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향악보』에 실린 곡으로 연산군 대 세말 궁중 나례의식 때 불린 곡
조선시대 세말 나례의식 때의 궁중 상황을 묘사한 내용으로 구나의식 때 불린 곡이다. 다른 악보에는 보이지 않으며 『시용향악보』에 평조 악곡으로 수록되어 있다.
나례가는 다른 악보에는 보이지 않으며 연산군 때 편찬된 『시용향악보』에 유일하게 수록되어 있다.
○ 구성요소 및 원리 『시용향악보』 나례가에는 나례일에 광대(廣大)와 귀(鬼)(신)이 등장하고 궁에는 산 굿판이 곁들여진다. 나례일이 언급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나례 때 불려진 시가로 추정되었다. 『시용향악보』 나례가의 가사 원문과 해석을 소개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원문 | 해석 |
---|---|
나령공택(羅令公宅) 나례일(儺禮日)이, 廣大도 金線이샤ᄉᆞ이다. 그ᇰ에ᅀᅡ 山ᄉ굿ᄇᆞᆺ 겻더신ᄃᆞᆫ, 鬼衣도 金線이리라. 리라리러 나리라 리라리. |
나령공택 나례일에, 광대도 금선이시오리다. 궁에는 산굿판 곁들였는데, 귀신의 옷도 금선이구나. 리라리러 나리라 리라리. |
『시용향악보』 나례가에는 나례일에 광대(廣大)와 귀(鬼)(신)이 등장하고 궁에는 산(山) 굿판이 묘사되어 있다. 기존의 해석에 의하면, 나례가는 순수한 무가(巫歌)였던 것이 궁중의 악장으로 채택되면서부터 무악(舞樂)으로 개편된 것이고, ‘나령공택(羅令公宅)’에서 ‘광대가 금선(金線)’으로 된 무복을 입고 ‘산굿’을 행하는 모습이 객관적 시점으로 진술되고 있다는 점에서 궁중 무악과 관련된 곡이라거나, 광대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연희성을 간직한 노래로 간주되기도 했다. 또한 ‘금선’이 있는 복색은 바로 처용의 옷에 금색으로 칠하던 것과 관계되며, ‘산굿’은 주술적 행위로, 이 작품을 나례의 연희성만을 간직한 노래로 보기보다는 짧은 노래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주술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노래 등으로 다양하게 추측되어 왔다. 즉, 기존의 해석들은 위 나례가를 하나의 거편의 ‘궁중악무(宮中樂舞)’ 혹은 ‘연희요’나 방상시(方相氏)가 굿을 하는 ‘주술 노래’ 등 각각 서로 다른 형태로 보고 있어는 상황이다.
이처럼 다양하게 추정된 핵심 원인은 ‘나례가’의 제1구에 등장하는 ‘나령공택(羅令公宅) 나례일(儺禮日)이’의 해석에 대한 어려움과, 제 2ㆍ3ㆍ4구에 등장하는 ‘광대’, ‘산굿’, ‘귀신’과 같은 이질적인 내용이 종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복잡성이 나례의 이질적 복합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시되었다.
먼저 제1구의 ‘나령공택 나례일에’의 해석은 나례의식 중 ‘계동대나의’의 기록에 비추어 보면 구나의식을 요약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조선시대 궁중 나례의식은 크게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나(觀儺), 관화(觀火), 구나(驅儺), 관처용(觀處容)이 대략적인 구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4종의 나례 중 핵심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구나 의식은 나자(儺者)들이 편대를 이루어 준비하고, 준비가 다 끝나면 승지는 임금에게 고하여, 축역허가를 받는다. 이처럼 허락을 받은 후에 통솔자는 명하여 ‘편대를 이뤄 벌려선 나자들’을 이끌고 ‘공공의 공간’, 즉 궁궐의 안팎을 ‘두루 축역’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에 비추어 첫 구를 해석하면 바로 ‘편대를 이뤄 벌려선[羅] 나자들을 이끌고[令] 궁궐[公宅]을 축역하는 날[儺禮日]에’ 혹은 ‘편대를 이뤄 벌려선[羅] 나자들을 통솔하여[令] 궁궐을[公宅] 축역하는 날[儺禮日]에’로 해석가능하다. 이와 같은 해석은 『세종실록』의 ‘계동대나의’이 내용에 의해 지지된다. 즉, 위에서 제시된 것처럼 ‘포열한 나자들을 인도하여 명을 받아 궁궐을 큰소리로 호령하며 두루 축역하는 것’이 구나의식이고, 제1구의 ‘나령공택 나례일에’는 이와 같은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위에서 나자들이 두루 축역하기 위해 궁전의 안팎에서 두 번에 걸쳐 헤쳐 모이며 편대를 이루는데, 궁안에서는 2대, 궁밖에서부터 궐문을 지나 성문까지는 4대를 이루어 축역하는 절차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서 ‘나례가’의 벌려서는 의미의 ‘나(羅)’ 해석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제2구의 ‘광대(廣大)도 금선(金線)이샤ᄉᆞ이다’와 제3구의 ‘그ᇰ에ᅀᅡ 山ᄉ굿ᄇᆞᆺ 겻더신ᄃᆞᆫ’와 제4구의 ‘귀의(鬼衣)도 금선(金線)이리라.’의 해석은 광대와 산굿, 그리고 귀신까지 이질적인 내용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있어서 해석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종합극 형태의 궁중악무 혹은 연희요, 방상시의 산굿, 혹은 외부 신당에서 기은하던 것 등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위의 모든 등장인물은 모두 궁중 나례일에 복합적인 일련의 의식에 참여한 이들을 묘사한 것으로 풀이하면 자연스럽게 해석이 가능해진다. 조선시대 매년 연말 궁중 나례의 4종 의식은 성종 이후로는 대체로 관나, 관화, 구나, 관처용의 순서로 정착되었다. 제2구의 ‘광대도 금선이샤ᄉᆞ이다’에 나타난 광대는 관나, 관화 때의 영우, 우인 등 광대들이 금실이 수놓아진 옷을 입고 화려하게 공연했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제3구의 ‘그ᇰ에ᅀᅡ 山ᄉ굿ᄇᆞᆺ 겻더신ᄃᆞᆫ’은 나례일에 궁정에 펼쳐진 산대와 산대희로 해석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나례의식 중 산대가 세워지는 경우는 관화 때의 설화산대와 광대화희인데, 연산군은 이례적으로 관나에는 설치하지 않던 산대를 궁정 안에 양대로 나누어 세우도록 하였기 때문에 ‘궁에 곁들여진 산굿판’은 연산군 11년(1505) 12월 16일 경회루에 채붕을 만들고 산대를 세운 기록에 의해 지지된다.
제4구의 ‘귀의도 금선이리라’에서 귀신은 방상시, 혹은 처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구나의식에서 방상시는 황금사목의 큰 가면을 쓴다는 점에서 눈은 황금색으로 되어 있으나 옷에 금선을 두르는 것과는 달라서 거리가 멀다. 처용은 『악학궤범』에 처용의 의상으로 금(金)을 붙인 홍정대(紅鞓帶)(붉은 허리띠)를 두르는 것에 의해 귀의는 처용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 그 외에도 구나 의식에 참여한 진자로서 중 채찍을 들지 않고 가면만 쓴 역귀 역할자인 28인의 의상에 금선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귀신의 역할자라는 점에서는 역시 이들을 가리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시용향악보』의 나례가에 나타난 ‘나령공택’, ‘광대’, 그리고 ‘궁 안에 곁들여진 산굿판’, ‘귀신’과 같이 서로 이질적인 내용에 대한 해석의 어려움은 이처럼 구나의식의 앞뒤에 복합적인 나례의 4가지 의식이 이어져 펼쳐졌던 당일날의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례가는 나례가 갖고 있던 복합적인 속성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시가의 내용은 나례일의 준비 상황을 묘사한 것이기에 기존의 산신제 등에서 기은하던 악곡이 궁중에 유입된 것이라기보다는 연산군 11년 12월 나례와 관련하여 새롭게 창작된 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나례가의 가사는 새롭게 만들어진 것인데, 그 선율의 창작 여부에 대해서는 미상이다.
나례가의 새로운 가사를 기존에 불리던 악곡에 얹어 불렀는지, 아니면 당시에 선율도 새로 만들었지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례가는 평조로 총 10행의 악곡이며 순차적 하행종지하는 음악이다.
나례가의 장단은 1행 단위로 ‘고(5)요(3)편(5)쌍(3)‘이 반복되는 형식으로 동보의 〈사모곡〉, 〈서경별곡〉, 〈정석가〉, 〈청산별곡〉, 〈유구곡〉, 〈귀호곡〉, 〈대왕반〉, 〈삼성대왕〉, 〈대국〉과 동일하다.
나례가는 이미 동보의 〈삼성대왕〉과 그 선율이 유사하고 후대의 악보인 『금합자보』에 경기체가로 알려진 〈한림별곡〉과도 유사한 선율로 되어 있다. 즉 나례가는 〈삼성대왕〉 및 〈한림별곡〉의 선율은 한두음을 제외하고는 유사한 형태로 개변관계의 곡이다.
『시용향악보』의 나례가를 가로정간보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제1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宮 | 宮 | 上一 | 上一 | 宮 | 上一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羅 | 令 | 公 | 宅 | |
제2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宮 | 上三 | 上二 | 上一 | 宮 | 宮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儺 | 禮 | 日 | 이 | |
제3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上二 | 上三 | 上一 | 宮 | 下一 | 下二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廣 | 大 | 도 | 金 | 線 | 이 | |
제4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下一 | 上一 | 宮 | 下一 | 宮 | 宮 | 上二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샤 | ᄉᆞ | 이 | 다 | 긍 | 에 | |
제5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上二 | 上一 | 宮 | 宮 | 上二 | 上一 | 宮 | 下一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
|
|
|
|
△ㅏ | |
|
山 ㅅ |
|
|
굿 | |
ᄇᆞᆺ | |
|
|
제6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宮 | |
上一 | 宮 | 下一 | 下二 | |
|
下二 | |
|
上二 上一 |
|
上一 |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셧 | 더 | 신 | ᄃᆞᆫ | 鬼 | 衣 | |
제7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宮 | 上一 | 宮 | 下一 | 下二 | 下三 | 下四 | 下五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도 | 金 | 線 | 이 | |
제8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下五 | 上二 | 宮 | 宮 | 上一 | 上二 | 上一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리 | 라 | 리 | |
제9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下五 | 上二 | 宮 | 宮 | 上一 | 上二 | 上一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리 | 라 | 리 | |
제10행 | 제1강 | 제2강 | 제3강 | 제4강 | 제5강 | 제6강 | |||||||||||
---|---|---|---|---|---|---|---|---|---|---|---|---|---|---|---|---|---|
나례가 | 제1소행 | 宮 | 上一 | 宮 | 下一 | 下二 | 下三 | 下四 | 下五 | ||||||||
제2소행 | 鼓 | 搖 | 鞭 | 雙 | |||||||||||||
제3소행 | 拍 | ||||||||||||||||
제4소행 | 리 | 라 | 리 | |
관찬악보 『시용향악보』에 일곱 번째 곡으로 수록된 나례가는 동보의 〈삼성대왕〉이나 악장체 〈한림별곡〉으로 변개한 방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악학궤범(樂學軌範)』 김학성, 『한국 고시가의 거시적 연구』, 집문당, 1997. 박병채, 『고려(高麗) 가요(歌謠)의 어석연구(語釋硏究)』, 이우출판사, 1978. 윤아영, 『왕실의 연말문화, 나례: 유교 제도화 과정과 왕실의 연말 문화』, 국학자료원, 2022. 윤아영, 「『시용향악보』 간행 배경 재고(再考)」, 『동양음악』 43, 2018.
윤아영(尹娥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