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전춘 별사(滿殿春 別詞)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고려가요.
고려 명종이 총애하던 궁녀 명춘(明春)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도망시(悼亡詩)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한편 궁녀가 임이 돌봐 주지 않음을 탄식하며 지은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 낙양춘의 작자와 유래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기 어렵다. ‘만전춘(滿殿春)’의 의미는 궁전에 가득한 봄, 아주 늦은 봄 등으로 풀이된다.
〈만전춘〉의 원래 노랫말은 남녀상열지사로 되어 있어 『악장가사』에 ‘만전춘 별사(滿殿春別詞)’라는 제목으로 기록되어 있다. 만전춘 별사는 『악장가사』의 ○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6개의 부분으로 구분된다.
1 어름우희 댓닙자리보와 님과나와 어러주글만뎡
2 어름우희 댓닙자리보와 님과나와 어러주글만뎡
3 졍(情)둔오ᄂᆞᆳ범 더듸새오시라 더듸새오시라
4 경경고침샹(耿耿孤枕上)애 어느미오리오 셔창(西窓)을 여러ᄒᆞ니 도화(桃花)ㅣ발(發)두다
5 도화(桃花) 시름업서 쇼춘풍(笑春風)다 쇼춘풍(笑春風)다
6 넉시라도 님을 녀닛경(景) 너기다니
7 넉시라도 님을 녀닛경(景) 너기다니
8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 뉘러시니잇가
9 올하올하 아련비올하 여흘란어듸두고 소해자라온다
10 여흘란어듸두고 소해자라온다
11 소콧얼면 여흘도됴니 여흘됴됴니
12 남산(南山)애 자리보와 옥산(玉山)을 벼여누어
13 금슈산(錦繡山) 니블안해 샤향(麝香)각시를 아나누어
14 남산(南山)애 자리보와 옥산(玉山)을 벼어누어
15 금슈산(錦繡山) 니블안해 샤향(麝香)각시를 아나누어
16 약(藥)든가을 맛초사이다 맛초사이다
17 아소님하 원평(遠代平生)애 여힐모새
만전춘 별사의 제1ㆍ2구, 제6ㆍ7구의 노랫말이 동일하고, 제12~13구의 노랫말이 제14~15구에서 반복된다. 만전춘 별사 제6∼8구의 노랫말은 〈진작〉 ‘대엽∼부엽’의 노랫말과 유사하고, 마지막 제17구는 〈진작〉의 마지막 ‘오엽’과 같이 ‘아소님하’로 시작된다.
『세종실록악보』에 새로운 노랫말로 된 만전춘의 악보가 전하고, 『대악후보』에는 노랫말이 없는 만전춘 악보가 전하는데, 두 악보에 기록된 만전춘의 선율은 동일하다. 『세종실록악보』의 만전춘은 〈봉황음〉의 노랫말과 같은 ‘산하천리국(山河千里國)에’로 시작하는 노랫말로 되어 있고, 만전춘별사의 제10, 14, 15구에 해당하는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장사훈은 『대악후보』의 만전춘이 만전춘 별사를 노랫말로 하는 원래의 만전춘이라고 보았고, 그 형식을 ‘전강-중강-소엽-후강-중엽-소엽-대엽-중엽-소엽’으로 구분하였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중국 사신에게 위로연을 베풀 때 〈낙양춘〉, 〈환궁악〉, 〈감군은〉, 〈납씨가〉 등의 곡과 만전춘을 연주하게 하도록 하였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만전춘이 악공을 뽑기 위한 향악곡으로 사용되었고, 『성종실록』에는 정대업 중 〈혁정〉의 곡조와 노랫말이 만전춘과 유사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만전춘〉은 조선시대 궁중의 향악으로 사용된 고려가요 중 한 곡이다. 원래 노랫말인 만전춘 별사의 노랫말 중 일부가 〈진작〉과 유사하지만 악곡의 형식은 〈진작〉과 차이를 보인다. 세종조에 새로 만든 정대업 중 〈혁정〉이 만전춘의 선율을 사용하여 만들어졌으므로 종묘제례악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경국대전』 『대악후보』 『성종실록』 『세종실록』 『악장가사』 장사훈, 『국악논고』, 서울대학교출판부, 1980. 이혜구 역주, 『세종장헌대왕실록 22: 악보Ⅰ』,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3. 강혜진, 「장가(長歌) ‘대엽’의 정체성과 확대 양상」, 『국악원논문집』 46, 2022. 김세중, 「〈처용가〉와 〈만전춘〉 줄나눔의 실제와 문제점」, 『동양음악』 24, 2002. 문숙희, 「동동·정읍·만전춘의 악구종지 고」, 『한국음악사학보』 27, 2001. 손종흠, 「만전춘별사의 명의와 성격에 대한 연구」, 『열상고전연구』 52, 2015. 이진규, 「고려 우리말노래 「만전춘」의 형성과 성격 연구」, 『국제언어문학회』 38, 2017. 허왕욱, 「만전춘의 가창 방식과 의미 구조 연구」, 『문학교육학』 21, 2006.
강혜진(姜惠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