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모는 구마종(驅馬從)과 역졸(驛卒) 혹은 사령이 가마를 실은 말을 잘 몰도록 높고 긴 음으로 외치며 부르는 소리
권마성은 임금의 행차에는 사복시(司僕寺)의 말을 거두는 거덜들이, 수령의 행차에는 역졸 혹은 사령들이 쌍교(雙轎)나 독교(獨轎)와 같은 말에 올린 가마를 몰고 가며 높고 긴 음으로 외치며 부르는 소리이다. 뒤에는 민간에서 사인교와 같이 사람이 메는 가마의 교군(轎軍)들도 이것을 불렀다. 권마성은 높은 음으로 길게 외치는 소리인데 《영산회상(靈山會相)》의 〈군악〉과 판소리 더늠 중 ‘권삼득 설렁제’에 영향을 주었다.
가마는 원래 말에 탈 것을 얹어 귀한 사람이 타는 도구를 이르는 것인데, 후에 사람이 메는 교(轎)를 가마라 이르게 되었다. 말에 실린 가마에 귀인이 타고 행차할 때, 구마종이 말을 잘못 몰아 말이 넘어지면 가마에 탄 귀인이 위험하므로 곁에서 수행하는 거덜이나 사령이 미리 주의를 시킨다. 방법은 이들이 높은 음으로 길게 메기면, 구마종이 이를 받는 소리로 길게 부른다. 이를 권마성이라 한다. 이처럼 권마성은 가마 뒤에 따라가는 역졸이나 사령들이 높은음으로 소리쳐 구마종을 독려하는 영(令)과 교군이 영을 받는소리로 구성되었다. 내용은 가마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고로 저으라는 것, 길에 박힌 숨은 돌을 조심하라는 것, 길의 굽어진 굽이를 조심하라는 것 등이 있다.
권마성은 교군들이 사인교와 같은 가마를 메고 가며 불렀으나, 본래 이것은 말을 모는 구마종이 쌍교나 독교와 같은 말에 올린 가마를 몰고 가며 불렀다. 이것은 높은 음으로 길게 외치는 소리인데, ‘re-mi-sol-la-do′’의 구성음으로 되어 있다. 자유 리듬이며 높은 소리인 ‘la’ 음이나 ‘sol’ 음을 길게 지속음으로 질러낸다. 이와 같은 음악적 특징을 가진 권마성은 《영산회상》과 판소리에 영향을 주었다.
《현악영산회상》의 제9곡 〈군악〉에서 높은음을 길게 지속하는 부분을 권마성 가락이라 부르는데, 〈군악〉의 제3장을 가리킨다. 권마성 가락은 제3장 제12장단부터 제18장단까지 청황종(潢)의 지속음이, 제19장단부터 제22장단까지 청태주(汰)의 지속음이 나오며, 가락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반복된다. 이것은 권마성의 ‘sol’ 음과 ‘la’ 음의 길게 높이 질러내는 주요음 기능을 하는 것과 일치한다.
판소리에서는 권삼득(權三得, 1771~1841)의 더늠인 《흥보가》 중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을 ‘권마성제’라 하는데, 설렁제ㆍ덜렁제ㆍ권삼득제ㆍ드렁조라고도 불린다. 이 대목은 권마성처럼 높은 음인 ‘la’ 음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크게 외치듯 질러내는 음악적 특징이 있다. 이후 이것의 영향을 받아 《춘향가》 중 〈군로사령 나가는 대목〉, 《심청가》 중 〈남경선인 외치는 대목〉, 《수궁가》 중 〈방게가 외치는 대목〉, 《적벽가》 중 〈한 군사 외치는 대목〉 등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권마성제는 판소리 다섯 바탕에 모두 수용되어 각각의 대목으로 전하고 있다.
권마성은 높은 음을 지속음으로 길게 외치는 소리로, 《영산회상》과 판소리에 영향을 미쳤다. 《현악영산회상》 〈군악〉의 제3장에서 권마성 가락이 전하고 있으며, 판소리는 권삼득의 더늠인 《흥보가》 중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에서 권마성의 음악적 특징이 나타난다. 이후 《춘향가》ㆍ《심청가》ㆍ《수궁가》ㆍ《적벽가》 등 판소리 네 바탕에도 그 음악적 특징이 수용되어 연행되고 있다.
서정민, 「흥보가 중 제비가에 나타난 설렁제의 구현 양상」, 『판소리연구』 27, 2009. 이보형, 「권마성고(勸馬聲攷)」, 『문화재』 13, 1980. 이보형, 「판소리 권삼득 설렁제」, 『석주선교수 회갑기념 민속학논총』, 1971. 이보형, 「판소리 명창 권삼득」, 『예술계』 4, 1987.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