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 껍질을 말아 만든 관에 입김을 불어넣어 세로로 부는 관악기[縱笛]
도피피리는 고구려와 백제 때 사용된 관악기이다. 소필률과 대필률 등과 도피필률이 있었다고 하여 피리의 한 종류로 짐작된다. ‘도피’에서 복숭아 나무껍질로 만든 악기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형태와 구조는 자세히 알 수 없다. 우리나라 문헌에도 고려 이후로 나타나지 않고, 현재도 전하지 않는다.
도피피리는 고구려와 백제 때 사용된 관악기이다. 피리는 본래 서역의 악기로서, 한자로 필률(篳篥ㆍ觱篥)이라고 쓰며, 이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서 사용되었던 대표적인 겹서(雙簧)악기이다.
중국 문헌에 의하면 고구려악과 백제악에 도피필률이 등장한다. 『수서』에 소개된 수나라 구부기(九部伎)에 포함된 고구려악의 악기 14종에 소필률과 도피필률이 있고, 『구당서』에는 당나라 십부기(十部伎)에 포함된 고구려악의 악기 15종에 소필률ㆍ대필률과 함께 도피필률이 포함되어 있다. 『신당서』에 실린 고구려악에 편성된 악기는 총 19가지로 오현금ㆍ생ㆍ소ㆍ소필률ㆍ대필률ㆍ도피필률ㆍ탄쟁ㆍ추쟁ㆍ와공후ㆍ수공후ㆍ봉수공후ㆍ비파ㆍ의취적ㆍ요고ㆍ제고ㆍ담고ㆍ철판ㆍ구두고ㆍ패 등이 있다.
『문헌통고』에 따르면, “도피관(桃皮管)은 복숭아나무 껍질을 말아서 부는 것으로, 옛날에는 이를 관목(管木)이라 하였으며, 또한 도피필률이라고도 한다. 소리는 소(簫)와 가(笳)에 대응되며, 옆으로 분다. 남만(南蠻)과 고구려의 악기이다. 지금은 고취부(鼓吹部)에 그 악기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당서』에 “동이(東夷)의 악기 가운데 관목이라는 것이 있는데, 도피가 그것이다. 복숭아나무 껍질을 말아서 필률을 만든다. 잎을 입에 물고서 분다. 맑고 떨리는 소리가 나는데, 귤나무와 유자나무로 만든 것이 더욱 소리가 좋다.” 하였다.
마찬가지로 『통전』에 백제의 악기로 생ㆍ적ㆍ도피필률ㆍ공후 등을 소개하여, 도피필률이 고구려와 백제에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고구려악 및 백제악에 사용된 악기들은 대개 서역계 다른 나라의 악기들과 같으나 도피필률만은 재료에 있어 독특한 특징을 가진 고구려와 백제의 독자적인 악기라 할 수 있다.
진양의 『악서』에 전하는 도피피리의 그림에 의하면, 관에다 복숭아 나무껍질을 만 것 같지만 확실하지 않고, 여섯 지공이 관의 앞에 뚫려있고 현행 피리처럼 혀가 관의 끝에 있는데, 이 도설은 『통전』과 『수서』를 참조하여 기술된 것을 보이므로, 그 실물의 모양이나 정확한 구멍수는 알 수 없다.
이 외의 기록에도 도피필률의 형태나 구조 등에 대한 문헌 등의 자료가 없어 그 자세한 모양을 알 수 없다. 다만 구부기와 십부기에 소필률과 대필률 등과 도피필률이 있었다고 하여 피리의 한 종류이었을 가능성만 남는다.
다만, 악기와 관련하여 도피가 언급된 역사적 자료가 있는데, 조선시대 악서 『악학궤범』의 ‘초적’ 항에 “예전에 도피를 말아서” 초적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악기의 그림에 엽(葉), 즉 잎새를 그려놓고 있어, 이는 도피가 아닌 도엽을 말아 만들었다는 말이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도피필률을 죽관류 피리의 일종이 아닌 초적류 악기로 보는 입장도 있다.
우리나라 문헌인 『삼국사기』에도 중국 문헌을 인용하여 고구려악과 백제악의 악기로 도피필률을 소개할 뿐, 고려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고려사』 「악지」에 소개된 피리는 당악조 9공의 피리와 속악조 7공의 피리가 있다. 고려 문종 30년(1076)에 이미 고려 음악기관인 대악관현방에 당피리를 가르치던 필률업사가 있있고, 예종 9년(1114)에 송나라의 신악이 들어올 때도 피리 20관이 들어온 기록은 모두 당필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속악조 7공의 피리는 이후 조선시대에 8공으로 개량한 향피리로 여겨진다. 이후 세피리가 출현하여, 현재 전하는 피리는 당피리ㆍ향피리ㆍ세피리 세 가지가 있다.
① 구조와 형태 진양의 『악서』에 전하는 도피피리의 그림에 의하면, 여섯 지공(指孔)이 관(管)의 앞에 뚫려있고 현행 피리처럼 혀가 관의 끝에 있다.
『일본후기』에 의하면 고구려와 백제 악사는 횡적(橫笛)ㆍ군후(𥰃篌)ㆍ막목(莫目)ㆍ무(舞)의 4인이었다고 하는데, 그 중 ‘막목’은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고정된 악기명을 음차하여 일본인들이 기록한 것이며, 중국 문헌에 도피필률을 ‘관목’이라 한다는 것에서 막목과 관목의 발음 상 유사점이 있으며, 도피필률이 중 국내에 오로지 백제악과 고구려악에만 보이고, 막목도 일본 내에서 오로지 백제악과 고구려악에만 보인다는 것에서 막목은 도피필률일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이종구, 『((아무도 말하지 않은) 백제 그리고 음악』, 주류성, 2016 정구복 외, 『역주 삼국사기 4 주석편(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7. 문주석, 「한국 고대 피리의 연원에 관한 소고 – 문헌기록을 중심으로」, 『민족문화논총』 45, 2010. 이진원, 「막목의 문헌적 재검토」, 『한국음악사학보』 22, 1999. G국악방송 「고대악기 미스터리 〈피리, 도피를 입다〉」 (https://www.igbf.kr/gugak_web/?sub_num=783&bcid=246&state=view&idx=17846)
오지혜(吳䝷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