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향악보』의 쌍화곡에는 "속칭 ‘쌍화점’"이 병기되어 있다. 세조 때 음악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대악후보』에 〈쌍화점〉의 한글가사와 악보가 실려있으며, 조선시대 음사로 간주된 이 〈쌍화점〉의 가사를 군신지례와 성수무강 내용의 한문가사로 고치고 선율을 8행 단위 장고형에 얹어 만든 것이 『시용향악보』의 쌍화곡이다. 한글 가사 전체는 『악장가사』에도 전한다.
내용
○ 구성요소 및 원리
쌍화곡의 가사는 4언 1구의 율시인데, 매 글자는 8정간에 배분되어 16정간 1행에 두글자씩 노래한다. 가사는 “보전지방(寶殿之傍)/쌍화천방(雙花薦芳)/래서아왕(來瑞我王)/복복기향(馥馥其香)/엽엽기광(燁燁其光)/윤의기상(允矣其祥)/어목아왕(於穆我王)/비치이창(俾熾而昌)/계서불망(繼序不忘)/솔유구장(率由舊章)/무태무황(無怠無荒)/강기사방(綱紀四方)/(여음)/군명신량(君明臣良)/어수일단(魚水一堂)/경계 儆戒 昧庶事斯康 和氣滂洋 /가서이창(嘉瑞以彰)/(여음)/가서이창(嘉瑞以彰)/복리양양(福履穰穰)/지구천장(地久天長)/성수무강(聖壽無疆)(여음)”으로 되어 있다.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쌍화곡의 원문과 해석을 소개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표 1〉 『시용향악보』 쌍화곡(雙花曲)의 원문과 해석
원문
해석
보전지방(寶殿之傍)/쌍화천방(雙花薦芳)/
궁전 곁에서, 쌍화를 바치노니,
래서아왕(來瑞我王)/복복기향(馥馥其香)/
상서로운 우리 임금께, 그 향기 아름답고,
엽엽기광(燁燁其光)/윤의기상(允矣其祥)/
그 빛이 화려하니, 상서로움이 마땅하네.
어목아왕(於穆我王)/비치이창(俾熾而昌)/
위대하신 우리 임금, 빛나고 창성하시어,
계서불망(繼序不忘)/솔유구장(率由舊章)/
계승하여 잊지 마소서. 옛 음악을 통하여,
무태무황(無怠無荒)/강기사방(綱紀四方)/
나태하지도 말고 황음하지도 말아서, 온 세상에
기강을 세우소서.
(여음)
(여음)
군명신량(君明臣良)/어수일단(魚水一堂)/
임금이 밝고 신하가 뛰어난데, 한 곳에서 화락하시니,
경계미황(儆戒昧遑)/서사기강(庶事斯康)/
경계할 일 없다네. 여러 일들 편안히 하여,
화기방양(和氣滂洋)/가서이창(嘉瑞以彰)/
화기가 넘치니, 서기가 빛나도다.
(여음)
(여음)
가서이창(嘉瑞以彰)/복리양양(福履穰穰)/
서기가 빛나, 복록이 많으리니,
지구천장(地久天長)/성수무강(聖壽無疆)/
하늘과 땅이 영원하듯, 만수무강 하소서.
(여음)
(여음)
쌍화곡의 전체 악곡은 16정간에 52행의 길이로 되어 있고, 종지와 여음에 의하여 3장으로 구분되는데, 1장은 1~28 행, 2장은 29~41행, 3장은 42~52행으로 되어 있다. 여음은 동일한 선율이다.
쌍화곡의 악조는 평조이며, 『대악후보』 26행 길이의 5정간과 3정간 단위의 장단형의 〈쌍화점〉 26행을 8정간과 8정간 단위의 규칙적인 장단형에 선율을 얹어 고친 것이 쌍화곡이다. 불규칙한 1자다음(一字多音, melismatic style)식의 음악이 1자1음(一字一音, syllabic style)식으로 고쳐지면서 향악이 고취악화되는 현상이 보인다. 비록 장구형과 박자는 중국의 고취악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여음을 가진 점, 악구의 첫머리에 박이 들어가는 점, 향악의 장구형을 가진 점에 의해 여전히 향악적인 요소는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쌍화곡의 장단은 2행 단위로 ‘고(8)/요(8)/편(8)쌍(8)’이 반복되는데, 이와같은 장고형은 동보의 〈상저가〉, 〈군마대왕〉, 〈구천〉, 〈별대왕〉과 동일하다.
쌍화곡의 종지형에 있어서는 본곡과 여음의 종지형으로 나누어 본곡의 끝인 ‘강기사방’, ‘가서이창’, ‘성수무강’은 순차적 하행종지형으로 되어있고, 여음의 종지형은 下三-宮으로 끝나는 상행종지형으로 되어있다. 이전까지는 순차적 하행 종지형을 향악의 종지형으로 보았는데, 아악이나 고취악의 종지형이 순차적 하행종지형으로 된 점에 의해 최근 순차적 하행 종지형은 향악의 종지형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또한 이 쌍화곡이 현전 〈길군악(折花)〉으로 이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즉, 현전의 〈길군악〉은 악곡구조 및 박자, 리듬, 6개장(章)으로 된 형식 등에서 쌍화곡과 같은데, 특히 〈길군악〉의 '쌍쌍쌍요' 장구형이 쌍화곡의 '고요편쌍' 장구형과 관련되었다는 주장이다. 현전 〈길군악〉의 1행 2ㆍ2ㆍ2ㆍ2정간의 박자와 리듬이 〈길군악〉 한배가 빠른 8ㆍ8ㆍ8ㆍ8정간의 균등박자에서 유래되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두 곡의 시대적 간극이 크고 균등박이라는 점은 고취악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박자 구조이기 때문에 양자의 유관 관계는 찾기 어렵다.
쌍화곡은 조선초 신악 〈정명(貞明)〉과 관계된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명〉은 세종 때 만들어진 《보태평》 중 아홉 번째 곡이며 세조 때는 〈용광〉과 합쳐져 〈용광정명〉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