)〉, 〈임강선【만】(臨江仙【慢】)〉이다.
만(慢)은 송나라 때에 성행한 사(詞) 형식의 하나이며, 영(令)과 근(近)보다 늦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만(慢)의 글자 수는 영(令)과 근(近)보다 많으며, 리듬도 느린 편이다. 사(詞)의 범위에 속하고 있으므로“의성전사(倚聲塡詞)”의 창작 방법을 이용한다. 장염(張炎) 『사원(詞源)』의 “구곡지요(謳曲旨要)”에는 “파근육균만팔균(破近六均慢八均)”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혜구(1909~2010)는 “균(均)”을 박자로 해석하고 만곡(慢曲)은 8박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려사』 「악지」에는 24가지의 만사(慢詞)가 기록되어 있다.
국립국악원,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7집: 삼국사기 악지, 고려사 악지, 증보문헌비고 악고』, 국립국악원, 1988. 박은옥, 『고려사 악지의 당악연구』, 민속원, 2006. 왕력 지음, 송용준 옮김,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 65: 중국시율학 3』, 소명출판, 2005. 장염(張炎), 『사원(詞源)』.
박은옥(朴恩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