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삼(眞勺三)
『대악후보』에 전하는 〈진작일〉ㆍ〈진작이〉ㆍ〈진작삼〉ㆍ〈진작사〉 중 〈진작삼〉을 지칭하는 악곡명
『성종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진작〉은 노랫말이 충신이 임금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으므로 왕이 정전에서 신하를 대할 때 〈진작〉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악학궤범』 권5, 시용향악정재도설(時用鄕樂呈才圖儀) 중 학연화대처용무합설(鶴蓮花臺處容舞合設)에 전하는 〈삼진작〉의 노랫말은 전강ㆍ중강ㆍ후강ㆍ부엽ㆍ대엽ㆍ부엽ㆍ이엽ㆍ삼엽ㆍ사엽ㆍ부엽ㆍ오엽의 11개 시행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시행의 노랫말은 2음보격과 3음보격이 혼합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나, 2음보격보다 3음보격이 우세하다.
(전강) 내 님믈 그리와 우니다니 / 내 님을 그리워하여 울더니
(중강) 山 졉동새 난 이슷요이다 / 산접동새와 나는 비슷하여이다
(후강) 아니시며 거츠르신 아으 / 아니라 하시며 잘못되었다 하신들 아으
(부엽) 殘月曉星이 아시리이다 / 잔월효성이 아르시이다
(대엽) 넉시라도 님은 녀져라 아으 / 넉시라도 님은 한데(같이) 가고 싶어라 아으
(부엽)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 / 우기시던 이(사람) 뉘이니있까
(이엽) 過도 허물도 千萬 업소이다 / 과도 허물도 천만 없소이다
(삼엽) 힛 마리신뎌 / 모함하는 말인지고
(사엽) 읏븐뎌 아으 / 슬픈지고 아으
(부엽) 니미 나 마 니시니잇가 / 님이 나를 하마 잊으셨나이까
(오엽) 아소 님하 도람 드르샤 괴오쇼셔 / 아소 님하 도로 들으시어 사랑하소서
노랫말 해석은 이혜구,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343쪽.
〈삼진작〉의 악보는 〈진작삼〉이라는 악곡명으로 전한다. 『대악후보』 권5에는 〈진작일〉ㆍ〈진작이〉ㆍ〈진작삼〉ㆍ〈진작사〉의 악보가 실려 있다. 〈진작일〉은 가장 복잡한 선율로 되어 있어 악곡의 속도가 가장 느리고, 〈진작이〉ㆍ〈진작삼〉으로 갈수록 선율이 간단해지고 악곡의 속도가 빨라진다. 〈진작삼〉은 〈진작일〉에서 음을 덜어내어 만들어진 〈진작이〉의 선율을 변화시켜 만들어진 악곡이다. 〈진작사〉는 〈진작이〉의 선율을 축소하여 만들어진 악곡으로, 〈진작일〉ㆍ〈진작이〉ㆍ〈진작삼〉의 장단주기 4행을 2행으로 줄여 음악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진작삼〉은 한 행(行) 16정간(井間)을 3ㆍ2ㆍ3ㆍ3ㆍ2ㆍ3정간의 여섯 대강(大綱)으로 구분한 악보에 오음약보로 기보되어 있다. 제3대강부터 음악이 시작하고, 장구 장단은 고(鼓) 2행ㆍ편(鞭) 1행 ㆍ쌍(雙) 1행이 하나의 주기를 이루어 4행 단위로 반복된다.
전체 80행으로 구성된 〈진작삼〉은 4행 길이의 대여음(大餘音)에 의해 전강ㆍ중강ㆍ후강ㆍ부엽, 대엽ㆍ부엽, 이엽ㆍ삼엽ㆍ사엽ㆍ부엽ㆍ오엽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부엽ㆍ이엽ㆍ삼엽ㆍ오엽은 하삼(下三)-하사(下四)-하오(下五)의 완전종지 선율형으로 마치고, 후강ㆍ대엽ㆍ사엽의 마지막 음보 ‘아으’는 하이(下二)에서 궁(宮)으로 상행하는 선율형으로 되어 있다.
〈진작삼〉의 선율은 세종이 만든 신악(新樂) 봉래의(鳳來儀) 중 용비어천가를 한글로 노래하는 〈치화평삼(致和平三)〉의 선율에 차용되었고, 가곡의 원형인 〈만대엽(慢大葉)〉의 선율에도 영향을 주었다.
『경국대전(經國大典)』 『대악후보(大樂後譜)』 『세종실록(世宗實錄)』 『성종실록(成宗實錄)』 『악학궤범(樂學軌範)』 이혜구, 『보정 한국음악사』, 국립국악원, 2011. 이혜구 역,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강혜진, 「<진작 일・이・삼>의 선율구조: 음보에 따른 음군의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음악연구』 65, 2019. 강혜진, 「〈진작 3〉과 〈치화평 3〉의 선율과 형식」, 『국악원논문집』 42, 2020. 이지선, 「진작사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3. 이혜구, 「치화평과 진작」, 『동방학지』 56, 1987. 이혜구, 「경국대전 취재항목 중의 당악과 향악」, 『한국음악연구』 21, 1993.
강혜진(姜惠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