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고려가요
이상곡은 확실한 작자와 창작연대를 알기 어렵다. 이상곡은 〈진작〉의 선율과 형식을 변화하여 만들어진 악곡으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뒤 조선시대 궁중의 향악곡으로 사용되었다. 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노랫말이 음란하다고 하여 성종대에 노랫말이 다시 지어지기도 하였다.
‘이상(履霜)’은 서리를 밟는다는 뜻으로, 중국 문학작품에 자주 사용된 표현이다. 중국 『악부시집』의 이상조(履霜操)가 이형상의 『악학편고』에도 실려 있어 이상곡의 유래를 이상조에서 찾기도 한다. 이상조는 죄 없는 아들이 참언(讒言)에 의해 쫓겨난 뒤 서리를 밟으며 자신의 슬픈 마음을 금을 타며 노래한 것이다. 이형상은 고려 시중 채홍철(蔡洪哲, 1262~1430)이 이상곡을 지었다고 하였으나, 채홍철이 이상곡을 지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없다.
이상곡의 노랫말은 『악장가사』ㆍ『악학편고』ㆍ『대악후보』에 기록되어 있다. 노랫말에 난해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이상곡의 노랫말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 볼 것인지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로 볼 것인지 학계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다.
『대악후보』에 기록된 이상곡의 노랫말과 해석1은 다음과 같다.
(전강) 비오다가 개야아 눈하디신 나래 / 비 오다가 개어 또 눈도 많이 내린 날에,
(중강) 서린석석 사리조 곱도신길헤 다롱디리 / 서리는 내려 서걱서걱하고 우거진 나무숲에 좁고 굽어 돌아난 길에,
(후강) 우셔마득 사리마득 너즈세너우지 / 디롱디우셔 마득사리 마두너즈세 너우지
(부엽) 잠간내니믈 녀겨깃 열명길헤자라오리잇가 / 잠을 따 간 내 임을 그리워하는데, 그러한 희미한 길에 자러 오겠습니까.
(대엽) 죵죵霹靂 生陷墮無間 고대셔싀여딜 내모미 / 때때로 벼락 소리 나고 살아 무간지옥에 떨어져, 곧 죽을 수 있는 이 몸이,
(대엽) 죵霹靂아 生陷墮無間 고대셔싀여딜 내모미 / 끝 벼락 소리 나고 살아 무간지옥에 떨어져, 이제 곧 죽을 이 몸이,
(부엽) 내님두고 년뫼거로리 / 내 임 두고 다른 산길을 걸으리.
(사엽) 이러쳐 뎌러쳐 / 이렇게 저렇게,
(부엽) 이러쳐뎌러쳐 期約이잇가 / 이렇게 저렇게 어떤 것이 기약입니까.
(오엽) 아소님하 녀졋 期約이다 / 아소서 임이시여, 한 곳에 가자는 약속입니다.
1) 노랫말 해석은 김명준, 『신증 고려 속요 집성』, 다운샘, 2017, 209쪽.
세종 29년(1447)에 제작된 속악보(俗樂譜)에 이상곡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당시에 만들어진 악보는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이상곡의 악보는 『대악후보』 권5에 〈진작사(眞勺四)〉 다음 악곡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악후보』의 이상곡은 16정간을 한 행으로 구분한 정간보에 39행의 길이로 기보되어 있고, 장구장단은 ‘고(16정간)-편(8정간)-쌍(8정간)’이 2행을 주기로 반복된다. 이상곡의 선율은 〈진작사〉의 선율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나 ‘대엽’ 부분을 유사한 노랫말로 두 번 반복한 점, ‘이엽’과 ‘삼엽’을 생략한 점에 있어서 〈진작4〉와 형식적인 차이를 보인다.
『경국대전』의 악공 취재에 사용된 향악 곡목 중에 이상곡이 기록되어 있으나, 노랫말이 음란하다 하여 성종 21년(1490)에 이상곡의 새로운 노랫말이 지어졌다. 병와 이형상은 고려 시중 채홍철이 이상곡을 지었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궁중의 향악곡으로 중요하게 사용된 고려가요 중 하나이다. 향가의 잔존 형태로 일컬어지는 작품이기도 하여 향가 연구와 고려가요 및 조선조 악장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악곡이다. 이상곡은 〈진작사〉의 선율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진작류 악곡의 특징과 선율의 파생방법을 살펴볼 수 있는 악곡이라 할 수 있겠다.
『경국대전』 『대악후보』 『세종실록』 『병와선생문집』 『악부시집』 『악장가사』 『악학편고』 권영철, 『악학편고』, 형설출판사, 1976. 김명준, 『악장가사 연구』, 다운샘, 2004. 김명준, 『신증 고려 속요 집성』, 다운샘, 2017. 양태순, 『고려가요의 음악적 연구』, 이회문화사, 1997. 문숙희, 『고려말 조선초 시가와 음악형식』, 학고방, 2009. 강혜진, 「장가(長歌)에서 ‘대엽(大葉)’의 정체성과 확대 양상」, 『국악원논문집』 46, 2022. 문숙희, 「진작류 고려가요의 악곡형식」, 『한국음악사학보』 29, 2002. 신재홍, 「이상곡의 분절과 해석 : 향가와 관련하여」, 『국어교육』 140, 2013. 박노준, 「이상곡과 윤리성의 문제」, 『동아시아 문화연구』 14, 1988. 최용수, 「〈이상곡〉 고」, 『한민족어문학』 15, 1988.
강혜진(姜惠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