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小角), 중각(中角), 대각(大角), 동대각(銅大角), 목대각(木大角)

가늘고 기다란 관대에 끝은 나팔 모양으로 벌어지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넣어 소리내는 관악기

기다란 자루에 끝이 나팔 모양으로 벌어진 형태의 관악기이다. 전통 시대 군영에서 지휘ㆍ통신용으로 사용되었고, 조선시대 왕실 의례 때 정대업 정재에서 사용되기도 하였다. 조선 초기에 이미 크기에 따라 대각ㆍ중각ㆍ소각으로 구분하여 사용되었고, 군기와 제향에 사용된 각은 나무로 만들었으며 제향에 쓰는 것은 붉게 칠하였다. 조선 후기에는 재료에 따라 동대각과 목대각으로 구분되었고, 현재 동대각은 나발로 흡수되어 전승되고 목대각은 민간으로 전승되어 현재까지 전한다.

긱(角)은 한자로 '뿔'을 뜻하며, 뿔로 만든 관악기이다. 고대부터 군영에서 지휘ㆍ통신용으로 사용되고, 삼국시대에는 주로 북과 함께 연주된 기록이 있다. 고구려 고분인 덕흥리 고분 벽화의 행렬도에 말을 타고 길게 구부러진 형태의 각을 연주하는 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두 명으로 구성된 기마 악대는 북[鼓]과 각(角) 편성을 이룬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고구려와 이웃했던 낙랑군에 적병이 오면 저절로 우는 북[鼓]과 각이 등장하기도 하며, 『삼국사기』 「잡지」에도 백제의 악기로 소개된 11종의 악기에 북과 각이 포함된다.
고려시대 임금 행차 행렬인 의위(儀衛) 노부(鹵簿)에 취각군(吹角軍)이 있어 각을 연주했음이 드러나며, 이 전통이 조선 전기로 연계되면서 노부 행렬에서 각을 연주하는 군대인 취각(吹角)이 정착되었고, 각을 부는 연주자를 취라치[吹螺赤]라고 불렀다. 취각은 대가노부ㆍ소가노부ㆍ법가노부에 각각 4대씩 배설되는데, 대가노부와 법가노부에는 4인 구성의 취각이 3대, 6인 구성의 취각이 1대 배설되었고, 이에 비해 소가노부는 규모 면에서 2명씩 감소된 구성으로 배설되었다.
한편, 변란이나 정변 등 긴급한 사변에 각을 불어 한성에 있는 관원이나 군사를 대궐 앞에 모이게 하는 제도는 취각령(吹角令)이라 하였는데, 어두운 밤에 기(旗)의 빛깔을 분변하지 못하면 군의 각(角) 소리를 듣고 모였다. 중군은 대각(大角)을 불고, 좌군은 중각(中角)을 불고, 우군은 소각(小角)을 불고, 다 모이면 부는 것을 그쳤다.
각의 형태는 『국조오례의서례』의 「군례」에 군대를 지휘하고 통신을 하기 위한 각종 도구로서의 각(角)과 소각(小角)이 그림과 글로 묘사되었고, 『세종실록오례』 「군례서례」에도 마찬가지로 대각과 중각이 도설로 제시되어 있어 조선 초기에 이미 크기에 따라 대각ㆍ중각ㆍ소각으로 구분되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대각과 소각은 형명(形名)과 노부에 사용했고, 중각은 노부에만 사용하였다.

또한, 각의 신호에는 영(令)ㆍ전(戰)ㆍ촉(促)ㆍ보(報)의 네 종류가 있었는데, 영은 대각(大角)으로 하는 신호이고, 전은 소각(小角)으로 하는 신호이며, 촉은 대각과 소각으로 하는데, 대각의 촉은 진퇴(進退)에 쓰고, 소각의 촉은 교전(交戰)에 썼다. 보는 대장이 명령하지 않았는데 각위(各衛)가 스스로 전각(戰角)을 부는 것을 말한다.

『세종실록오례』에는 「군례(軍禮)」 ‘병기(兵器)’로 수록되었던 대각은 『악학궤범』 권8 「정대업정재의물도설」에 수록되어 대각의 그림ㆍ규격ㆍ재료 등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대각은 기다란 자루에 나팔 모양의 입이 있는 모습이다. 은을 두드려 만들며, 자루의 길이가 2척 6촌, 소각은 2척 4촌으로 소개되었다. 제향에 쓰는 것은 나무로 만들어 붉게 칠한다고 하였고, 『만기요람』에도 군기의 하나인 대각은 나무로 만든다고 하였다. 군영의 훈련과 궁중의 제향에 사용하는 각은 나무로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에는 취각 대신 취고수 제도가 성립되면서, 대각ㆍ나발ㆍ나각ㆍ자바라ㆍ호적ㆍ용고ㆍ정ㆍ라ㆍ고ㆍ점자 등의 악기편성의 군영 악대 취타내취를 이루어 각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각 외에도 나발ㆍ호적 등 여러 종류의 관악기가 사용됐고, 각과 유사한 바라와 혼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군대의 조련과 전쟁에서 군대를 지휘ㆍ통솔하는 방법을 명시한 『병학지남』의 해설서 『병학지남연의』에서는 야간에 순라군(巡邏軍)의 출동을 명령하는 신호로 각을 북과 함께 사용한다고 하였고, 『춘관통고』에서는 조선시대에 왕이 직접 참관한 대규모 군사 의례인 대열의(大閱儀) 때 각 영의 대장을 불러 일어나 오고 물러나는 명령에 대각을 불어 신호한다고 하였다.

『만기요람』에 군기의 종류로 나발ㆍ목대각ㆍ동대각 등이 나란히 제시되어 이들이 함께 쓰였고, 대각은 재료에 따라 구분하여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동대각의 형태는 1892년(고종 29)『진연의궤』에 보이는데, 이 악기의 형태는 중국 악기의 동대각과 같고, 나발과 유사하다.

동대각은 현재 전승이 단절되었는데, 1895년 군영이 해체된 이후 동대각은 그 형태와 기능이 유사한 나발로 흡수 전승되었고, 목대각은 민간으로 전승되어 현재까지 전한다.

○ 구조와 형태 각은 오랫동안 전승되는 동안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변화 과정을 거쳤다. 본래 짐승의 크고 작은 뿔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악기의 끝부분은 넓게 퍼져서 벌어져 있는 형태이다. 고구려시대 각은 벽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취구 쪽은 점점 가늘어지며 전체적으로는 휘어 구부러진 형태이다. 조선시대 각은 가느다란 관 양쪽으로 한쪽은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진 입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입김을 불어 연주하는 취구가 있다. 입에는 여러 가지 색으로 된 매듭을 달며, 작고 모난 거울 하나와 둥근 거울 둘을 만들어 매듭의 한가운데 넣는다. 『악학궤범』의 대각 자루 전체 길이는 2척 6촌이고, 중간에 지름 5분의 구멍을 만든다. 소각 자루 전체 길이는 2척 4촌이고, 너비와 지름은 3촌 7분, 취구의 바깥지름은 1촌 3푼, 구멍의 지름은 5푼이다. 크기에 따라 대각(大角)ㆍ중각(中角)ㆍ소각(小角)의 세 종류가 있으며, 제작 재료는 뿔[角]ㆍ나무[木]ㆍ은(銀)ㆍ동(銅) 등이다.

고구려ㆍ백제ㆍ신라에서 고취악의 연주에 각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나 삼현삼죽(三絃三竹)과 같이 역사적 정통성을 가진 향악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 악기가 특수 용도에 쓰였음을 의미한다. 고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군영에서 신호ㆍ통신으로 각을 꾸준히 사용이 나타난다. 조선시대 『악학궤범』에는 대각이 향악정재 정대업 의물로 수록, 소개되었으나, 『종묘의궤』의 대각 도설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하였다. 각(角)은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변화 과정을 거쳤고, 현재 전하는 목대각은 비록 군영에서의 신호ㆍ통신의 기능은 잃었지만, 일부 지역에서 농악기로 사용되는 점에서 고대 악기가 단절되지 않고 전승된 의의가 있다.

『삼국사기』 『세종실록』 『국조오례의서례』 『악학궤범』 『진찬의궤』

이숙희, 『조선 후기 군영악대: 취고수ㆍ세악수ㆍ내취』, 태학사, 2007.

오지혜(吳䝷慧)

• 각
• 대각
• 중각
• 소각
• 동대각
• 목대각
• 취각군
• 취각
• 취고수
• 취라내취