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향악보』 전하는 나례의식 중 구나의식에서 사방신과 방상시를 부르며 축역하는 노래이다.
유래 및 역사
유일하게 『시용향악보』에만 성황반의 가사와 악보가 전한다.
내용
성황반의 경우 그 가사 내용은 사방의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황금목’이라고 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무속과 불교가 습합(習合)되어, 불교의 사천왕(四天王) 같은 수문신(守門神)과 무속의 벽사(辟邪) 관념이 산신 신앙과 결합해 이루어진 무계(巫系) 가사로 알려져 왔다. 성황반은 그 제목에 의해 한 마을의 수호신(守護神)인 성황신(城隍神)을 모신 서낭당을 차려 놓고 고제(告祭)할 때 역귀(疫鬼)를 쫓는 기능을 담당하던 무가(巫歌)가 궁중의 악장으로 흡수된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가사의 내용 중 사방신을 부르는 것은 불교의 사천왕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벽사적 불사로 간주되기도 했다. 즉, 이 성황반이 무가요인지 불가요인지 정의내릴 수 없었다.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성황반의 원문과 해석을 제시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한편으로는 나례 의식의 성격과 절차에 비추어보면 이 성황반의 시가는 나례의 세 번째 의식인 ‘구나’ 의식과의 관련성을 두고 해석되기도 한다. 먼저 사방신을 부르는 것은 구나의식에서 4대문으로 축역하고 각 문 밖에서 몰아낸 역귀를 위한 책양(磔攘) 의식과 연관된다. 구나의식은 황금사목의 방상시(方相氏)와 함께한 나자들이 전안에서 2대로, 전을 나가서는 다시 헤쳐모여 4대를 이루어 궁전안팎과 성의 4대문까지 축역하는 절차로 되어있다. 또한 이후 이 4대는 궁안부터 사대문 밖까지 역귀를 몰아낸 후 가상의 역귀를 파뭍고 술과 생닭으로 사대문 밖에서 제사를 지내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 축역절차를 시각화하면 다음 〈표 2〉와 〈그림 1〉과 같다.
〈표 2〉 궁전(宮殿) 축역절차 도식
대기
근정전 문밖
⟶
축역
내정
⟶
이동
광화문
⟶
축역
궁안
⟶
이동
4대문
⟶
책양
4대문
위 절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나의식의 핵심 절차 중 하나가 바로 4대문까지 역귀를 몰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성황반’은 성황당에서 동서남북의 사방신을 부르는 노래는 축역 후 4대문밖에 나가 제사를 지내주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또한 ‘내외(內外)예 황사목천왕님하’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궁중 나례 때 구나의식에 등장했던 ‘황금사목(黃金四目)’을 가진 방상시와 관계된 것이고, 그렇다면 이것은 신당에서 부르던 노래가 아닌, 나례의식 중 세 번째 절차인 구나의식과 관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시가 성황반은 성황당에서 기은하던 음악이 궁중에 흡수된 것이 아니라, 성의 4문의 축역 후 지내는 제사인 책양과 황금사목의 방상시를 언급한 점에서 궁중에서 세말 구나의식을 묘사한 것이다.
이처럼 성황반의 가사내용을 근거로 판단해보면 가사는 기존에 존재하던 시가가 아닌 궁정내의 의식을 묘사한 창작 시가로 보는 것는 것이다.
단, 노랫말이 새롭게 창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선율까지 창작이었는지는 미지수이다. 당시의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보면, 궁안에 들어와 민간의 노래를 전수하던 여성 전문 음악인인 현수가 유입 전승한 음악에 새로운 가사를 얹었을 것으로 추측되나, 창작여부와 더불어 음악적 스타일도 무가계통이었는지, 민요형인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미상이다.
성황반은 제2강에서 시작하는 계면조의 악곡으로 16정간 71행에서 2정간이 모자란 긴 길이의 악곡이다. 이 71행의 음악은 매구 가사의 뒷부분에 노래하지 않고 선율만 연주되는 여음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 여음에 따라 8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1~8행, 9~16행, 17~23행, 24~33행, 34~41행, 42~48행, 49~63행, 64~71행으로 구분된다.
성황반의 장단은 2행단위로 ‘고(16)/편(8)쌍(8)’이 반복되는 장구형으로 이와 같은 장구형은 동보의 다른 악곡에서는 보이지 않는 유일한 형태이다. 성황반의 마지막 노랫말 ‘천왕님하’는 ‘上二-上一-宮-下一-宮’으로 종지하고, 그 뒤에 여음은 ‘宮-下三-宮’으로 종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